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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휴휴암


~~~~~ 양양 휴휴암 ~~~~~
휴휴암 너럭바위와 동해바다
▲  휴휴암 너럭바위와 동해바다
 


봄이 막바지에 이르던 5월의 첫 무렵, 푸르른 동해바다를 보러 강원도 양양(襄陽) 땅을
찾았다.
한동안 동해바다를 만나지 않았더만 그새 동해바다 앓이가 심해져 절도 같이 둘러볼 수
있는 적당한 곳을 물색하다가 예전에 인연을 지었던 양양 휴휴암이 생각났다. 휴휴암은
나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절로 해안 경치가 아주 일품이다. 하여 휴휴암과 그곳에서 가
까운 죽도(죽도봉)를 둘러보고자 오랜만에 관동(關東)지방으로 출동했다.

청량리역에서 강릉(江陵)으로 가는 고속열차(KTX-이음)을 타고 1시간 40여 분을 내달려
강릉역에서 두 발을 내렸다.
조그만했던 강릉역은 평창동계올림픽과 고속열차 개통으로 덩치가 한껏 커졌는데, 역사
밖으로 나와서 주문진(注文津)으로 가는 강릉시내버스 314번(안목, 공단↔향호리)을 타
고 북쪽으로 40여 분을 달려 주문진 읍내에 자리한 주문진터미널에 도착했다.
여기서 하조대로 가는 양양마을버스 322-1번을 타야 휴휴암으로 흔쾌히 접근할 수 있는
데, 운행 횟수가 5회에 불과하여 차 시간이 맞지 않으면 향호리로 더 이동해 거기서 양
양군내버스 12번(양양시외터미널↔향호리, 1일 4회)이나 양양마을버스 322번(하조대↔
향호리, 1일 4회)을 이용해야 된다. 다행히 차 시간이 맞아서 20분 정도 기다리니 양양
322-1번이 반갑게 나타나 활짝 입을 연다.

버스는 나를 머금고 동해바다의 영원한 벗인 7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달린다. 향호리
를 지나면서 양양군(襄陽郡) 땅이 펼쳐지고 그 땅을 어느 정도 달리자 휴휴암 정류장이
마중을 나온다.


▲  휴휴암을 알리는 표석 (휴휴암 입구)


♠  동해바닷가에 자리한 관음성지 현대사찰, 양양 휴휴암(休休庵)

▲  휴휴암 불이문(不二門)

휴휴암 입구에서 야트막한 고개를 넘으면 주차장과 휴휴암의 정문인 불이문이 나온다. 불이문
너머로 여러 건물을 지닌 휴휴암 경내가 펼쳐져 있고, 절 바로 동쪽에는 푸른 동해바다가 수
평선 가득 펼쳐져 있어 속세에서 오염되고 상처 받은 두 안구와 마음에 감동의 파도를 선사한
다.

동해바다가 잘 바라보이는 바닷가 언덕에 둥지를 튼 휴휴암은 1995년에 불이 홍법(不二 弘法)
이 세웠다. 그는 적당한 기도처를 찾아다니다가 이곳에 퐁당퐁당 빠져 절을 지었는데, 속세의
번뇌와 시름을 잠시 내려놓고 자주 쉬라는 뜻에서 휴(休)를 2개나 쓴 '휴휴암'이란 단순하면
서도 착한 의미의 이름을 내걸었다.
 
1999년 바닷가에 누워있는 관세음보살 형상에 바위가 발견되자 그 풍문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으며, 수려한 해안 경관까지 절의 명성을 크게 거들면서 방문객들이 폭풍 증가했다. 하
여 매년 400만 명이 찾는 양양의 대표 명소의 일원으로 성장했으며, 20세기 후반 대표적인 바
닷가 사찰로 크게 명성을 누리고 있다.
허나 좋은 자리에 무리해서 절을 짓다 보니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국유지에 마음대로
건물을 짓는가 하면 경내 한복판에 500여 평의 사유지를 두고 동부그룹과 현지 영농법인과 17
년 동안 분쟁까지 벌인 것이다. 그 500평은 처음에는 동부그룹 회장의 땅으로 오로지 농지 전
용 땅으로 허가를 받았는데, 2011년에 현지 영농법인에게 팔았다.
