청와대 서쪽 옆구리에 자리한 조선 왕실 사당, 궁정동 칠궁 ③ 육상궁, 연호궁, 냉천, 냉천정, 자연, 초가 정자

 

1. 육상궁과 연호궁

육상궁은 영조의 생모이자 숙종의 후궁인 숙빈최씨의 사당이다. 칠궁 자리에 처음부터 있었던 터줏

대감 같은 존재로 영조가 재위에 오른 1724년 경복궁 북쪽인 현재 자리에 생모의 사당을 세울 것을

명령하여 1725년에 완성을 보았다.

처음에는 숙빈묘라 했으며, 1744년에 육상묘로 묘호를 갈았다. 그러다가 1753년 사당의 격을 '廟'에

서 '宮'으로 크게 높였는데, 이때부터 제왕들이 왕후(황후)에 오르지 못한 생모의 사당을 짓는 사묘

제도가 제대로 형식을 갖춘 것으로 여겨진다.

1878년 화재로 쓰러진 것을 다시 세웠으나 1882년 다시 화재를 만나면서 건물은 물론 숙빈최씨의

신주와 옥책, 은인까지 싹 화마의 덧없는 먹이가 되고 말았다. 다만 이곳에 들어있던 영조의 어진은

송죽헌으로 피신시켜 화를 면했으며, 1883년에 사당을 재건했다.

 

육상궁과 같은 집을 쓰고 있는 연호궁은 영조의 후궁이자 추존 왕 진종의 생모인 정빈이씨의 사당이

다. 정조는 영조의 명으로 효장세자(진종)의 양자가 되어 영조의 뒤를 이었는데, 즉위 이후 효장세자

를 진종이라 추존하고 1778년 북부 순화방에 정빈이씨의 사당을 세워 연호궁이라 했다.

연호궁은 1870년 육상궁으로 통합되어 육상궁 내 별묘로 옮겨졌는데, 이후 육상궁과 같은 건물을 쓰

게 되었다. 그 이유와 시기에 대해서는 아쉽게도 전하는 것이 없으며 육상궁에 신세를 지고 있음에도

연호궁 현판을 내걸고 있다. 그에 비해 이곳의 오랜 주인인 육상궁 현판은 내부에 있는데, 육상궁이

아닌 육상묘 현판을 내걸었다.

 

2. 선희궁, 연호궁 옆 뜨락과 꽃계단, 담장

선희궁과 연호궁 뒤쪽에는 2단으로 된 꽃계단이 닦여져 있고 좌우로 1단의 꽃계단이 있는데, 내가 갔

을 때는 화초가 별로 없어서 다소 썰렁했다.

 

3. 냉천

냉천은 냉천정 옆 낮은 곳에 뉘어진 늙은 우물이다. 북악산(백악산)이 베푼 수분으로 육상궁을 비롯한

칠궁 식구들의 제삿날에는 이곳 물을 사용했는데, 우물은 동그란 모습으로 수로를 통해 냉천정 밑에

있는 '자연'이란 네모난 못으로 흘러간다.

냉천 북쪽 장대석에는 영조가 1727년 3월 육상궁을 찾아와 냉천과 냉천정의 아름다움을 찬양한 오언

시가 새겨져 있으니 내용은 이렇다.

 

임금님의 글월을 새기다

 

냉천이 옛날에는 영은에 있었고

오늘은 이곳 정자에 있구나

두 손으로 맑은 물을 어루만지니

냉천이 가히 좋구나

 

정미년 3월 10일

 

현재 우물은 거의 무늬만 남은 상태로 사고 예방을 위해 우물 머리에 뚜껑이 씌워져 있으며, 우물 주

위로 네모나게 돌로 공간을 다졌다. 비록 칠궁이 속세에 열린 공간이나 냉천정 북쪽과 냉천 주변은 접

근이 통제되어 있다. 하여 이렇게 적당히 거리를 두며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된다.

 

4. 냉천 뒤쪽 높은 곳에 자리한 초가 정자

칠궁 관련 자료에는 초가 정자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다. 게다가 정자가 썩 늙어보이지도 않는다. 하

여 1960년대 이후 칠궁을 접수한 청와대에서 쉼터용으로 달아놓은 것으로 보인다. 저 정자 역시 영천

처럼 접근이 통제되어 있다.

 

5. '자연'이란 이름의 네모난 연못

자연은 자주빛 연못을 뜻한다. 화강암으로 다진 네모난 작은 연못으로 가로 7.5m, 세로 6.3m, 수심

0.9m의 덩치를 지녔는데, 연못 남쪽 면에 '紫淵' 2자가 새겨져 있다. 영조 때 조성된 것으로 여겨지나

확실하지 않다.

 

6. 냉천정 옆구리와 냉천, 그리고 초가 정자

 

7. '자연' 연못 장대석에 살짝 깃든 '자연' 암각자의 위엄

 

8. 냉천에서 나온 물이 이 수로를 통해 자연으로 흘러간다. 수로 위에는 통돌로 이루어진 돌다리가 걸

쳐져 있다.

 

9. 금지된 공간인 냉천정 뒤쪽 정원(원림)

 

10. 냉천정

육상궁, 연호궁 구역과 선희궁, 경우궁, 덕안궁, 대빈궁, 저경궁 사이에 냉천정이 자리잡고 있다. 정면

5칸, 측면 2칸의 시원스런 팔작지붕 집으로 영조가 선희궁에 봉안된 모후 숙빈최씨의 제사를 준비하

고 제사 뒷풀이 및 휴식을 취했던 곳이다.

언제 세워졌는지는 북악산(백악산) 산신도 모르는 실정이나 육상궁이 처음 지어진 때에 마련된 것으

로 여겨진다. 영조의 어진을 봉안했던 곳이라 봉안각이라 불리기도 했으며, 순조 이후부터 냉천정으

로 이름이 갈린 것으로 보인다. 그 이름은 동쪽 옆구리에 있는 냉천이란 우물에서 비롯되었다.

집은 서쪽 2칸은 온돌방, 동쪽 1칸은 대청으로 되어 있으며, 칠궁이 비록 속세에 열린 공간이지만 냉

천정 뒤쪽과 냉천만큼은 여전히 통제구역으로 묶여 있어서 집 앞으로만 고분고분 지나다녀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