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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의 대표 지붕, 배봉산


' 서울 도심의 상큼한 뒷동산, 동대문구 배봉산 '

배봉산 정상과 배봉산보루
▲  배봉산 정상(배봉산보루)

배봉산둘레길 배봉산 능선길

▲  배봉산둘레길

▲  배봉산 북쪽 능선길

 


배봉산(拜峰山, 106m)은 동대문구의 대표 지붕으로 전농동(典農洞)과 휘경동(徽慶洞)에
걸쳐있는 조촐한 뫼이다. 그는 서울시립대학교의 상큼한 뒷동산이기도 한데, 20대 한복
판에 그 학교를 다니면서 배봉산의 그늘 맛을 오랫동안 누렸다. 하지만 그를 제대로 둘
러본 적은 단 1번도 없었다.
그 시절 사도세자(思悼世子)의 무덤이 배봉산에 잠깐 있다가 수원 부근으로 간 것은 알
고 있었다. 허나 그것이 배봉산 이력서의 전부라 여겼고, 나를 흥분시킬 건덕지도 없다
보니 그에게는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았다.

대학교 졸업 이후, 오랫동안 배봉산을 잊고 살다가 2017년 이후, 산 정상에서 고구려가
닦은 보루가 발견되었다는 풍문을 들었다. 고구려(高句麗) 앓이가 심한 나에게 그 소식
은 배봉산을 180도 달리 보는 계기가 되었고, 보루터가 정비되고 둘레길이 닦였다는 풍
문까지 전해 듣고는 배봉산이 무지하게 당겨 간만에 그의 품을 찾았다.
비록 오랫동안 관심도 주지 않았으나 배봉산은 그런 나를 활짝 맞이해주었고 고구려 보
루와 둘레길, 울창한 숲까지 지닌 배봉산에 퐁당퐁당 반해 이후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여러 번 발걸음을 했다.


♠  배봉산 입문

▲  배봉산 삼육서울병원 기점

이번 배봉산 나들이는 배봉산 북쪽인 삼육서울병원에서 시작했다. 회기역(1호선, 경의중앙선,
경춘선)에서 가까운 삼육서울병원 구내로 들어서 숲이 보이는 남쪽으로 쭉 올라가면 그 숲이
바로 앞에 나타나면서 배봉산을 알리는 이정표가 마중을 하는데, 거기가 바로 배봉산 삼육서
울병원 기점이다.
여기서 숲속으로 들어서면 바로 배봉산둘레길과 능선길이 나타난다. 다른 뫼는 어느 정도 들
어가야 능선길과 둘레길이 나오지만 여기는 금방 나온다. 그만큼 산이 작기 때문이다.


▲  배봉산둘레길 삼육서울병원 남쪽 구간

▲  휘경원(徽慶園)터 안내문 주변

배봉산 북쪽 능선에 올라서면 휘경원터를 알리는 안내문이 마중을 한다. 휘경원은 정조(正祖)
가 무지 사랑했던 후궁이자 순조(純祖)의 생모인 수빈박씨(綏嬪朴氏, 1770~1822)의 묘역으로
배봉산 자락에 잠시 신세를 진 기억이 있다.
묘역의 규모는 서쪽으로 휘경중학교부터 휘경원터 안내문이 있는 배봉산 북서쪽 자락까지 이
르렀는데, 1855년 10월 순강원(順康園, 남양주시 진접읍 내각리)으로 이전되었다가 풍수지리
상 문제가 발생하여 1864년 5월 광릉(光陵) 부근 부평리로 이전되었다.
비록 휘경원은 다른 곳으로 갔으나 그 휘경원 때문에 이곳 동네 이름이 휘경동이 되었다.


