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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안산 정상 주변
초안산은 도봉구 창동과 노원구 월계동에 걸쳐있는 115.5m의 낮은 뫼이다. 도봉구의 남쪽 지붕이
자 노원구의 서쪽 지붕으로 지금은 창동과 월계동 지역의 상큼한 뒷동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조선
때는 무려 공동묘지였다.
조선 때는 성저십리(한양도성밖 10리) 내에는 무덤을 쓸 수 없어서 무조건 그 너머에 써야 했는데,
초안산은 성저십리를 넘는 곳이다. 게다가 산 주변으로 우이천(초안산 서쪽)과 중랑천(초안산 남
쪽)이 흐르고 있고 북한산(삼각산) 산줄기가 여기까지 손을 뻗치고 있어서 배산임수에 딱 맞는 곳
이다. 그러다 보니 양반사대부에서 중인, 내시, 궁녀, 서민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이곳을 사후
안식처로 삼았다. 산의 이름인 '초안'은 죽은 이들의 안식처를 정한다는 뜻이니 그야말로 이곳에 딱
어울리는 이름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조선시대 무덤만 1,100기 이상이라 천하 최대의 조선시대 공동묘지로 꼽히고 있
는데, 발견되지 않은 무덤도 아직 수두룩하다. 하여 그들까지 감안하면 능히 2,000~3,000기 이상은
될듯 싶다. 이렇듯 조선시대 분묘들이 무지하게 많이 존재하는 천하에서 꽤 희귀한 현장이라 무덤
들이 많이 있는 곳들을 추려서 '서울 초안산 분묘군'이란 이름으로 국가 사적으로 지정했다. <산 전
체가 국가 사적으로 지정된 것이 아닌 무덤이 많이 있는 곳들만 추려내서 지정했음>
초안산에 가득 안긴 무덤 중 내시의 무덤이 100여 기에 이르러 '내시산', '내시네산'이란 별명도 지니
고 있다. 그들의 무덤은 대부분 거의 서쪽이나 서남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는 그들이 일했던 궁궐
과 자신이 충성을 바쳤던 제왕이 서쪽(정확히는 서남쪽)에 있어서 죽어서도 그 일편단심을 보이고자
함이라고 한다.

2. 초안산 정상(115.5m)
초안산 정상에는 삼각점과 천하 제일의 국기인 태극기, 그리고 사각형 정자가 있다. 정상 주변은 나무
가 울창해 조망은 별로이며 나지막하게 누운 뫼의 꼭대기라 그런지 마치 고양이가 주인 배 위에 올라
가 야옹거리며 두리번거리는 기분이다.


3. 초안산 정상 남쪽에 있는 늙은 비석
고된 세월의 때로 가득한 이 비석은 묘비(묘표)이다. 그를 지니고 있던 무덤 봉분은 바로 뒤에 있었을
것이지만 장대한 세월의 거친 흐름으로 사라졌으며, 겨우 묘비만 남아 이곳에 무덤이 있었음을 알려
준다. 초안산에 전하는 늙은 무덤들 상당수가 다들 이렇게 우울한 처지이다.

4. 비좌만 덩그러니 있는 무덤터
비좌에 꽂혀있던 비석은 어느 세월이 잡아갔는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하늘이 내린 빗물만 고여있다.
비좌 뒤쪽에 잡초들이 있는 자리가 비좌를 거느렸던 무덤 봉분이 있던 곳이다.

5. 홀로 있는 문인석
그가 지키던 무덤은 사라지고 문인석 홀로 자리를 지킨다. 지킬 존재도 사라졌고, 대자연과 세월의 모
진 풍파를 겪느라 무지하게 힘들었을 것인데, 표정만큼은 정말 밝다.

6. 초안산 정상 남쪽 산길

7. 초안산 정상 남쪽 산길과 무덤의 황량한 흔적들(묘비, 봉분터 등)

8. 초안산 정상에서 비석골근린공원, 초안산 수국동산, 잣나무힐링숲으로 내려가는 능선길

9. 향로석과 상석만 드러낸 어느 우울한 무덤 (초안산 정상~잣나무힐링숲 구간)
그들 주변으로 귀를 접고 누워있는 누런 낙엽들과 수풀들이 가득해 그야말로 인생무상을 알려준다.
무덤 또한 역시 부질없는 것, 후손들의 관리가 지극정성이면 모르지만 관리의 손길이 떠나면 금세 저
런 몰골이 되어버린다.

10. 통통하게 생긴 해맑은 표정의 문인석 (초안산 정상~잣나무힐링숲 구간)

11. 고된 세월에 지쳐 완전히 엎어진 문인석
낙엽들이 가련한 문인석을 일부나마 덮어주어 동병상련의 이웃이 되어준다.

12. 비석골근린공원으로 내려가는 산길 (초안산 정상~잣나무힐링숲 구간)

13. 수풀 속에서 방황하는 무덤 상석들 (잣나무힐링숲 북쪽)
왼쪽 상석은 바로 뒤쪽(사진상으로는 왼쪽)에 무덤 봉분의 흔적이 있지만 오른쪽 상석은 부근에서 옮
겨왔는지 애매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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