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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 서울둘레길1코스 봄 나들이


' 수락산 서울둘레길1코스 봄나들이 '

수락산 채석장터
▲  수락산 채석장터

노원골 배바위

노원골 배바위

▲  노원골 배바위

▲  서울둘레길1코스 벽운동계곡~
노원골 구간

 


수락산(水落山, 637m)은 도봉산(道峯山, 739m)과 함께 서울의 북쪽 지붕을 이루고 있다.
어린 시절 수락산 그늘(상계동)에서 8년을 살면서 그의 품을 많이 찾았는데, 20대 한복
판에 바로 옆 동네인 도봉산 그늘(도봉동)로 삶터를 옮기면서 다소 뜸해지게 되었다.
그래도 집에서 뻔히 보이는 수락산인지라 매년 여러 번씩 그를 보러 가는데, 올해도 변
함없이 따스한 봄이 찾아오면서 수락산 앓이가 다시 도지기 시작했다. 그럴 때는 처방
은 딱 하나, 바로 수락산을 찾으면 된다. 그래서 수락산 밑도리에 닦여진 서울둘레길1
코스의 몇몇 미답(未踏) 구간을 지울 겸 간만에 수락산으로 출동했다.


♠  수락산 서울둘레길1코스 입문

▲  상도교에서 바라본 중랑천 북쪽 방향
(왼쪽이 도봉동과 도봉산, 오른쪽은 의정부 장암동)


둥근 햇님이 하늘 높이 걸린 14시, 도봉동(道峰洞) 집을 나서 도봉구(道峰區)와 노원구(蘆原
區)의 대표 젖줄인 중랑천(中浪川) 산책로를 따라 북쪽으로 걸었다. 그 산책로를 2km 가면 상
도교가 나오는데, 그는 도봉2동(누원고교, 도봉한신아파트)에서 상계1동과 의정부시 장암동에
걸쳐있는 수락리버시티를 잇는 4차선 다리로 중랑천 서울 구간에서 가장 북쪽에 자리한 다리
이다. 바로 여기서 서울둘레길1코스 수락산 구간으로 들어섰다.

서울둘레길(157km)의 제1코스는 도봉산역에서 수락산을 거쳐 당고개공원 갈림길까지 이어지는
6.4km의 긴 길이다. 도봉산역에서 창포원, 중랑천 상도교를 지나 수락산으로 빠지는데, 집에
서 무척 가까운 곳이라 쉬엄쉬엄 여유를 부리면서 움직였다.


▲  서울둘레길1코스 옥수당근린공원 구간

상도교를 건넌 서울둘레길1코스는 수락리버시티 한복판을 흐르는 생태하천으로 빠져 남쪽 산
책로를 따라 수락산으로 달려간다.
이 생태하천은 수락산에서 중랑천으로 흘러가는 작은 개울로 이 일대에 수락리버시티란 회색
빛 아파트를 닦으면서 생태하천으로 상큼하게 거듭났다. 하천 주변으로 옥수당근린공원과 수
락리버시티공원이 자리하여 생태하천을 수식하고 있으며, 생태하천을 포함 그 남쪽 산책로까
지가 의정부시(議政府市) 장암동 구역, 그 남쪽이 노원구 상계1동 구역이다.


▲  봄내음이 가득한 서울둘레길1코스 옥수당근린공원 구간
생태하천 남쪽과 북쪽으로 산책로가 닦여져 있는데, 서울둘레길1코스는
남쪽 산책로의 신세를 지며 중랑천과 수락산으로 달려간다.

▲  생태하천인가? 생태 잡초밭인가? 수락리버시티 생태하천

수락리버시티 생태하천은 작은 개울에서 시작된 하천이고 수락산 외에는 수분 공급이 여의치
못해 평소에는 거대한 잡초밭으로 살아간다. 그나마 비가 좀 와야 잠깐씩 개울 티를 보일 뿐
이다. 그래도 이곳은 하천 바닥까지 푸른빛 수풀을 잔뜩 깔아서 흙/돌바닥은 거의 보이지 않
으며 그로 인해 메마른 분위기를 어느 정도 감소시켜준다.


