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천 산천어축제 즐기기
![](https://t1.daumcdn.net/cfile/blog/1866B434515420E120) ▲ 산천어를 낚기 위한 얼음구멍 얼음구멍을 파려면 현장에 준비된 얼음끌대를 쓰면 된다. |
표를 받고 예약접수 얼음낚시터로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허벌나게 많다. 거의 화천군 인구를 초 과한 머릿수(화천군 인구가 27,000명)인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으니 축제로 벌어들인 돈이 어마어마하겠지. 포크레인 수십 대를 동원하여 돈을 쓸어담아도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이 축제를 통해 음식점과 숙박업소, 온갖 가게들, 화천을 운행하는 시외버스 회사, 화천에 온갖 관광지들도 그 덕을 적지 않게 받았을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인공으로 뚫은 얼음 구멍 하나씩 차지해 월척을 꿈꾸는 강태공(姜太公)이 되 어 낚시에 임한다. 우리도 간신히 적당한 자리를 찾아 낚시를 시작했는데, 과연 잡히기나 할련 지 모르겠다. 그 인파 가운데 고기를 낚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편, 한동안 낚시에 정적이 감 돌다가 '와 잡았다!' 소리에 일제히 그곳을 향해 부러움 반 경쟁심 반으로 시선이 모아진다.
산천어축제장에서 풀어놓는 산천어는 이곳 토종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구입하거나 수입한 산천 어(송어의 일종)를 푼 것이다. 일정 시간이 되면 산천어를 담은 차가 와서 랜덤으로 아무 구멍 이나 산천어를 풀어넣는데, 그때가 되면 가라앉은 낚시터의 분위기와 강태공들의 사기가 다시 상승된다. 이때 산천어를 가져온 인부들에게 이곳에 제발 넣어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낚시를 하려면 싱싱한 미끼와 온갖 도구가 필요한데, 이곳은 수질 오염을 이유로 생미끼와 훌치 기를 금하고 있다. 그러니 오로지 견지대 등의 낚시대와 물고기 모양의 미끼에 의존해야 된다. 물론 훌치기 등의 도구를 몰래 들이거나 경험치가 풍부하면 많이 잡을 수는 있지만 상당수는 오 로지 축제장의 요구에 따라 견지대에 의존한다. 그러니 장소와 운빨이 매우 중요하다. 운이 좋 으면 1마리 잡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세월만 낚는 것이다. 축제장으로 들일 수 있는 것은 낚시 의자와 깔고 앉을 것, 그리고 간식거리 정도이다. 얼음박스 는 반입이 안되며, 대신 물고기를 담을 수 있는 봉투를 1인당 1개씩 준다. 또한 1인당 3마리로 제한을 하고 있으나 그건 따로 검사를 하지 않는다.
산천어축제는 인간에게는 여가를 즐기는 축제와 체험의 현장이다. 허나 산천어에게는 자신을 죽 이는 학살의 현장이다. 미끼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그날 그들의 인생은 무참히 끝나기 때문이다. 혹 잡히지 않더라도 물을 가둬서 얼음을 얼린 터라 밖으로 탈출하는 건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수명을 며칠 연장하는 꼴 밖에는 되지 않으며, 결국에는 모두 횟감이나 구이로 전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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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blog/240C1A34515420F104) ▲ 드디어 잡힌 산천어의 위엄 낚시에 임한지 1시간 여 만에 드디어 산천어 1마리가 걸려들었다. 우리가 그들의 인생을 이렇게 쫑나게 만드는구나..
![](https://t1.daumcdn.net/cfile/blog/0368C934515420F41E) ▲ 산천어 2마리 포획
![](https://t1.daumcdn.net/cfile/blog/186E5934515420FA1A) ▲ 산천어보다 사람이 더 많은 산천어 얼음낚시 현장
![](https://t1.daumcdn.net/cfile/blog/13732434515420F816) ▲ 산천어 얼음낚시터에서 바라본 화천의 산과 하늘 유난히 맑고 푸른 하늘이 산천어바보들을 바라본다. 그날 하늘나라로 강제로 소환된 산천어가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늘나라 수용능력이 초과되어 어쩔 수 없이 환생한 산천어도 혹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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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동안 낚시를 하면서 4마리를 잡았다. 4마리를 강제로 세상 및 황천 구경을 시켜준 셈이다. 시간도 벌써 16시에 이르렀고, 슬슬 인원도 빠지는 분위기라 산천어 탄압을 그만두고 자리를 정 리했다.
잡은 산천어를 들고 어떻게 요리해 먹을까 궁리하다가 절반은 회, 나머지는 구이로 먹기로 했다. 그런데 회와 구이를 해주는 행사 천막은 기다리는 사람들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길게 늘어서 있 었다. 힘들게 잡은 산천어를 잡아먹는 것도 참 쉬운 것이 아니구나, 그렇다고 집까지 가져갈 수 도 없는 노릇이니 무작정 그 대열에 합류했다.