▲  휘경원터 안내문 주변에서 만난 상사화(꽃무릇) (9월 풍경)

붉은 피부가 인상적인 상사화는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자랄 때는 정작 꽃이 없어 서
로 만날 수가 없다는 꽃이다. 생긴 것은 정말 근심 걱정이 없을 정도로 어여쁘지만 꽃과 잎이
서로 볼 수 없다는 사연 때문에 어긋난 사랑 관련 이야기에 단골로 등장한다.


▲  배봉산 북쪽 능선길 ①

동대문구 동부에 홀로 솟은 배봉산은 해발 106m의 뫼이다. 주변에 보이는 아차산과 용마산,
인왕산, 남산 등에 비해 키와 덩치는 많이 딸리나 평지 일색인 동대문구에서 가장 하늘과 가
까운 뫼라 자연히 동대문구의 대표 지붕을 이루고 있다.
산세는 남북으로 길게 이어져 있고 동서의 폭은 좁은 편인데, 사가정로 남쪽에 솟은 답십리공
원(답십리근린공원)도 배봉산의 일원이다. 정상 주변을 제외하고 경사는 완만하며, 산 동쪽에
는 중랑천이 흐르고 있고, 북쪽과 서쪽은 평지, 남쪽은 언덕(답십리공원)이 이어져 있다. 그
러다 보니 호랑이가 담배 맛을 알기 훨씬 이전부터 아주 짧게나마 전략적 요충지로 주목을 받
아 고구려(고구리)가 산 정상에 보루를 닦았으며, 2015년까지 군부대가 들어앉아 주변을 지켰
다.

조선 때는 나라에서 운영하던 목마장(牧馬場)의 울타리가 있었으며, 조선 후기에는 사도세자(
思悼世子)의 묘인 수은묘<垂恩墓, 영우원(永祐園)>와 수빈박씨의 휘경원 등 왕족 2명이 이곳
의 신세를 지기도 했다. <사도세자의 묘는 화성 융릉(隆陵)으로 이전됨>
배봉산의 유래에 대해서는 ① 정조가 이곳을 지날 때마다 부친의 묘역을 향해 배례(拜禮)를
하니 백성들도 따라서 절을 올렸다고 해서 그리 불렸다는 설 ② 산에 영우원, 휘경원 등의 왕
실 묘역이 닦이면서 그 앞을 지나가는 백성들이 고개를 숙이며 지나가서 그리 불렸다는 설 ③
산의 모습이 한양도성을 향해 절을 하고 있는 형세라 그리 불렸다는 설이 있다. 그들 모두 타
당성이 있으나 1번과 2번 설에 크게 무게를 두고 있다.


▲  배봉산 북쪽 능선길 ②

▲  배봉산 북쪽 능선길 ③

20세기 중반 이후, 개발의 칼질이 배봉산에 마구 가해지면서 산 주변이 적지 않게 망가졌으며
, 1973년 6월에는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소속의 방공단 군부대가 정상에 들어앉으면서 정상
부는 금지된 땅이 되고 만다. 다행히 1977년 7월 9일, 살아남은 숲 265,582㎡가 배봉산근린공
원으로 지정되어 더 이상의 훼손은 면하게 되었다.
딱히 볼만한 명소도, 흥미거리도 없다 보니 이 땅에 흔한 동네 뒷산으로 조용히 머물러 있다
가 정상에서 산삼보다 아주 귀한 고구려 보루가 발견되면서 천하의 주목을 조금씩 받기 시작
했다. 이후 배봉산둘레길이 산 허리에 둘러지고, 숲속도서관 등이 들어섰으며, 산길이 정비되
고 운동시설과 쉼터가 닦이는 등, 한참 몸단장을 거쳤다.
이렇게 고구려란 달콤한 재료가 깃든 배봉산보루와 걷기 좋은 배봉산둘레길, 울창한 숲과 산
길, 거기에 일품 조망까지 사람들의 취향을 고루고루 저격하는 요소를 갖추니 찾는 이가 나날
이 늘어나 이제는 동대문구의 꿀명소로 부상했으며, 산 서쪽에는 90년 역사를 지닌 서울시립
대가 들어앉아 많은 인재들을 길러내고 있다.