절은 그 땅에 종무소(宗務所)와 요사(寮舍)를 지으면서 갈등의 씨앗이 싹퉜고, 동부와 영농법
인은 철거를 요구하며 종무소로 가는 직선 통로를 막고 펜스를 치기도 했다. 2013년 8월 법원
(춘천지법 속초지원)의 판결로 여러 번 강제철거를 하려고 했으나 절에서 필사적으로 막으면
서 서로의 골은 더욱 깊어갔으며, 2019년 말에 극적으로 타협을 보면서 휴휴암은 2020년 6월
말까지 영농법인 땅에 있는 요사와 창고, 경비실, 쓰레기 분리시설, 야외화장실 등을 자진 철
거하고 농지 경작이 가능한 상태로 원상복구하기로 했다.

경내에는 법당인 묘적전을 비롯해 다라니굴법당, 불이문, 비룡관음전, 관음범종각 등 10동 정
도의 건물이 있으며, 이제 30년 묵은 절이라 고색은 채 여물지 못했다. 허나 바닷가에 자리해
있고 해변에 지멋대로 생긴 바위들이 많아 일품 경치를 자아내고 있으며, 다라니굴법당과 지
혜관세음보살상, 너럭바위 연화법당 등의 상큼한 볼거리를 지니고 있다.
또한 관음성지(觀音聖地)를 칭하고 있어 묘적전과 비룡관음전에 관세음보살이 봉안되어 있으
며, 지혜관세음보살상 등 다양한 관세음보살을 지니고 있다. 특히 연화법당에서 200m 앞 왼쪽
해변에 긴 바위가 있는데 마치 관세음보살 누님이 감로수가 든 병을 들고 연꽃 위에 누워있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하며, 그 앞에 거북바위가 있어 거북이 관세음보살에게 절을 하고 있는 모
양새라고 한다. 휴휴암은 바로 그들을 격하게 내세워 그 존재감을 천하에 크게 알렸던 것이다.
또한 수만 마리에 황어, 숭어떼가 자주 나타나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너럭바위에서 거북과
온갖 물고기들을 방생하여 그들을 챙겨주고 있다.

* 휴휴암 소재지 :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 현남면 광진리 1 (광진2길 3-16, ☎ 033-671-0093
  ~5)


▲  불이문 직전에서 바라본 동해바다와 너럭바위(연화법당) 주변

▲  다라니굴법당(陀羅尼窟法堂)

묘적전 옆구리에는 맞배지붕을 지닌 굴법당이 있다. 정식 이름은 '화천수불보살세계(畵千手佛
菩薩世界) 다라니굴법당'으로 이를 6자로 줄여 '다라니굴법당'이라 부르며 이를 또 줄여 간단
히 굴법당이라 많이 부른다.
무려 10년 동안 공을 들여 닦은 휴휴암의 야심작으로 천수경(千手經)의 '신묘장구대다라니(神
妙章句大多羅尼)'에 나오는 부처와 보살, 천왕들을 고려 불화 스타일로 그려 봉안했으며, 다
라니를 모르는 불자들을 위해 다라니해설집을 만들어 보급하기도 했다.

겉모습은 건물이나 속은 완전 굴식(窟式)으로 매우 시원하며, 굴법당 중심에는 금동으로 다진
극락조(極樂鳥)와 부처의 진신사리 53과가 봉안되어 있다.


▲  홍예문처럼 지어진 굴법당 문
거추장스러운 신발을 벗어두고 저 속으로 들어서면 휴휴암의 야심작이자
꿀단지인 굴법당 내부가 화려하고 장엄하게 펼쳐진다.

▲  그림 속을 거닐다. 벽화로 가득한 굴법당 내부 통로

굴법당 통로 벽과 천정에는 부처와 온갖 보살상(특히 관세음보살이 많음), 천왕(天王)들이 고
려 불화 스타일로 호화롭고 장엄하게 깃들여져 있어 완전 불화(佛畵)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방
불케 한다. 이렇게 그림 속을 거니니 마치 고구려(高句麗) 벽화고분 속으로 들어선 기분이다.


▲  굴법당 중심부
동그란 문 안이 굴법당의 중심부로 금동 극락조와 부처의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으며, 문 주변에는 다양한 모습의 관세음보살이 그려져 있다.

▲  굴법당 중심부에 봉안된 극락조와 부처의 진신사리

부처가 열반에 들면서 그의 몸에서 84,000과에 이르는 엄청난 사리가 나왔다고 한다. 이 땅에
도 신라 중기부터 그의 사리가 여럿 전해졌고, 특히 20세기 후반 이후에 엄청 들어오면서 그
의 사리를 보유한 절이 꽤 늘었다. 휴휴암 또한 부처의 진신사리를 53과나 입수해 굴법당 안
에 동남아 스타일의 조그만 유리탑을 만들고 그 안에 넣어 애지중지하고 있다.