▲  서울둘레길1코스 수락리버시티공원 서쪽 구간

▲  동일로 허공을 지나는 육교 (서울둘레길1코스) ①

수락리버시티를 지난 서울둘레길1코스는 동일로를 건너 수락산으로 들어간다. 동일로에는 횡
단보도 대신 화사하게 꽃화단을 갖춘 육교를 길게 닦아 수락산과 도시(수락리버시티)를 이어
주고 있는데, 수락리버시티 상계1동 구역에는 예전에 노원마을이란 시골마을이 있었다. 노원
구의 북쪽 끝을 잡던 그 마을은 재개발 칼질로 사라졌고, 지금은 수락리버시티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  동일로 허공을 지나는 육교 (서울둘레길1코스) ②
동일로는 노원구와 의정부를 잇는 간선도로로 통행 수요가 오지게 많다.

▲  수락리버시티공원 동쪽 구역 숲길 (서울둘레길1코스)

동일로를 건넌 서울둘레길1코스는 수락산 품에 닦여진 수락리버시티공원 동쪽 구역을 지난다.
(동일로 서쪽에서 옥수당근린공원 이전까지가 서쪽 구역) 동쪽 구역에는 수락산광장, 생태연
못, 계곡, 휴게광장, 팔각정 등이 있으며, 생태계곡 북쪽은 의정부시 장암동, 남쪽은 노원구
상계1동 구역이다.


▲  수락리버시티공원 동쪽 구역 끝, 나무데크길 (서울둘레길1코스)
여기서 수락리버시티공원은 끝나고 산길로 이루어진 서울둘레길1코스
수락산 구간이 펼쳐진다.

▲  서울둘레길1코스 벽운동계곡 북쪽 구간 ①
수락리버시티공원 동쪽 구역~벽운동계곡 구간은 오르락 내리락이 여러 번 이어지는
평범한 산길이다. 경사는 거의 완만하며, 중간에 작은 계곡을 하나 지난다.

▲  작은 계곡 징검다리
이곳은 벽운동계곡 북쪽 능선 너머로 뚜벅이들의 통행 편의를 위해
징검다리가 닦여져 있다.

▲  계곡에 가득 모인 수분들
잡초밭이 된 수락리버시티 생태하천과 달리 이곳은 계곡 상류 부분이라
세숫대야 정도로 수분이 모여있다.

▲  서울둘레길1코스 벽운동계곡 북쪽 구간 ②
하늘 높이 솟은 늘씬한 나무들이 그윽한 산내음을 베풀며 지나가는 나그네를
격려한다. 산바람에 속세의 번뇌를 담아 멀리 날려보았지만 그 번뇌가
워낙 무거워 멀리 가지 못하고 내가 내려올 곳에 미리 내려앉아
나를 기다리더라. (결론 번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서울둘레길1코스 벽운동계곡 북쪽 구간 ③

▲  벽운동계곡 북쪽 구간 (벽운동마을)
이곳은 벽운동계곡 바로 북쪽 계곡으로 다리 주변으로 약간의 밭두렁과
집들이 여럿 있어 조촐하게 산골 풍경을 그려낸다.


♠  수락산 서울둘레길1코스 벽운동계곡~노원골 구간

▲  메마른 벽운동계곡 하류

벽운동계곡(碧雲洞溪谷)은 수락산의 대표적인 계곡이자 경승지로 벽운계곡, 수락동계곡(水落
洞溪谷), 벽운동천(碧雲洞天) 등의 별칭을 지니고 있다. 수락산 서울 구역에서 가장 깊고 잘
생긴 계곡으로 수락산 정상 서남쪽에서 발원하여 중랑천으로 흘러가는데, 바위와 반석, 소(못
), 여울, 작은 폭포들이 가득한 새콤달콤한 곳으로 여름에는 피서의 성지(聖地)로 꽤 바쁘게
산다.
내가 수락산 그늘에 살던 시절에는 남쪽에 자리한 노원골과 더불어 자주 찾던 계곡으로 비가
많이 내린 이후의 풍경이 아주 일품이라 그때만큼은 설악산과 주왕산, 지리산의 유명 계곡이
아쉽지 않을 정도로 달달한 풍경을 보여준다.