배봉산으로 들어서려면 삼육서울병원이나 서울시립대학교, 배봉산숲속도서관에서 접근하는 것
이 편하다. 산세가 작아서 어디서 올라가든 20여 분, 길어봐야 30분 내외면 충분히 정상에 도
달하며, 정상을 찍고 반대편으로 내려가 둘레길을 1바퀴 돌아도 2시간 내외면 충분하다. 그야
말로 동네 뒷동산에 최적화된 착한 산이다. 그런 산을 왜 이제서야 제대로 둘러보게 되었을까
? 비록 옛날에는 볼거리가 없어 그리 했지만 그새 많은 장식물을 달게 되었으니 사람에게 옷
이 날개이듯, 산에게는 문화유산과 명소가 날개이다.


▲  배봉산 북쪽 능선길 ④

▲  배봉산 북쪽 능선길 ⑤

배봉산 능선은 휘경2동주민센터 남쪽 휘경광장에서 배봉산 정상을 거쳐 답십리공원까지 남북
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사가정로 남쪽에 솟은 답십리공원도 배봉산의 일원이나 사가정로 개
설과 주거지 조성으로 산줄기가 끊겨 거의 남남처럼 되었으며, 휘경광장에서 사가정로 북쪽
산줄기만 배봉산근린공원이란 간판을 달고 있다.

정상 주변을 제외하고 경사는 거의 느긋하며 숲이 짙어 걷는 맛이 좋다. 길 곳곳에 쉼터와 운
동시설이 닦여져 있고, 서울시립대와 휘경동, 전농동으로 내려가는 산길이 도처에서 손을 내
밀어 언제든 속세로에 탈출이 가능하다. 능선 좌우로 서울시립대와 전농동, 휘경동은 물론 아
차산~용마산~망우산 산줄기와 봉화산(烽火山) 등이 바라보여 조망도 괜찮은 편이며, 배봉산둘
레길이 능선길 옆으로 잠깐 흐른다. (둘레길은 나무데크길로 이루어져 있음)


▲  배봉산 정상 북쪽 밑 (가운데 봉긋 솟은 곳이 정상)

능선길에 들어서 불과 10여 분 정도 오르니 배봉산 정상 북쪽 밑에 이른다. 여기서 봉긋 솟은
언덕이 바로 정상이라 '벌써 다 왔나? 이게 전부야?' 싶어 싱거울 수 있을 것이다. 허나 배봉
산은 북한산(삼각산)이나 관악산 수준도 아니요. 동네 뒷동산이니 그 이상을 바라면 안된다.


▲  배봉산 정상 북쪽 밑에서 바라본 휘경동과 중랑구 지역,
아차~용마~망우산 산줄기


♠  배봉산 정상에 소중히 깃든 배봉산보루(拜峰山堡壘)
- 서울 지방기념물 42호


▲  배봉산 정상과 보루터

배봉산 정상(해발 106m)은 푸른 초원 같은 싱그러운 모습을 지니고 있다. 숲이 울창한 주변과
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고, 봉우리 역시 주변과 너무 이질적이라 정상부에 인공으로 얹혀진 두
툼한 언덕 같은 느낌이 진하게 든다. 허나 인공(人工) 조미료가 너무 가해져서 그렇지 원래부
터 있던 배봉산 정상이 맞다.

