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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가들의 영정에 가려진 현왕도 (미타사 대웅전 내)

현왕도는 명부 시왕의 일원인 현왕(염라대왕의 미래불인 보현왕여래)과 그의 식구들이 그려진 탱화

로 명부 식구들이 그려진 시왕도와 비슷하다. 사람이 사망한지 3일이 되는 날 그의 극락왕생을 기원

하고자 지내는 현왕재를 위해 조성했는데, 이곳 현왕도는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그려진 것으로 보

이나 자세한 것은 모르겠다.

현왕도 앞에는 영가들의 영정이 자리해 있고, 그 주위로 연꽃 모형들이 가득 자리를 채운다.

 

2. 미타사 지장시왕도 (대웅전 내)

신중도 옆에는 지장보살과 시왕 등 명부(저승) 식구들이 담겨진 지장시왕도가 있다. 이 그림은 계유

생(1813년)생인 이씨 부인이 부모와 남편인 정축생(1817년생) 남씨의 극락왕생을 빌고자 돈을 내어

만든 것으로 아쉽게도 제작 시기와 최초 봉안지가 화기에 나와있지 않다. 다만 1873년에 조성된 신

중도 제작에 참여한 포화정수, 수산당 부윤 등이 제작에 나섰고, 신중도와 양식과 화풍이 비슷하여

그와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여겨진다.

 

화면은 향좌측부터 14.5cm, 36cm, 36.2cm, 35.8cm, 36cm, 35.5cm의 비단을 이어붙여 그렸는

데 여러 곳이 찢어지고 박락된 부분이 보이는 등 불량한 부분이 조금 있다.

그림 중앙에는 지장보살이 녹색 두광과 금색 신광을 지니며 연화대좌 위에 돋보이게 앉아있고, 그

좌우에 시왕이 지장보살을 바라보고 있으며, 판관과 사자, 천녀, 동자 등이 배치되었다. 특히 지장

보살 밑에는 2명의 동자상이 별도로 있는데, 이들 동자는 인간의 선악을 대변하는 선악동자로 하얀

꽃으로 머리를 장식했고, 윗도리는 맨살을 좀 드러냈으며, 치마를 두르고 휘날리는 천의로 온 몸을

감싸고 있다.

 

채색은 붉은색과 녹색이 주로 사용되었으며, 등장 인물의 얼굴에는 흰색을 칠하여 화면이 밝은 느

낌이 든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필선이 매우 섬세하며 얼굴에 음영을 표현하여 입체감을 주고 있다.

화기가 부실하긴 하지만 19세기 수도권과 경남에서 유행하던 지장시왕도 형식 중 하나인 선악동자

를 표현한 작품으로 하얀꽃으로 머리를 장식한 동자상은 경기도 화승들이 즐겨 그리던 형식이라 수

도권 지장시왕도의 형식을 대표하고 있다.

 

3. 미타사 신중도 (대웅전 내)

대웅전 북쪽 벽에는 법당 수호용으로 걸린 신중도가 있다. 신중도란 호법신중을 담은 그림으로 등장

인물들이 빼곡하여 혼을 제대로 빼놓는다.

 

이 그림은 1873년 4월 포화당 정수를 증명으로 하고 경선당 응석이 출초를 했으며, 동화당과 두흠,

만파당 돈조, 봉흡 등이 같이 그린 것이다.

그림은 향좌측부터 34cm, 39.3cm, 39.5cm, 39cm, 44.5cm의 비단을 이어붙여 제작했으며 가로로

긴 화면을 2단으로 나누어 상단에 범천과 제석천, 천부중을, 하단에는 위태천과 천룡팔부를, 하단 중

앙에는 위태천을 중심으로 칼과 창으로 무장한 천부8부가 그려져 있다. 그림 윗쪽에는 하늘을 상징

하는 공간을 두고 구름처리를 했으며, 인물들은 대부분 얼굴이 둥글다. 채색은 다홍 계통의 적색과

녹색, 청색을 사용해 색깔의 조화도 괜찮은 편이다.

 

이 신중도는 19세기 후반 수도권 지역에서 활동하던 경선당 응석의 작품으로 수도권에서는 이 초본

을 바탕으로 한 신중도가 널리 유행했다. 섬세한 필치와 원만한 인물 형태, 안정적인 색채로 19세기

말 수도권 신중도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4. 미타사 산신도 (삼성각 내)

붉은 옷을 입은 수염이 지긋한 산신 할배가 하얀 부채를 들며 앉아있고, 그 옆에 호랑이가 있다. 그리

고 소나무와 산, 구름 등이 뒷배경으로 갖추어져 있는데, 그림 밑에 화기가 남아있어 1915년에 초암

세복과 금명운제가 그렸음을 고맙게도 알려준다.

19~20세기 산신도의 전형적인 화면 구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표현력이 다소 뒤떨어지는 것으로 평가

되고 있으나 조성시기가 확실하고 보존 상태도 양호하다.