조선 때 서울 근교 경승지로 양반사대부와 선비들의 발길이 빈번했는데, 사도세자(思悼世子)
의 장인이자 혜경궁홍씨(惠慶宮洪氏)의 아버지인 홍봉한(洪鳳漢, 1713~1778)은 이곳에 별서(
別墅, 별장)인 우우당(友于堂)을 지어 종종 머물렀다. 그는 계곡 바위를 두고 하얗게 드러난
수락산 절경이 골짜기와 어우러져 마치 흰구름이 머무는 것 같다며 계곡 이름을 '벽운동'이라
했는데, 그로 인해 이곳 지명이 벽운동이 되었다.
홍봉한이 영의정이 되고 조정에 실세가 되면서 많은 이들이 그의 벽운동 별장을 찾았다. 하여
벽운동은 자연히 양반사대부들의 순례 명소가 되었고, 혜경궁홍씨도 어린 시절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전한다. 
우우당은 여러 건물을 지닌 큰 별서였으나 1957년 덕성학원(덕성여대)이 이곳을 매입해 학생
들의 생활관으로 삼았다. 이후 한옥 상당수를 밀어버리고 새 건물을 지으면서 우우당만 겨우
남게 되었고, 그마저도 근래 무심히 밀어버리면서 지금은 주춧돌 일부만 겨우 남아있다.

생육신(生六臣)으로 유명한 매월당 김시습(梅月堂 金時習)도 이곳에서 잠시 운둔했다고 전하
는데, 그의 유적과 설화는 딱히 전하는 것은 없으나 그가 잠시 스쳐간 인연으로 이곳 계곡길
은 '김시습 문화산책로'란 간판을 달게 되었다.

벽운동계곡이 서울과 수락산에서 꽤 잘나가는 계곡이나 봄가뭄 앞에서는 잘난 계곡, 못난 계
곡 모두 평등해진다. 수분이 거의 말라버려 메마른 모습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계곡
중류나 상류에 가야 수분이 조금 있다.

* 벽운동계곡 소재지 : 서울특별시 노원구 상계동 산1-2일대


▲  서울둘레길1코스 벽운동계곡~노원골 구간 ①

벽운동계곡을 지난 서울둘레길1코스는 다시 산줄기(벽운동계곡 남쪽 산줄기)를 오른다. 그 산
줄기를 넘으면 노원골로 오르락 내리락이 도돌이표처럼 여러 번 이어질 뿐, 경사는 거의 완만
하며, 중간에 전망대 1곳이 있다.


▲  서울둘레길1코스 벽운동계곡~노원골 구간 ②

▲  벽운동계곡~노원골 구간 전망대

속세를 향해 고개를 내민 이곳은 서울둘레길1코스를 닦으면서 지어진 쉼터 겸 전망대이다. 비
록 해발은 낮으나 바로 앞에 상계동 지역을 비롯해 중계동과 하계동, 월계동, 도봉동, 방학동
, 강북구, 중랑구, 도봉산, 북한산(삼각산), 그리고 멀리 아차산~용마산 산줄기까지 시야에
들어와 그런데로 전망대의 이름값을 한다.


▲  벽운동계곡~노원골 구간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봉산(道峯山)의 위엄

▲  벽운동계곡~노원골 구간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남쪽 방향
상계동과 도봉동, 도봉구, 강북구, 도봉산 남쪽 산줄기,
북한산(삼각산) 등이 앞다투어 두 망막에 들어온다.

▲  벽운동계곡~노원골 구간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쪽 방향
아파트로 가득한 노원구(상계동, 중계동, 하계동, 월계동) 지역과 중랑구,
그리고 멀리 아차산~용마산 산줄기까지 시야에 잡힌다.

▲  벽운동계곡~노원골 구간 전망대 남쪽에 닦여진 돌탑 무리들
난쟁이 반바지 접은 것보다 작은 돌탑들이 여럿 뿌리를 내려 조촐하게
그들만의 세상을 일구었다. 이들은 서울둘레길1코스를 닦으면서
전망대와 함께 장식용으로 조성된 것이다.

▲  서울둘레길1코스 벽운동계곡~노원골 구간 ③

▲  서울둘레길1코스 벽운동계곡~노원골 구간 ④
차분하고 시원스럽게 닦여진 숲길 속에 나를 잠시 숨겨둔다.
허나 나를 찾는 이가 없다는 것이 함정.

▲  서울둘레길1코스 벽운동계곡~노원골 구간 ⑤

▲  수락산 노원골 하류

노원골은 바로 앞에 벽운동계곡과 더불어 수락산 서울 구역의 대표적인 계곡이다. 벽운동계곡
보다 규모나 위엄은 다소 떨어지나 골이 깊고 바위와 반석이 많으며, 계곡을 완전히 가릴 정
도로 숲이 무성하다. 게다가 계곡 수심도 얕아서 어린이 물놀이 장소로 아주 좋다. 게다가 주
변 풍경도 달달하여 지역 피서지로 바쁘게 산다. 작지만 야무진 계곡인 것이다.

