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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도심 속에 숨겨진 일품 폭포, 북한산 구천폭포 '
(북한산둘레길 흰구름길)

▲  구천폭포 상단 


 

지구 온난화를 등에 업고 나날이 비대해지는 여름, 그 여름이 한참 기지개를 켜며 무더운
이빨을 드러내던 6월 한복판에 여름 제국(帝國)의 이른 핍박에서 잠시 벗어나고자 북한산
(北漢山, 삼각산) 동쪽 자락에 묻힌 구천폭포를 찾았다.

동그란 햇님이 하늘 복판에 걸려있던 오후 2시, 수유역에서 일행들을 만나 강북구 마을버
스 01번을 타고 4.19국립묘지 윗쪽에 자리한 아카데미하우스<통일교육원, 이준 묘역 입구
> 종점에서 두 발을 내린다. 여기서 구천계곡을 따라 15분 정도 들어가면 피서의 구세주,
구천폭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  대자연이 서울에 내린 크나큰 선물, 북한산 3대 폭포의 하나로
오랫동안 찬양을 받고 있는 구천폭포(九天瀑布)

▲  구천폭포 하단(아랫폭포)

구천폭포를 품은 구천계곡은 북한산 동부를 장식하고 있는 주요 계곡의 하나로 계곡 상류 200
~250m 고지에 북한산 3대 폭포(구천폭포, 동령폭포, 개연폭포)의 하나인 구천폭포가 1폭의 수
채화처럼 도도하게 걸려있다.
이 폭포는 '수도폭포'라고도 하며, 폭포 상단에 '구천은폭(九天銀瀑)'이란 바위글씨가 새겨져
있어 그 글씨 그대로 '구천은폭'이라 불리기도 한다.

폭포는 상/중/하단(넓게 나누면 4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
은 하단(아랫폭포)이다. 구천계곡 산길은 폭포 직전에서 2갈래로 갈라지는데, 여기서 직진하면
바로 폭포 하단이며 왼쪽으로 가면 구천폭포의 윗도리와 진달래능선, 북한산성 대동문으로 이
어진다.
누워있는 계곡을 일으켜 세운 듯, 비스듬한 경사의 암벽을 타고 내려오는 폭포의 모습에 '이게
구천폭포야? 장난해??' 다들 실망을 금치 못한다. 허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구천폭포의 맛보기
버전이지 본 모습은 아니다. 그의 실체는 여기서 더 올라가야 나오니 괜히 폭포의 농간에 발길
을 돌리지 말자~~~!

폭포 하단은 높이가 약 20~25m 정도로 폭포를 이루는 암벽은 새하얀 피부를 자랑하며 폭포 앞
에는 자연이 오랜 세월을 두고 빚은 암석과 바위들이 이리저리 널부러져 있고, 폭포 동남쪽에
는 넓은 공터가 있다. 우리는 그 공터에 자리를 잡고 속세에서 가져온 행동식을 섭취했다.
일행들이 가져온 먹거리는 김밥과 떡볶이, 순대, 온갖 과자, 막걸리, 파전, 도토리묵 등 참으
로 다양했다. 버스에서 내려 겨우 15분 정도 올라온 곳이지만 기분은 마치 2시간 이상 올라온
느낌으로 속세보다는 하늘과 조금 가까운 곳이라 그런지 모두가 꿀맛이다.
그렇게 폭포 앞에서 푸짐한 행동식에 곡차(穀茶) 1잔 겯드리다가 계곡에 두 손을 담구며 잠시
이른 더위의 염통을 쫄깃하게 만든다. 정말 기분 같아서는 두 발과 몸까지 물에 푹 담구고 싶
었으나 그러지는 못하고 대신 폭포의 상단을 보고자 폭포 암벽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폭포 하단을 이루고 있는 하얀 피부의 암벽은 경사가 완만해 기어오르기는 쉽다. 하지만 파리
가 미끄러질 정도로 미끄러운 구석도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그렇게 폭포 하단을 딛고 올라서
면 폭포의 중단(중간 부분)이다.


▲  구천폭포 중간에서 바라본 하단

▲  구천폭포 중단(중간폭포)

접근성이 쉬운 폭포 하단과 달리 중단(중간 폭포)은 거의 숨겨진 속살이다. 경사 30도의 바위
를 미끄럼틀 삼아 2줄기의 폭포수를 이루며 힘차게 쏟아지는데, 이 폭포는 어디까지나 구천폭
포의 중간이지 본폭포는 아니다. 폭포 주변은 하얀 바위가 암벽을 이루며 은빛 절경을 빚는다.


▲  외부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 중간폭포 못
혹시 선녀 누님의 숨겨진 욕탕(浴湯)은 아닐까?