회(회센터)와 구이 장소(구이터)는 서로 떨어져 있는데, 구이터가 대기 인원이 좀 적어 먼저 되 었고 회센터는 40분 정도 기다려 회뜨는 곳까지 왔다. 여기서 산천어를 넘기면 칼로 잘 다져 회 로 만들어주는데, 회와 구이 모두 1마리당 2,000원이다. 잡은 산천어가 많은 경우에는 옆 사람에게 1~2마리 넘기라 권하기도 하며, 그렇게 산천어의 한 맺힌 하직 현장을 거쳐 회를 받는 곳으로 가서 계산을 하면 되는데, 이때 소주와 상추, 초장도 구입할 수 있다. 허나 그냥 회만 먹기는 뭐하니 태반이 소주나 상추, 초장을 구입한다. 이들을 모두 구입하면 2마리 기준으로 9,000~10,000원 정도 든다. 초장은 다 먹지도 못할 정도이나 상 추는 좀 부족하며, 소주는 3천원 정도이다. 그리고 다른 먹거리를 원한다면 인근에 있는 먹거리 천막에서 오뎅이나 메밀전병 등을 사들고 와도 된다. 또한 산천어를 잡지 못했을 경우 산천어회 도 사먹을 수 있는데, 이건 가격이 대개 비싸다. (2~3만원선)
그렇게 회와 구이를 들고 빈 자리에 가서 자신을 희생해 (물론 강제로 희생된 것이지) 신(神)과 동물들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자리나 축내는 인간들에게 일용의 양식을 주신 산천어에게 고마움 과 위로를 올리며 조촐하게 낚시 뒷풀이를 한다. 우리가 잡은 산천어로 이렇게 한상 차려 먹게 되니 소원은 성취한 셈이다. 산천어에게는 미안하지만 인간 입장에서는 이 아비규환 같은 세상 을 살아가려면 먹고 살고 즐겨야 되지 않겠는가? 부디 산천어와 송어/빙어축제 때 학살된 물고기들은 다음 세상에 꼭 인간이나 그 이상의 존재로 태어나 한을 풀기를 바랄 뿐이요. 반대로 그들을 많이 잡은 사람들에 한해 내세에는 송어나 산 천어로 태어나 축제장에서 그들의 입장을 실감나게 체험해야 서로가 공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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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blog/030982385158866F1F) ▲ 산천어회와 산천어구이 회와 구이 모두 맛이 좋다. 2마리를 회로 떴는데 양은 몇 젖가락 되지도 않는다. 저중에 남은 것은 쌈장 뿐..
![](https://t1.daumcdn.net/cfile/blog/22145733515420FE21) ▲ 산천어축제 스케이트장
![](https://t1.daumcdn.net/cfile/blog/252982335154210013) ▲ 산천어축제 얼음썰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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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회와 구이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머지 축제 현장을 둘러보았다. 한참 즐거움에 빠져있 는 얼음썰매장과 스케이트장을 비롯해 현장접수 얼음낚시터, 사륜구동(ATV) 체험장 등을 지나 화천 농산물과 먹거리를 파는 천막으로 갔다. 여기서 산천어축제 입장권과 같이 받은 농특산물교환권 5천원권 2장으로 다시금 먹거리를 사먹 으려고 했는데, 오로지 농특산물 구입에만 쓸 수 있다고 그런다. 그 교환권 외에 화천사랑상품 권도 있는데 이것만 먹거리에 사용이 가능하다. 허나 그건 얼음썰매나 기타 레포츠를 이용해야 받을 수 있다. 햇님이 꼴까닥 넘어가기 전이고 몸도 지쳐있어 썰매나 사륜구동 등을 타기도 뭐 해 살짝 자비를 청하니 메밀전병만 해주겠다고 그런다. 마침 내가 먹고 싶은 것이 그거였는데.. 그래서 메밀전병과 화천동동주 1병을 더해서 다시금 배를 채운다.