수락산 그늘에 살던 시절 단골 산책 명소로 그때는 계곡에 약수터가 꽤 많아서 이곳 물을 많
이 떠갔다. 허나 야속한 세월이 약수터 상당수를 잡아가면서 이제는 상당수 무늬만 남아있고
몇몇 샘터는 흔적 조차 더듬기 어렵다. 그들이 없어지거나 무늬만 남은 것은 수질 악화 등,
샘터 주변의 변화 때문인데, 그들의 퇴장은 단순한 퇴장을 넘어서 이곳에 오랜 세월 얽힌 나
의 추억팔이 현장이 그만큼 사라진 것을 의미해 한편으로는 마음이 괴롭다.

* 노원골 소재지 : 서울특별시 노원구 상계1동 산62-1일대


▲  주름진 벼랑과 바위, 푸른 숲이 어우러진 노원골 하류 (서쪽 방향)

▲  노원골 하류 (동쪽 방향)
이곳은 벼랑과 바위 사이로 좁게 협곡을 이루는 곳으로 노원골의
제일 가는 피서 명당으로 꼽힌다.

▲  도시를 코앞에 둔 노원골 하류
노원골은 상계1동 주택가 직전에서 강제 생매장을 당해 어둠의 경로로
중랑천으로 흘러간다. (이는 벽운동계곡도 마찬가지임)

▲  노원골 남쪽 체육시설 (서울둘레길1코스)

노원골을 건넌 서울둘레길1코스는 수락산1보루가 깃든 봉우리 아랫도리로 들어선다. 이 구간
은 오르락 내리락이 연달아 이어지며, 경사도 앞서 구간과 비슷하게 느긋하다. 중간에 채석장
터, 거인발자국바위, 거인손자국바위, 배바위 등의 흥미로운 존재들이 있으며, 거인발자국바
위 이후부터는 남쪽으로 확 트여있어 조망도 일품이다.


▲  노원골 배바위

노원골 남쪽 구간으로 들어서니 체육시설 너머로 배바위와 고래바위라 불리는 바위들이 마중
을 한다.
배바위는 이름 그대로 배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것으로 동네 아이들이 지은 것이라고 한
다. 덩치는 작지만 견고한 모습으로 중간 부분이 낮게 패어있어 2개의 바위처럼 있으나 실상
은 하나의 바위인데, 남쪽 방향을 기준으로 왼쪽(동쪽) 바위는 뱃머리, 오른쪽(서쪽) 바위는
갑판처럼 생겼다고 한다. 허나 제눈이 안경이라고 그리 배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  배바위 서쪽 바위

▲  노원골 고래바위

배바위 옆에 자리한 고래바위는 바다 수면 위로 거대한 모습을 드러낸 고래처럼 생겼다고 해
서 동네 아이들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덩치는 작지만 단단한 모습으로 향유고래와 비슷하
다고 하는데, 바위 옆부분에 주름선이 있어 고래의 옆구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  수락산 서울둘레길1코스 마무리 (채석장터)

▲  노원골~거인발자국바위 구간 ①
달달하게 우거진 숲길로 중간에 수락산1보루, 귀임봉, 온곡초교로
인도하는 산길과 만난다.

▲  노원골~거인발자국바위 구간 ②

▲  거인발자국바위

바위 피부에 커다란 발자국 모양이 화석처럼 진하게 깃들여져 있는데, 마치 거인의 발자국처
럼 생겼다고 해서 거인발자국바위란 재미있는 이름을 지니게 되었다.

옛날에 수락산에 거인이 살았는데, 산을 찾은 사람들과 산에 둥지를 튼 동식물을 지켜주었다
고 한다. 허나 개발의 칼질로 수락산 아랫도리 상당수가 파괴되어 도시가 들어서고 옛날부터
있던 수락산 주변 마을들이 많이 사라져 마을공동체가 파괴되면서 수락산을 버리고 총총히 떠
났다고 한다. 이 전설은 호랑이가 담배 맛을 알기 이전부터 있던 것이 아닌 서울둘레길1코스
를 닦으면서 발견된 이 바위에 그럴싸한 이름을 붙이면서 지은 것으로 이 땅에 천박한 개발의
칼질에 따끔한 지적 차원에서 저렇게 전설을 지은 듯 싶다.