▲  슬슬 꽁무니를 드러내는 구천폭포의 상단(윗폭포)

▲  구천폭포 상단(윗폭포)의 위엄

구천폭포 상단은 구천폭포의 진정한 위엄과 매력을 패기있게 보여주고 있다. 그저 폭포의 아랫
도리만 보고 그것이 구천폭포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서울 부도심에 들어와 서울 전부를 봤
다고 우기는 것과 마찬가지의 오류이다. 폭포는 자신의 준수한 모습을 천하에 보이기가 싫어서
아랫폭포를 내세워 구천폭포의 전부인냥 눈속임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긴 신(神)과 동물 사
이에서 어정쩡하게 자리만 축내는 사람들이 잔뜩 몰려와봐야 그저 폭포와 계곡만 괴로우니 그
심정이 십분 이해가 간다.
어쨌든 폭포의 속임수를 간파하고 폭포 옆 산길이나 폭포 암벽을 열심히 발품을 팔면 중간 폭
포가 나오고 그곳을 지나면 바로 이곳의 백미(白眉)인 윗폭포가 수줍은 듯 모습을 드러낸다.

동쪽을 향해 하얀 비단을 늘어트린 듯 장엄한 모습의 폭포 상단은 2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성
나게 쏟아지는 폭포수가 윗도리 중간에서 방향을 꺾어 우렁찬 소리를 지르며 위엄 돋게 쏟아진
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바위와 숲이 죄다 흔들릴 정도이며, 멋모르고 놀러온 귀신과 악귀
도 놀라서 정신줄을 놓을 정도이다. 폭포의 높이는 대략 25m 정도로 상/중/하단을 모두 합치면
대략 60m 정도 된다.
이렇게 잘생기고 장대한 자연산 폭포가 나와 같은 서울 하늘 밑에 있다니 그저 믿기지 않으면
서도 한편으로 정말 영광스럽다. 일행들도 의외에 장소에서 보석을 발견한 듯, 감탄을 하느라
입을 좀처럼 다물 줄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흔히 서울하면 키다리 빌딩과 사람과 차량으로
번잡한 거리만 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서울에 이런 폭포가 버젓히 있으니 놀라 기절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만약 폭포 사진
만 들이민 채, 그의 정보를 말해주지 않으면 다들 강원도나 경기도 동북부, 지방 어딘가의 폭
포로 여길 것이다. 허나 이 폭포는 엄연히 서울에 있다. 서울 도심에서도 무척 가까운 곳에 말
이다.

참고로 서울에는 잘생긴 폭포가 북한산의 품에 집중 분포하고 있다. 평창동(平倉洞)에 동령폭
포는 북한산 3대 폭포의 하나로 당당히 꼽히며, 진관사계곡과 삼천리골(삼천사계곡), 불광사(
佛光寺)계곡에 구천폭포 수준은 아니지만 소소한 폭포들이 여럿 널려있다. 그외에 나의 즐겨
찾기 명소의 하나인 북악산 백사실(백석동천, ☞ 관련글 보러가기)에도 백사폭포(동령폭포)라
불리는 폭포가 있는데 작고 아담한 것이 나름 패기가 있다.


▲  하얀 명주를 늘어트린 듯한 구천폭포 상단의 아랫폭포

▲  윗폭포에 진하게 새겨진 '구천은폭' 바위글씨

윗폭포 상단 우측의 바위 피부를 가만히 살펴보면 왠 한자가 눈에 밟힐 것이다. 모두 4자가 쓰
여 있으나 얼핏 보면 3자로 보일 수도 있는데, 그 글씨는 '구천은폭(九天銀瀑)'으로 여기서 은
폭이란 은빛처럼 아름다운 폭포를 뜻한다.
해서체로 쓰인 이 글씨는 17세기 중반, 당대 명필인 이신(李伸)이 쓴 것이라고 전한다. 인조의
3째 아들인 인평대군(麟坪大君)이 청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 수행원으로 따라갔으며, 경희궁(
慶熙宮) 흥화문(興化門) 현판 글씨를 남기기도 했다. 그의 글씨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대궐에
쓴 글씨는 밤에도 그 빛이나 어둠을 훤히 밝혔다'고 찬양할 정도였으며, 글씨 외에도 그림과
무예에도 능했다. 그는 이 폭포와도 인연이 있었는지 이렇게 4자를 남겨 폭포에 퐁당퐁당 빠진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글씨의 위치가 그리 쉬운 자리가 아니어서 어떻게 저런 위치에 글씨를 썼을까 궁금하다.
사다리를 올려놓고 했을까? 위에서 줄을 잡고 내려와 새겼을까? 아니면 폭포를 다녀간 선녀 누
님이나 신선 형님들이 이신의 글씨체를 흉내내서 몰래 한 글자 남긴 것일까? 요즘 같은 세상에
도 저런 자리에 글씨를 새기는 것이 쉽지가 않은데, 장비와 시설이 열악하던 옛날에는 어떻게
했을까 그저 궁금할 따름이다.