동대문구에서 가장 하늘과 맞닿은 이곳에는 고구려의 거룩한 흔적인 배봉산보루터가 있다. 그
는 배봉산에 대한 부실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은 장본인으로 중랑천 서쪽에서 발견된 최초의
고구려 군사 유적으로 가치가 높다. 금이나 산삼보다 더 발견이 어렵다는 고구려 보루가 청량
리 뒷산인 배봉산에 깃들여져 있음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고구려는 백제(百濟), 신라(新羅)와 서울과 경기도, 중부지방, 평안도는 물론 멀리 산동반도
와 황하 주변, 감숙성, 강소성 등 중원대륙 곳곳에서 국경을 맞대며 700년 이상 치열하게 자
웅을 겨루었다. 그들의 격돌 현장에는 천하 제일의 대도시로 콧대가 높은 서울도 있는데, 고
구려는 한강 유역을 지키고자 아차산~용마산~망우산, 봉화산 등 적당한 뫼에 보루를 주렁주렁
달아놓았다. 배봉산은 가까운 그들을 보조하며 중랑천 서쪽을 지키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여
겨진다.
7세기 이후, 서울 지역이 신라의 영역이 되면서 배봉산 보루는 완전히 버려진 것으로 보이며,
이후 장대한 세월의 거친 흐름과 대자연의 집요한 괴롭힘으로 보루는 산의 일부로 녹아들고
흔적 일부만 간신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1973년 6월, 수방사 방공단에서 이곳에 군부대를 닦아 머물면서 정상부는 금지된 정상으로 꽁
꽁 묶이고 만다. 그로 인해 보루터는 햇살은커녕 더욱 고통을 받게 되었으나 고구려가 이곳을
떠나고 1,400년 만에 다시 군사기지의 역할을 하게 되었으니 예나 지금이나 군사적 요충지로
서의 매력은 여전했던 모양이다.


▲  유리막에 감싸인 보루터 기저부와 주혈터 일부

배봉산 정상에 40년 이상 들어앉았던 군부대는 2015년에 떠났고, 그 군사시설을 철거하는 과
정에서 유적 상당 부분이 파괴되는 고통을 겪었다.
2016년 배봉산공원 조성을 위해 사전 발굴조사를 벌였는데, 경사면을 따라 타원형의 주혈군(
柱穴群, 기둥을 세운 흔적)과 돌을 쌓은 적석렬(積石列) 흔적, 6개의 기단(基壇) 흔적 등이
새로 발견되었다. 주혈군은 대략 3열을 이루고 있었고, 주혈 내부에서 나무 기둥 흔적이 나왔
으며, 주혈군 바깥쪽에는 할석으로 다진 너비 1m 내외의 석렬 흔적이 나왔다. 또한 타날문토
기 조각과 경질토기 조각 등이 햇살을 보았으며, 멀리 선사시대 유물도 여럿 나와 그 시절부
터 주거지로 쓰였던 듯 싶다.

배봉산보루의 면적은 약 1,243㎡ 규모로 나무 기둥을 설치해 토축을 조성하고 석축으로 외벽
을 쌓았다. 그 구조는 복원된 아차산4보루와 아차산 남쪽에 있는 홍련봉(紅蓮峰)보루에서 확
인되는 고구려 축성 기법과 같다.
이처럼 고구려 보루임이 드러나자 동대문구에서 격한 관심을 보이며, 서울시에 지방문화재로
삼아줄 것을 요청했고, 2017년 2월에 지방기념물의 지위를 누리게 되었다. 또한 정상부를 푸
른 초원처럼 산뜻하게 정비하면서 보루 흔적은 모두 땅 속에 묻었으며, 주혈터 일부와 기저부
(基底部) 흔적 일부만 꺼내 유리막을 씌우고 속세에 공개했다. 비록 속세에 개방된 보루 흔적
은 그들이 전부라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보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 배봉산보루 소재지 :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전농동 산32-20


▲  유리막에 봉인된 보루터 기저부 흔적

배봉산 정상부는 2018년 7월에 정비가 끝나 속세에 해방되었다. 고구려 보루와 군사시설, 그
리고 공원 정비까지 인공이 적지 않게 더해지면서 정상부 주변과는 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
되었으나 지금이야 그렇지 시간이 적지 않게 흐르면 자연의 일부로 완전히 정착하게 될 것이
다.