▲  거인발자국바위에 깃든 발자국 모양의 위엄
발가락이 3개인 거인이나 큰 괴물이 바위에 발자국을 남긴 것 같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대자연 형님의 기묘한 작품 앞에 인간은
한없이 작아지고 만다.

▲  수락산 채석장터 - 층층이 닦여진 채석장터 석축

거인발자국바위를 지나 동쪽(당고개 방향)으로 조금 가면 채석장터라 불리는 확 트인 공간이
나온다. 이곳은 수락산의 서남쪽 봉우리인 귀임봉 남쪽 200m 고지로 가파르게 경사진 산자락
에 마치 옛날 산성(山城) 유적이나 돌로 다진 유적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 두 망막을 다소
어리둥절하게 한다.


▲  층층이 주름진 채석장터 석축

이곳은 1960~1970년대 서울 개발에 쓰일 석재를 충당하고자 돌을 캐던 채석장으로 원래는 대
자연이 오랜 세월을 두고 빚은 바위와 벼랑이 펼쳐졌던 곳이다. 1970년대까지 바위를 마구잡
이로 들쑤시며 돌을 캐냈는데, 그로 인해 암벽 피부가 많이 벗겨지고, 지형 또한 적지 않게
강제 성형을 당하는 고통을 겪었다.
보통 채석장이 거쳐간 곳은 벌레가 크게 파먹은 과일처럼 아주 흉물스러운 모습을 보이기 마
련이나 이곳 채석장은 기특하게도 어느 정도 뒷정리를 하고 철수했다. 채석장 일대에 널부러
져 있던 돌을 모아서 질서있게 석축과 돌길을 닦고, 원형광장 모양의 공간도 조성했으며, 주
변에 나무를 심어 채석의 흔적을 크게 지웠다. 그러다 보니 채석장보다는 돌로 닦여진 테마공
간이나 석조 유적 같은 상큼하면서도 조금은 폐허스러운 분위기이다.

수락산을 구석구석 다녔던 나도 '수락산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동안 눈을 감
고 수락산을 오갔던 모양이다. 서울둘레길1코스가 이곳을 지나가 접근성도 썩 괜찮은 편이며,
남쪽과 동남쪽이 확 트인 곳이라 천하를 바라보며 망중한에 잠기기도 좋다. 채석장터 윗쪽에
는 귀임봉을 이루는 큰 벼랑이 있는데, 거기서는 석간수(石間水)가 흘러내린다. 그 벼랑에도
채석의 흔적이 조금은 서려있다.


▲  수락산 채석장터 서쪽 구역에서 바라본 천하

이곳은 귀임봉 남쪽 중턱에서 남쪽과 바라보고 있어 조망에 최적화되어 있다. 하여 여기서는
상계동과 중계동, 하계동 등 노원구 일대를 위시해 중랑구와 동대문구, 도봉구 남부, 강북구,
성북구, 불암산, 아차산~용마산, 북한산(삼각산)이 앞다투어 시야에 들어와 속세에서 오염되
고 상처받은 두 안구가 제대로 호강을 누린다.

        ◀  수락산 채석장터 돌길
이곳은 서울둘레길1코스 수락산 구간 중 거의
유일하게 돌길로 이루어져 있다. 채석장터 구
간이 모두 돌길로 무장된 것으로 돌길 남쪽은
가파른 경사의 벼랑이나 딱히 안전시설이 없어
통행에 주의가 필요하다.

◀  속세를 향해 고개를 든 수락산
채석장터 전망대


▲  수락산 채석장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불암산(佛巖山)과 상계3,4동 지역
수락산과 불암산은 덕릉고개를 사이에 두고 솟아 있는데, 그 사이로
상계동의 예전 중심지인 상계3,4동이 포근히 뉘어져 있다.

▲  수락산 채석장터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쪽 방향
상계동과 중계동 등 노원구 지역과 중랑구, 동대문구, 아차산, 천장산 등

▲  수락산 채석장터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쪽 방향
수락산 서남쪽 산줄기 너머로 북한산(삼각산)과 도봉구, 강북구,
성북구 지역이 망막에 맺힌다.

