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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구에서 만난 간송 전형필 선생의 흔적들, 방학동 전형필 가옥 ③ (옥정 우물, 전명기와 간송 전형필 부자 묘역, 옥정연재 현판)
도봉산고양이 2024. 6. 20. 13:00
1. 방학동 전형필가옥 서쪽 뜨락
뜨락의 짙은 그늘에는 무덤의 상석과 향로석으로 쓰였던 늙은 석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이들은
간송 전형필이 수습한 것으로 그가 세운 간송미술관에도 무덤 상석과 향로석, 무인석, 문인석, 동자
석 등의 무덤 석물이 많이 들어있다.
2. 무덤 상석과 향로석
저들은 어디서 누구의 무덤을 지켰을까? 도봉산 자락(방학동, 도봉동)에는 조선 초/중/후기 무덤이 많
이 존재하고 있는데, 대자연에 묻혀 사라진 무덤과 주인을 잃은 무덤 석물이 많이 있어 아마도 도봉산
자락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지켜야될 무덤을 상실한 채, 전형필 가옥을 수식하는 작은 존재로 조용히 살아간다. 비록 무덤
상석과 향로석의 역할은 상실되었지만 그렇다고 저곳에 대놓고 앉거나 저기에 음식을 두고 섭취하는
행위는 삼가하기 바란다.
3. 옥정 우물
100년 이상 묵은 늙은 우물로 이곳 가옥의 식수 역할을 했다. 깊이는 6m 정도로 자연석으로 매우 정
교하게 공돌쌓기를 했으며, 2016년 가옥 개관 1주년을 기념하여 우물 허공에 우물각을 세우고 경후
김단희가 쓴 '옥정' 현판을 달았다. 이 우물은 방학동 지역에서 가장 늙은 우물이기도 하다. (연산군묘
주변에 있는 원당샘은 우물이 아닌 샘터이므로 제외)
4. 전명기와 간송 전형필 부자 묘역
전형필 가옥 뒷쪽 언덕에는 전명기(원래는 간송의 종숙부이나 그에게 후사가 없어서 그의 양자로 들
어갔음, 하여 간송의 양부가 되었음)와 간송 부자의 묘역이 둥지를 틀고 있다. 무덤은 동그란 봉분이
거의 전부로 묘역 밑에 어디선가 가져온 늙은 장명등과 석양을 배치했다.
5. 평화로운 모습의 전형필 가옥 서쪽 뜨락과 옥정 주변
잔디밭 복판을 지나는 박석은 전형필 가옥 대문에서 간송 전형필 , 전명기 부자 묘역을 이어주는 길
이다.
6. 옥정 주변에서 바라본 전형필 가옥
기와담장 너머로 가옥 본채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7. 옥정 주변에 있는 돌덩어리들
견고한 돌덩어리들이 윗도리에 꽃과 수풀을 짊어지며 화분으로 살아가고 있다. 돌에 딱히 기교가 없
어서 무덤 석물이나 주춧돌은 아니며. 이곳을 보수하여 개방한 이후에 새롭게 달아놓은 것들이다.
8. 전형필가옥 본채 뜨락에 있는 돌덩어리들
무덤 상석으로 쓰였던 큰 돌덩어리 주위로 조그만 돌덩어리들이 모여 있어 탁자와 의자와 같은 모양
새가 되었다. 여기서는 잠시 쉬어가도 되며, 독서 토론이나 이야기꽃을 피워도 된다.
9. 전형필 가옥 본채
간송의 종숙부이자 양부인 전명기가 1890~1900년대에 지은 집이다. 단순한 집이나 별서(별장)가 아
닌 도봉구와 경기도 북부 지역, 황해도에 있던 집안 농장과 토지, 그리고 거기서 거둬들이는 소출을
관리하는 용도로 지은 것으로 간송도 이곳을 자주 찾았다.
6.25 때 크게 파손되었으나 제대로 복구되지 못했으며, 나중에 도심 개발로 철거된 종로4가 본가의
목재를 가져와 중건했다. 간송이 사망한 이후에는 전명기, 간송 부자의 묘역을 관리하고 제사를 지내
는 재실로 주로 살았으며, 1990년대 이후 퇴락된 것을 2013~2015년에 도봉구와 간송미술문화재단
이 합심해 현재 모습으로 정비하여 속세에 개방했다.
도봉구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으로 19세기 후반 양식을 지니고 있으며, 도봉구의 새로운 명소로 바쁘
게 살아가고 있다.
10. 전형필 가옥 본채 서쪽 문
가옥 본채와 전명기, 간송 부자의 묘역을 이어주는 문으로 현재는 거의 닫혀있다.
11. 전형필 가옥 본채에 걸린 '옥정연재' 현판
간송의 본가는 원래 종로4가에 있었다. 그의 친부인 전영기가 1922년 본가에 간송의 서재를 만들어
주었는데, 외숙부인 박대혁이 그 서재에 '옥정연재'란 이름을 지어주었다. 여기서 옥정연재는 우물에
서 퍼올린 구슬 같은 맑은 물로 먹을 갈아서 글씨를 쓰는 집을 의미한다. 즉 열심히 공부하라는 뜻이
다.
간송은 스승인 위창 오세창 선생이 지어준 '간송'과 이 '옥정연재'를 아호로 즐겨썼으며, 1935년에 위
창이 전서체 스타일로 '옥정연재' 글씨를 써주었다. 그 글씨는 간송미술관에 있으며, 이곳에 있는 현
판은 그 복제품이다.
12. 동쪽에서 바라본 전형필 가옥 본채
13. 주둥이가 닫힌 옥정 우물
왕년에는 도봉산이 베푼 물을 쉼 없이 쏟아냈으나 이제는 무늬만 남은 죽은 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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