▲  유리막에 봉인된 주혈 구멍(기둥을 세운 흔적)

▲  상큼한 모습의 배봉산 정상(배봉산보루터)

정상에는 의자와 탁자 등의 쉼터와 나무 여러 그루가 닦여져 있고, 푸른 잔디가 가득 입혀져
있어 푸른 초원이나 언덕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루터 흔적 일부는 정상 동쪽에 유리막
에 봉인되어 누워있으며, 사방(四方) 가까운 곳에 적당한 뫼가 없다 보니 낮은 높이에 비해
조망은 휼륭하다. 하여 가까이로 전농동과 휘경동, 청량리, 장안동을 비롯해 아차~용마~망우
산 산줄기, 중랑구와 광진구, 성동구 지역, 멀리 중구와 남산, 서울 도심부, 인왕산, 송파구,
강동 지역 등이 흔쾌히 시야에 들어와 두 눈이 호강을 한다.
이러니 고구려가 군침을 흘리며 보루를 만들었고, 1970년대 수방사 또한 이곳에 군사시설을
닦았던 것이다.


▲  배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천하 ①
중랑구 북부 지역과 봉화산(가운데 솟은 뫼)

▲  배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천하 ②
휘경동, 장안동, 면목동, 중랑구 지역과 망우산~용마산~아차산 산줄기
(가운데 솟은 뫼가 용마산)

▲  배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천하 ③
장안동과 답십리, 중랑구, 광진구, 송파구, 강동구 지역과
남한산성, 대모산 등

▲  배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천하 ④ 남산(南山)과 저녁 노을
가운데 솟은 존재가 서울 도심의 오랜 남주작(南朱雀)인 남산이다.

▲  배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천하 ⑤
서울 도심부와 인왕산, 북악산(백악산), 북한산(삼각산) 산줄기

▲  슬슬 저물어가는 배봉산 정상과 점점이 찍힌 구름들이 인상적인
초가을 하늘 (9월)

▲  배봉산 정상 남쪽 밑부분

배봉산 정상부의 경사면은 흙주머니로 다져진 결속토낭(結束土囊)공법으로 정비되었다. 그 토
낭들은 성벽을 이루는 성돌과 너무 닮아서 처음에는 보루를 복원한 것으로 오인을 했었다. 허
나 보루는 복원되지 않았으며, 이들 토낭은 성벽이나 성돌이 아니니 햇갈리지 않도록 한다.
투수성(透水性)과 식생(植生)이 가능한 토낭을 옹벽이나 언덕 경사면에 쌓고 결속판으로 연결
시킨 것으로 기존에 많이 쓰인 철근 콘크리트 공법을 친환경 공법으로 크게 순화시킨 것이다.


▲  나그네의 마음을 들었다 놓는 구절초의 하얀 물결 (정상 남쪽 밑)
봄과 여름에는 구절초 등의 야생화가, 가을에는 억새 등이 향연을 펼친다.

▲  남쪽 밑에서 바라본 배봉산 정상부


♠  배봉산 마무리 (배봉산둘레길)

▲  배봉산 남쪽 능선길

정상이란 자리는 오래 누리려고 하면 반드시 탈이 나는 법, 적당하게 정상을 누리다가 남쪽으
로 내려갔다.
남쪽 능선은 북쪽 능선 못지 않게 숲이 짙은데, 북쪽보다는 조금 경사가 있으나 그리 염려할
정도는 되지 않는다. 그 길을 조금 내려가면 앞서 만났던 배봉산둘레길이 다시 나타나며, 그
둘레길을 타고 5~6분 정도 내려가면 배봉산근린공원의 남쪽 끝을 잡고 있는 '배봉산숲속도서
관'에 이른다. (배봉산 정상에서 배봉산숲속도서관까지 10여 분 걸림)
이곳은 배봉산으로 인도하는 남쪽 기점으로 바로 남쪽에 배봉산을 남/북으로 갈라버린 사가정
로가 지나가며, 그 남쪽에 보이는 산 역시 배봉산의 일원이다. 허나 그곳은 '답십리공원'이란
별도의 간판을 지니고 있다.