▲  윗폭포 상단과 구천은폭 바위글씨

※ 구천폭포 찾아가기 (2016년 8월 기준)
* 지하철 4호선 수유역(4번 출구)에서 강북구 마을버스 01번을 타고 아카데미하우스 종점 하차,
  구천계곡 산길을 따라 도보 15분
* 서울역버스환승센터, 남대문시장(4호선 회현역), 대학로(4호선 혜화역), 성신여대입구역(4호
  선), 길음역(4호선)에서 104번 시내버스를 타고 강북청소년수련관 종점에서 하차. 강북구 마
  을버스 01번으로 환승하거나 도보 25분
* 소재지 - 서울특별시 강북구 수유동 산127-1


 

♠  구름을 거닐듯 편안한 숲길, 북한산둘레길 흰구름길

▲  녹음이 짙은 흰구름길

구천폭포에서 2시간 정도 신선놀음 못지 않은 시간을 보내다가 아쉬움을 뒤로 하며 다시 아카
데미하우스로 내려왔다. 마음 같아서는 속세를 잠시 잊고 더 머물고 싶지만 이곳이 우리의 전
용 공간도 아닐 뿐더러 우리가 있어야 될 곳은 폭포가 아닌 속세의 한복판이기 때문이다. 아무
리 좋은 자리라고 해도 적당히 머물러야 뒷탈이 없는 법인데, 인간들은 그 쉬운 원칙을 알면서
도 제대로 깨닫지를 못해 늘 욕을 본다.

햇님의 퇴근 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고, 날씨도 조금은 선선해져서 구천폭포 입구를 흘러가
는 북한산둘레길 흰구름길을 잠깐 거닐기로 했다.
북한산둘레길은 북한산과 도봉산(道峯山), 사패산(賜牌山)의 밑도리를 지나는 21개 구간, 71.5
km의 장대한 산길이다. 이름도 어여쁜 흰구름길(북한산둘레길 3구간)은 이준열사묘역입구에서
북한산과 속세의 경계를 수 차례 넘나들다가 북한산생태숲(성북생태체험관)에 이르는 4.1km 구
간으로 구름을 만날 것 같은 이쁜 길 이름과는 달리 현실은 겨우 해발 100~150m를 왔다갔다하
는 구름도 만질 수 없는 얕은 높이이다. 그러니 괜히 이름에 속지 말자~~!

흰구름길은 북쪽으로 순례길(북한산둘레길 2구간), 서남쪽으로는 솔샘길(둘레길 4구간)과 이어
지며, 그리 각박한 경사가 없는 정말 착한 산길이다. 별로 힘들지 않은 코스라 마실 삼아 가다
보면 길게 잡아도 1시간 20~30분 내외면 완주할 수 있는데, 이 구간에는 화계사, 본원정사(☞
관련글 보러가기), 삼성암 등의 오래된 절과 냉골, 빨래골 등의 계곡, 조병옥(趙炳玉, 1894~
1960)박사묘, 구름전망대 등의 조촐한 명소가 있어 무작정 앞사람 뒷통수만 보며 걸을 것이 아
니라 이들 명소를 제대로 겯드리며 거닐으면 정말 알차고 배부른 둘레길 나들이가 될 것이다.


▲  냉골 (조병옥박사묘 입구)


▲  나무로 지어진 구름전망대

흰구름길 구간에는 냉골(화계사와 본원정사 중
간)이란 깊은 골짜기가 있다. 찻길이 냉골 윗쪽
에 있는 영락기도원까지 나 있어 차량들도 마음
편히 바퀴를 굴릴 수 있는데, 냉골공원지킴터에
서 칼바위능선으로 조금 오르면 현대사의 주요
인물인 유석(維石) 조병옥박사의 묘역이 있다.

또한 화계사 남쪽 산자락에는 속세를 향해 고개
를 쳐든 높은 전망대가 있다. 이 전망대는 둘레
길의 이름을 따서 간단히 구름전망대라 부르는
데, 그렇다고 구름까지 닿는 높이는 아니다. 전
망대 꼭대기까지는 계단이 빙글빙글 늘어져 있
으며, 20m 내외 높이인 전망대 꼭대기에 올라서
면 강북구와 도봉구, 성북구, 노원구를 비롯해
북한산 동부의 주요 봉우리와 도봉산, 수락산(
水落山), 불암산(佛巖山) 등이 거침없이 들어와
조망이 제법 일품이다.


▲  구름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산 동쪽 자락과 도봉산(오른쪽 산줄기)
녹색 물결이 일렁이는 북한산 동쪽 자락, 그 너머로 백운대(白雲臺, 북한산 꼭대기)와
인수봉(仁壽峯)을 비롯하여 북한산 동쪽 봉우리 능선이 두 눈에 들어온다.

▲  구름전망대에서 바라본 천하 (수유동, 우이동, 도봉구 지역)
정면 왼쪽에 보이는 산이 도봉산, 오른쪽에 멀리 보이는 산이 수락산이다.


▲  구름전망대에서 바라본 천하 (서울 강북구, 노원구 지역)
정면에 멀리 보이는 산이 불암산이다. (그 왼쪽이 수락산)

▲  구름전망대에서 바라본 천하 (미아동, 월곡동 지역)

▲  숲속으로 인도하는 흰구름길 (화계사 남쪽)
화계사를 끝으로 짧게 진행된 북한산 구천폭포, 흰구름길 초여름 나들이는
대단원의 막을 고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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