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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흥천사 비로자나불삼신괘불도

서울에 주요 고찰인 돈암동 흥천사에는 국가 보물로 지정된 비로자나불삼신괘불도가 있다. 괘불은

조선 중기부터 나타나는 큰 탱화로 보통 석가탄신일(부처님오신날)이나 주요 법회날에만 아주 잠깐

씩 외출을 하는 만나기가 매우 까다로운 존재인데, 천하에 400곳이 넘는 고찰을 다닌 나도 그를 본

횟수가 정말 손에 꼽는다.

그나마 괘불을 만날 확률이 높은 날은 석가탄신일이나 상황에 따라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 정말

운에 맡겨야 된다. 그런데 그런 늙은 괘불을 자주 공개하는 고마운 절이 있으니 바로 흥천사이다.

이곳은 2020년 이후에 지어진 3층 건물 내부(1층은 종무소와 공양간, 2층은 무량수전, 3층에는 약

사전과 찻집이 있음)에 있는 2층 무량수전과 3층 약사전 사이 계단에 그를 장엄하게 걸어두었다.

하여 흥천사에 왔다면 꼭 친견하기 바란다. (절 상황에 따라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있음)

 

이곳 괘불은 1832년에 수화승 화담신선을 비롯해 17명의 화승이 조성했다. 화담신선은 1790년 화

성 용주사 불화를 주도했던 상겸, 민관, 연흥 등 서울 경기 지역 화원들의 화풍을 계승한 인물로 19

세기 경성화파를 대표한다.

이 괘불은 순조(재위 1800∼1834)와 왕비(순원왕후 김씨), 효명세자의 부인과 빈궁, 세손(후에 헌

종)의 만수무강을 기원하고자 만든 것으로, 순조의 장인인 김조순과 정조의 딸인 숙선옹주 내외,

순조의 딸 명온공주와 복온공주, 덕온공주 내외 등 왕족과 관련 인물들, 상궁들이 제작비를 지원

했다.

 

노사나불을 여래형으로 표현해 삼신불 도상에 변화를 주었으며, 가섭존자와 아난존자, 기상문수와

기사보현동자가 결합한 구성, ‘불-제자-동자(문수, 보현)’도상을 상/중/하단으로 배치한 구도는 19

세기 후반∼20세기 초반 서울 경기 지역 괘불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 괘불도는 당시 서울 경기 지역의 많은 괘불에서 볼 수 있는 비로자나삼신불 도상의 경향을 알려

주고 있으며, 온화하고 기품있는 존상의 표현, 정확하고 견고한 필치와 선명하고 밝은 채색, 그리고

섬세한 문양 등이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격조 있는 화풍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복장물과 괘

불함(명부전에 들어있음)까지 갖추고 있으며, 화기를 비롯한 기록도 남아있어 괘불의 자세한 정보

를 알려준다.

 

2. 장엄하게 걸린 흥천사 비로자나불삼신괘불도

무지하게 보기 힘든 늙은 괘불을 이렇게 공개하고 있으니 그 감동은 실로 크다. (이곳 괘불은 2010년

석가탄신일에 첫 인연을 지었음)

 

3. 밑에서 바라본 흥천사 비로자나불삼신괘불도의 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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