▲  배봉산 남쪽 능선에서 만난 육각형 정자
주변이 나무들로 꽁꽁 감싸여 있어 조망은 별로이나 숲내음이 진하여
잠시 쉬어가기에는 좋은 곳이다.

▲  배봉산둘레길 남쪽 구간

배봉산 허리에 둘러진 배봉산둘레길은 4.5km의 도보길로 천하에서 가장 편한 산둘레길로 찬양
받았던 안산자락길보다 한층 편안한 수준을 자랑한다. 배봉산 품으로 들어서면 바로 배봉산둘
레길과 만나는데, 대부분 구간이 무장애급 나무데크길로 이루어져 있으며, 경사도 별로 없어
정말로 걷기 좋은 둘레길이다. 휠체어도 이동이 가능하며, 1시간 정도면 충분히 1바퀴가 가능
하다.


▲  배봉산 서쪽 숲을 가르며 흘러가는 배봉산둘레길 ①

▲  배봉산 서쪽 숲을 가르며 흘러가는 배봉산둘레길 ②

▲  배봉산 서쪽 숲을 가르며 흘러가는 배봉산둘레길 ③

▲  배봉산 서쪽 숲을 가르며 흘러가는 배봉산둘레길 ④

▲  배봉산둘레길 신갈나무쉼터 (서울시립대 뒤쪽)

▲  서울시립대 뒷쪽을 지나는 배봉산둘레길
둘레길 소음이 학교와 주택가에 퍼지는 것을 막고자 길 옆에
나무 담장을 둘렀다.

▲  지그재그 굴곡미를 보여주는 배봉산둘레길 (서울시립대 뒷쪽)
경사가 각박한 구간에 무장애 수준의 도보길을 내다보니 저런 재미나면서도
한편으로는 답답한 선형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  다시 만난 배봉산 북쪽 능선길

아까 이 길을 통해 배봉산 정상으로 올라갔는데, 어느새 정상을 찍고 배봉산둘레길을 반바퀴
를 돌아 다시 여기로 돌아왔다. 우리네 인생을 흔히 다람쥐 챗바퀴 도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
는데, 여기서도 나는 챗바퀴를 돌았다.


▲  배봉산 북쪽 끝인 휘경광장

숲속에 잠긴 휘경광장은 배봉산의 북쪽 끝이자 북쪽 기점으로 쉼터와 운동시설,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흙길을 갖추고 있다. 배봉산둘레길이 여기서 크게 각을 지며 지나가며, 여기서 북쪽
으로 내려가면 휘경2동주민센터와 이어진다.
여기서 배봉산 나들이를 마무리 지으려고 했으나 바로 가기가 섭하여 둘레길을 조금 타고 배
봉약수터까지 이동했다.


▲  배봉약수터

배봉산은 비록 작지만 엄연한 뫼인지라 샘터가 여럿 전하고 있다. 배봉약수터는 배봉산 동쪽
자락 휘경2동에 있는 샘터로 아직 수질은 양호하여 물 섭취는 가능하다. 허나 주택가가 바로
코앞이고 주변 개발과 가뭄, 지하수 오염으로 언제든 빨간불이 켜질 수 있어 수질 관리에 더
욱 철저해야될 것이다.

졸고 있는 붉은 피부의 바가지에 배봉산이 베푼 약수를 가득 담아 목구멍에 들이키니 갈증이
싹 해소되는 기분이다. 다음에 왔을 때도 약수터가 무탈하여 내 갈증을 단죄해주기를 염원해
본다. 요즘 시내와 살을 맞대고 있는 산들의 약수터가 많이 목숨이 끊기고 있는 실정이라 더
욱 그렇다.


▲  배봉산둘레길 동쪽 구간
이렇게 하여 배봉산 나들이는 대단원의 막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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