메밀전병은 좀 맵기는 했지만 맛은 고소했고, 거기에 동동주까지 걸치니 몸이 싹 대펴지면서 졸 음이 나를 희롱하려 든다. 아까 먹은 산천어회/구이도 완전 소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 그들까지 뱃속에 넣으니 배가 터지려고 그런다. 그래서 그날은 따로 저녁은 먹지 않았다. |
![](https://t1.daumcdn.net/cfile/blog/252517335154210217) ▲ 산천어축제 레포츠 장소
![](https://t1.daumcdn.net/cfile/blog/2161833E5154FB7A22) ▲ 화천천과 북한강이 하나가 되는 곳 (화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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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축제장 남쪽에는 현장접수 낚시터와 얼음을 얼리지 않은 루어낚시터가 있다. 그곳을 지나 면 화천교가 나오며, 여기서 화천천과 북한강이 만난다. 북한강은 얇게 얼음이 얼었는데, 주변은 온통 눈의 세상이다. 화천대교를 지나니 강 남쪽 위라 리로 이어지는 부교(浮橋)가 놓여져 있는데, 강 남쪽에 산천어축제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이 있 어 접근 편의를 위해 가설한 것이다. 다리의 길이는 350m 정도로 깊은 강을 건너야 되는 터라 체감 거리는 한 1km 정도 되는 것 같다. 쫄깃해지는 염통을 진정시키며 그 부교를 건너면 화천 체육관과 화천민속박물관이다. |
![](https://t1.daumcdn.net/cfile/blog/1264AE3E5154FB7C1F) ▲ 얼어붙은 북한강 - 소쩍새가 우는 날이면 강도 얼음을 박차고 일어나겠지
![](https://t1.daumcdn.net/cfile/blog/24275B445154FB7E23) ▲ 북한강 부교 - 다리가 조금씩 흔들려 간을 은근히 쫄깃하게 만든다. 강 북쪽은 화천읍내, 다리 건너로 보이는 강 남쪽은 화천민속박물관, 화천체육관 등이 있는 하남면 위라리이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165A363E5154FB642B) ▲ 영롱하게 피어난 선등거리 (화천읍내 중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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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 부교를 왕복하고 화천대교로터리로 나오니 여기서 화천3거리까지 길게 선등거리가 형성 되어있다. 마침 햇님이 퇴근하고 달님이 세상을 비추는 시간이라 햇님의 위엄에 움츠려있던 산 천어 선등이 서로 오색영롱한 불빛을 다투며 어두운 읍내 거리를 비춘다. 선등거리는 중앙로를 중심으로 읍내에 약 5km 정도 형성이 되어있는데, 총 24,000여 개의 산천 어등이 읍내를 장엄한다. 산천어의 수많은 피로 화천의 겨울과 백성들을 책임지며, 산천어축제 도 이렇게 발전한 것이니 선등도 모두 그들로 채운 것이다. 이 거리는 보통 12월 말부터 2월 말까지 운영하며, 17시 30분에서 22시까지 불을 밝힌다. |
![](https://t1.daumcdn.net/cfile/blog/1960003E5154FB7425) ▲ 어둠 속 터널 같은 선등거리 (화천읍내 중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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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등거리를 지나 화천터미널로 나오니 산천어축제나 군면회를 마치고 바깥으로 나가려는 사람들 이 몇십m 길게 줄을 이루고 있었다. 다행히 임시차가 배차되어 앉아 갈 수 있었는데, 서서 가는 사람들은 춘천역까지 다리를 혹사시켜야 했다. 춘천터미널에서 두 발을 내려 터미널 옆에 자리한 이마트에 잠시 들렸다가 남춘천역으로 이동하 여 상봉행 전철을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전철은 자리가 널널해 넓게 자리를 누리며, 잠시 꿈나 라 투어를 청했다. 꿈나라에서도 산천어를 잡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러다 산천어에게 쫓기 는 꿈을 꾸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이렇게 하여 화천 산천어 축제 나들이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
★ 화천 산천어축제 찾아가기 (2015년 1월 기준) * 동서울터미널에서 화천행 직행버스가 30~40분 간격으로 떠난다. * 춘천에서 화천행 직행버스가 30분 간격으로 떠난다. (춘천역 경유) * 서울에서 경춘선 전철이나 경춘선 Itx-청춘 열차를 타고 남춘천역(춘천터미널 도보 7분 거리) 이나 춘천역 하차 * 화천터미널에서 산천어축제장인 화천천까지는 도보 15분 이내 거리, 맨손잡이 장소와 예약접 수 얼음낚시터는 배다리교 서쪽, 현장접수낚시터는 화천군청 옆 화천초등학교 방면으로 가면 된다. (무조건 화천천만 찾으면 됨) * 승용차로 가는 경우 (주차는 화천군청이나 화천초교, 화천대교 남단, 화천정보산업고, 홍천국 토관리사무소 화천출장소 등을 이용하면 됨) ① 서울 → 경춘국도 → 춘천시내<또는 403번 지방도(서면) 경유> → 춘천댐 → 화천읍내(산천 어축제장) ② 중앙고속도로 → 춘천나들목을 나와서 양구 방면 46번 국도 → 신북교차로 → 용산교차로 ( 또는 오음리, 파로호 경유) → 화천읍내
★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 관람정보 (2015년 1월 기준) * 축제 기간 : 2015년 1월 10일부터 2월 1일까지 (8:30~18:00) * 입장료 - 중학생 이상과 어른 12,000원 / 초등학생과 경로, 국가유공자 8,000원 * 영유아 얼음낚시는 입장료 없음 (금,토 1일 3회 / 일요일 1일 2회 운영) * 낚시 시간은 8:30~18:00, 1일 최대 인원은 1만4천명 (예약 6천명, 현장 8천명) * 산천어축제 관련 정보나 온갖 체험 정보, 온라인 예약은 ☞ 이곳을 클릭한다. * 소재지 -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화천천 일원 (☎ 1688-3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