진신사리함 뒤쪽에는 금동으로 다져진 극락조<가릉빈가(迦陵頻伽)>가 마치 액자에 담긴 듯 자
리해 장대한 꼬랑지를 드러내고 있으며, 그 좌우로 산수화(山水畵) 같은 벽화가 펼쳐져 있다.


▲  유리탑에 봉안된 진신사리 53과의 위엄

붉은 받침대에 깨알처럼 놓여진 것들이 바로 부처의 진신사리라고 한다. 예전에는 부처의 사
리가 참 희귀하다 여겨졌는데 보유하고 있는 절이 폭풍 증가하면서 이제는 크게 감흥도 없다.
서울만 해도 그의 사리를 머금은 절이 여럿 되니 말이다. (조계사, 삼천사, 호압사 등)


▲  휴휴암 묘적전(妙寂殿)

휴휴암의 법당(法堂)인 묘적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 집이다. 1997년에 지어진 것
으로 경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와집인데, 묘적전 공사가 마무리 되어 천하에 공개하기 며칠 전
, 절 승려가 내부 청소를 했다. 그런데 아무리 청소를 해도 법당 안의 나무가루와 먼지가 좀
처럼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소에 지친 승려는 깜박 잠이 들었는데, 앞바다에 나가 승려들이 멱을 감고 빨래를 하는 꿈
을 꾸고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깨니 글쎄 법당 안에 가득했던 나무가루와 먼지가 싹 없어졌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승려가 자고 있는 사이에 다른 사람이 청소한 듯 싶은데, 절에서는 벌써부
터 그런 믿거나 말거나 설화를 내세워 절 수식용으로 삼고 있다.


▲  묘적전의 주인, 백의관세음보살(白衣觀世音菩薩)
자태가 고운 백의관세음보살은 이름 그대로 하얀 옷을 걸치며 합장인을
선보이고 있고, 그 좌우로는 온갖 관세음보살상이 조각되어 있다.

▲  똥배 포대화상과 귀여운 동자상들

▲  물을 뿜어내는 거북 석조(샘터)

◀  비룡관음전(飛龍觀音殿)
바닷가 벼랑에 닦여진 맞배지붕 집으로 해수
관세음보살 누님의 거처이다. 그 밑에는
차와 커피, 간식을 파는 찻집이 있다.

◀  해수관세음보살(海水觀世音菩薩)
해수관세음보살이 하늘을 나는 푸른 피부의
청룡을 타고 있다. 그래서 그의 집 이름도
비룡관음전이 되었다.


▲  비룡관음전에서 바라본 동해바다와 너럭바위 연화법당

▲  지혜관세음보살상(智慧觀世音菩薩像)

경내 동쪽 해안 벼랑에 자리를 닦은 지혜관세음보살상은 2006년에 홍법이 세웠다. 그가 신묘
장구대다라니 천만독 1,000일 철야기도를 올리던 2006년 봄, 절벽 밑에서 하얀 옷을 입은 큰
키의 관세음보살이 바다에서 나오는 모습을 친견(꿈에서 본 것은 아닐까??)하고는 크게 감동
을 먹고 익산(益山)에서 화강암을 사들여 조성했다.

파리도 미끄러질 정도로 맨들맨들한 하얀 피부를 지는 그는 높이 33척(10m), 그를 받치는 3단
좌대(座臺)를 합치면 53척(16m)으로 무게는 무려 115톤에 이르는 크고 견고한 덩치이다. 그의
우측에는 바닷가에 걸맞게 동해용왕과 9용신(龍神)을 두었고, 좌측에는 남순동자(南巡童子)를
두었으며, 그 주위로 16나한상을 배치해 관세음보살을 협시토록 했다.
여기서 가까운 낙산사(洛山寺)의 해수관세음보살에 비견되는 크고 아름다운 관세음보살상으로
묘적전 백의관세음보살과 비룡관세음보살, 지혜관세음보살 등 3개의 주력 관세음보살상을 보
유하게 되어 명실상부한 관음도량 그 자체가 되었다.

◀  붉은 눈의 두꺼비와 거북상
등판이 넓은 거북은 작게, 두꺼비는
너무 크게 표현되었다.