 

5. 미타사 칠성도 (삼성각 내)

그림 중앙에 치성광여래를 중심으로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이 협시해 있다. 그 좌우로 칠원성군 등을

크기를 달리하여 배치했으며, 화기 일부가 훼손된 것을 빼면 상태도 그런데로 괜찮은 편이다.

치성광여래는 머리에 뿔이 달린 소가 이끄는 수레 위에 결가부좌로 자리해 있는데, 무릎 밑 좌우에

과일을 받쳐 든 동자가 본존을 향해 있으면서 얼굴은 정면을 향했다. 본존 광배 주위를 에워싼 28수

는 좌우로 대칭하여 14수씩 그려져 있으며, 그 옆으로는 정수리가 봉긋 솟은 태상노군과 좌우필성이

있고, 상단에는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삼태와 6성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화면 밑 바깥쪽에는 동자상

4위가 있다.

 

이 그림은 강화도 정수사 법당 칠성도(1878년), 강남 봉은사 북극보전 칠성도(1886년), 의성 고운사

쌍수암 칠성도(1892년) 등과 동일한 형식으로,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수도권과 경상도 지

역에서 활동했던 경선당 응석과 용계 서익, 봉간, 현조 등이 참여하여 조성했다.

 

6. 미타사 독성도 (삼성각 내)

칠성도 왼쪽에는 독성도가 있다. 천태산에서 몸을 일으킨 독성(나반존자)과 동자, 그의 활동 무대인

천태산이 그려져 있는데, 화기를 통하여 1915년에 산신도를 제작했던 초암세복과 금명운제가 조성

했음을 알려준다. 19~20세기 독성도의 양식을 보여주는 존재로 조성시기가 분명하고 보존 상태 또

한 좋다.

독성도 앞에는 하얀 피부의 조그만 독성상이 유리막에 감싸여 있는데, 칠성과 산신은 그림만 있는데

반해 독성은 그림과 형상까지 모두 갖추고 있어 절에서 각별하게 대우를 받는 것 같다.

 

7. 대웅전 앞에 있는 조그만 보살상

하얀 피부의 조그만 보살상이 비파를 들며 한참 연주 삼매에 빠져 있다. 그는 무슨 노래를 연주하고

있었을까? 심히 궁금해진다.

 

8. 미타사 대웅전과 돌계단

미타사의 법당인 대웅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집으로 동쪽을 굽어보고 있다. 미타사에 있

는 늙은 문화유산들은 대웅전과 삼성각에 대부분 들어있으니 꼭 살펴보자. (나머지 하나는 불이문에

들어있음, 여기서 불이문은 문이 아닌 건물 이름)

 

9. 미타사 백의관음도

'불이문'이란 건물(대웅전 맞은편이자 관음전 옆에 붙어있음)에 들어있는 백의관음도는 하얀 옷을 입

은 관세음보살 누님이 담겨진 탱화로 미타사의 늙은 문화유산 중 단연 백미가 아닐까 싶다. 물론 다

른 탱화들도 휼륭하나 다들 흔한 그림인데 반해 오래된 백의관음도는 서울에서 거의 흔치 않은 존재

이다.

 

이 그림은 1906년 미타사 향로전(지금은 없음) 불화로 조성된 것으로 석옹 철유(1851~1917)가 제작

했다. 화면 중앙에는 넝실거리는 바다 파도와 백의를 입은 관세음보살이 붉은 연잎을 배로 삼아 옷자

락을 휘날리며 서 있다. 오른손에는 버들가지, 왼손에는 정병을 들고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으며, 용

왕과 천녀, 선재동자, 대나무와 파초, 구름과 새 2마리가 들러리로 그려져 있다.

 

관세음보살 건너편 뭍에는 녹색 두광을 갖춘 용왕이 마치 장군처럼 갑옷 위에 붉은 옷을 입고 머리에

는 비늘 모양의 견갑과 투구를 거치며 관세음보살을 향해 합장을 하고 있다. 이는 청나라 판화도상에

서 따온 것이라고 하며, 근대 불화적인 요소를 보여준다.

채색은 청색과 백색이 많이 사용되었으며, 흰색 위에 갈색으로 윤곽선을 칠하여 음영을 표현하는 등

새로운 기법이 돋보인다.

 

분출하는 물줄기와 선재동자의 모습에서 기존의 관음보살도와 다른 20세기 불화의 새로운 경향을 보

여주고 있으며, 특히 관세음보살을 향해 예를 표하는 용왕의 모습은 청나라 판화에 등장하는 도상을

가져온 것이라 청나라 판화와 서양화법을 참조했던 20세기 초반 수도권 불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특히 늙은 백의관음도는 이 땅은 물론 서울에서도 흔치 않은 존재라 그 희소성은 더욱 크다.

 

10. 정면에서 바라본 백의관음도

탱화가 액자에 고이 담겨져 있어서 액자 창에 뜻하지 않은 것들이 많이 비친다.

 

11. 미타사를 뒤로 하며 (미타사 일주문)

이렇게 하여 간만에 인연을 지은 미타사는 기분 좋게 마무리가 되었다. (미타사에 전하는 지방문화재

탱화를 모두 친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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