▲  수락산 채석장터 전망대 동쪽에 있는 큰 바위
채석으로 뜯겨져 채석장터 석축의 일원이 된 작은 돌과 채석 상처를 지닌
커다란 바위가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서로 동병상련의 벗이 되어준다.
그런 바위 너머로 상계3,4동과 중계동 지역에 시야에 들어온다.

▲  수락산 채석장터 원형광장 (동쪽에서 바라본 모습)

수락산 채석장터 동쪽에는 원형광장이라 불리는 독특한 공간이 있다. 채석장에서 버려진 돌을
수습해 동그랗게 공간을 만들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원형광장이나 원형극장과 비슷하다. 원
형광장 주위로는 옛날 성곽이나 제단 흔적처럼 산만하게 정리된 석축과 돌길이 닦여져 신성한
공간 같은 묘한 분위기를 준다.


▲  수락산 채석장터 원형광장

▲  돌들이 어지럽게 늘어선 채석장터 원형광장 서쪽 주변

채석으로 크게 망가진 산자락에서 채석으로 나온 잉여의 돌을 활용해 석축과 여러 석조 공간
을 닦아 아픈 흔적을 크게 가렸다. 그 작은 센스 덕분에 채석장 흔적은 크게 가셨으며, 수락
산에 볼거리를 하나 늘려주어 지역의 조촐한 명소로 새롭게 살아가고 있다.


▲  수락산 채석장터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서울둘레길1코스
수락산 채석장터 구역이 끝나는 곳까지 돌길이 이어져 있다.
이곳만이 지닌 특별한 돌길.

▲  솔내음이 진한 채석장터~거인손자국바위 구간 (서울둘레길1코스)

▲  커다란 바위 앞을 지나는 서울둘레길1코스 (거인손자국바위 이전)

▲  거인손자국바위

채석장터에서 서울둘레길1코스를 따라 당고개공원 갈림길 방향으로 가다 보면 거인손자국바위
란 이름을 지닌 큰 바위가 마중을 한다. 그의 피부에는 커다란 손자국처럼 생긴 모양이 깃들
여져 있는데, 그로 인해 거인손자국바위란 재미난 이름을 지니게 되었다.
그는 앞서 거인발자국바위와 연계된 바위로 옛날에 거인이 수락산에 살면서 산을 찾은 사람과
수락산의 온갖 동식물을 지켜주었다. 허나 20세기 말에 이르러 개발의 칼질로 수락산 주변이
적지 않게 파괴되고 산 아래 마을들이 해체되자 수락산을 버리고 떠났다고 한다. 물론 이 전
설은 서울둘레길1코스를 닦으면서 개방된 이 바위에 거인손자국바위란 이름을 붙이면서 그럴
싸하게 달아놓은 이야기일 뿐이다.


▲  거인손자국바위에 깃든 거인 손자국의 위엄

이렇게 보니 거인이나 그에 준하는 큰 괴물이 바위에 손도장이나 발도장을 찍은 것 같다. 하
여 그 자국이 화석처럼 남은 것은 아닐까? 대자연 형님의 기묘하고도 심오한 작품에 그저 충
격과 공포일 따름이다. 어떻게 저런 모습으로 바위에 새겨진 것일까? 한밤중에 보면 은근히
염통이 쫄깃해질 것 같다.


▲  무성한 숲을 지나는 거인손자국바위~당고개공원 갈림길 구간
(서울둘레길1코스)

▲  거인손자국바위~당고개공원 갈림길 구간 나무데크길 (서울둘레길1코스)

햇님이 하늘 높이 걸려있던 것이 정말 몇 분 전 같은데, 어느덧 그의 퇴근 시간이 되었다. 햇
님은 칼퇴근의 정석이라 지정된 시간에 딱딱 맞춰서 서쪽에 숨겨진 그만의 공간으로 꽁무니를
뺀다. 적어도 학림사입구까지는 가려고 했으나 햇님의 퇴근으로 땅꺼미가 급속도로 짙어져 비
록 상계동 주택가와 가깝고 쉬운 둘레길이라고 해도 이곳은 엄연한 산속이라 가급적이면 일몰
직전에 마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하여 거인손자국바위와 학림사입구 사이인 당고개공원 갈림길에서 수락산 나들이를 마치고 당
고개공원으로 내려갔다. 어차피 집에서도 가까운 곳이라 언제든지 다시 인연을 지을 수 있다.

이렇게 하여 수락산 서울둘레길1코스 봄 나들이는 대단원의 막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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