           ◀  연꽃 석조와 인어상
활짝 입을 벌린 연꽃 수조의 그늘진 곳에 누워
있는 존재가 인어상이다. 절에서 인어상을 본
것은 여기가 처음인데, 지혜관세음보살 주위로
바다와 물과 관련된 존재들을 마구 배치하다
보니 서양 잡것들 동화에 나오는 인어상까지
배치하여 독특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  바로 밑에서 바라본 지혜관세음보살상의 위엄

▲  지혜관세음보살상에서 바라본 동해바다와 너럭바위 연화법당

▲  휴휴암 범종루(梵鍾樓)

지혜관세음보살상 앞에는 범종 등의 사물(四物)이 깃든 범종루가 자리해 있다. 정면 3칸, 측
면 3칸의 팔작지붕 집으로 이곳에 깃든 범종은 관음도량에 걸맞게 관음범종이란 이름을 지니
고 있는데, 무게가 무려 3,330관(12.4톤)으로 100% 순금으로 이루어진 금색 피부를 자랑한다.


▲  범종루에 깃든 황금범종(관음범종)의 위엄
마음 같아서는 저 비싼 종을 우리집으로 살짝 가져가고 싶지만 나보다
무려 170배 이상 무거운 존재라 그럴 엄두를 못낸다.

▲  범종루 주변에서 바라본 휴휴암 앞바다와 인구리 죽도봉


♠  휴휴암 너럭바위 연화법당

▲  너럭바위 연화법당

휴휴암 밑 앞바다에 너른 덩치를 지닌 너럭바위가 펼쳐져 있다. 바위가 넓게 펼쳐져 있어 너
럭바위란 이름을 지니게 되었는데, 휴휴암은 자연이 내린 그 바위를 활용해 야외식 연화법당
으로 삼았다.
바위 주변에는 대자연이 오랜 세월을 두고 빚은 광어바위와 발바닥바위 등의 온갖 바위가 포
진해 있고, 북쪽과 동쪽으로 동해바다가 넝실거리고 있으며, 황어와 숭어 등 온갖 물고기들이
뛰어논다. 특히 갈매기들이 여기서 노는 황어와 숭어를 사냥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를 두고
휴휴암에서는 신성한 절 영역이라 갈매기들이 자중하는 것이라고 말을 한다. 허나 자세한 사
연은 갈매기들만 알 것이다. 정말 절이라서 살생을 피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냥에 영 좋지 않
은 곳이라 그런 것인지 말이다.


▲  너럭바위에서 바라본 인구항, 죽도봉(바다 건너 산) 방향

▲  발바닥과 발톱처럼 생긴 발가락바위

▲  너럭바위 동쪽에 붙은 발바닥바위

▲  너럭바위에서 바라본 휴휴암 경내

휴휴암에 왔다면 다라니굴법당, 지혜관세음보살상도 좋지만 바닷가에 펼쳐진 너럭바위(연화법
당)에도 꼭 발을 들이기 바란다.
너럭바위는 지금의 휴휴암을 있게 한 이곳의 소중한 꿀단지로 너럭바위 자체로도 아주 휼륭한
자연물이며, 그 주변으로 발가락바위, 발바닥바위 등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즐비하고, 황어와
숭어 등 온갖 물고기들이 가득해 두 눈과 마음이 그야말로 호강을 누린다.
휴휴암은 여기서 물고기들을 많이 방생하고 있는데, 그 물고기들이 멀리 가지 않고 이 주변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절에서는 이곳을 '자연에 동물농장'으로 삼아 그들을 챙겨주고 있다.


▲  너럭바위 주변에 새카맣게 몰린 물고기들
여기서는 손만 넣으면 그대로 잡힐 정도로 물고기들이 새카맣게 몰려 다녀
진풍경을 선사한다. 갈매기도 피해가지, 낚시도 못하게 하지, 그러니
이곳은 그들에게 극락과 같은 곳이다.

▲  인구해변

이렇게 휴휴암을 1시간 가량 말끔히 둘러보고 바깥으로 나와 북쪽에 위치한 인구해변으로 이
동했다. 휴휴암 입구에서 인구해변까지는 도보 10분 거리로 절에서도 뻔히 그곳 해변과 죽도
가 바라보인다.
본글은 분량은 여기서 흔쾌히 마무리를 지으며 이후 내용은 별도의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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