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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동해(東海) 나들이 ~ 추암해수욕장, 촛대바위(능파대) '

▲  촛대바위와 동해바다


름 제국이 봄을 몰아내고 무한 팽창의 위엄을 드러내던 6월 중순에 오랜만에 강원도 동해를
찾았다. 6월하고도 중순이면 조금씩 더워지는 시기인데, 온도계는 벌써 30도를 기웃거리고 있
으니 올해 여름살이가 살짝 걱정이 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동해 경유 삼척(三陟)으로 가는 고속버스 첫차를 타고 영동고속도로와 대관
령(大關嶺), 동해고속도로를 신나게 넘어 딱 3시간 만에 동해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는 나를
비롯한 여러 명을 쏟아내고 바로 외마디 부릉소리를 남기며 삼척으로 내려간다.

정말 간만에 발을 들인 동해(東海) 땅은 고비사막의 기운이 엄습한 듯 무척이나 더웠는데, 추
암으로 가는 시내버스 시간을 알아보니 30분 뒤에 망상 종점을 출발한다고 한다. 거기서 동해
터미널까지는 20분 정도 걸릴 것이니 그 사이 약 50여 분의 시간이 남는다. 그래서 여름 제국
의 핍박도 잠시 벗어날 겸, 인근 편의점에 들어가 삼각김밥과 라면으로 간단히 요기를 했다.

요기를 마치고 버스가 올 때까지 더 머물까 했지만 눈치도 있고 해서 바로 밖으로 나왔다. 정
말 지옥이 따로 없네, 버스는 적어도 20분 이상을 기다려야 나타난다. 그래서 그 시간을 억지
로 죽여가며 기다리고 있으니 20여 분 뒤, 추암으로 가는 동해시내버스 61번이 머리를 들이민
다. 원래는 물 흐르듯 자주 다니는 삼척터미널행 시내버스를 타고 대구동(추암입구)에서 뚜벅
뚜벅 걸어가려고 했는데, 마침 차 시간이 맞아 거기까지 편하게 들어가게 된 것이다.
허나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반드시 있는 법. 노선이 힘겨운 속세살이처럼 매우 굴곡진 것이다.
동해시청과 천곡동을 빙글빙글 돌고, 효가4거리까지 직선으로 내려오더니 다시 동해역까지 빙
돌고, 북평장터에서 단봉으로 또 빙돌고, 다시 국도로 나와 추암길을 거쳐 추암해변 종점에서
비로소 육중한 바퀴를 접는다. 동해터미널에서 추암까지는 직선 거리로 겨우 8km 밖에 안되건
만 뜻하지 않은 강제투어로 무려 50분이나 걸렸다. 완전 강제 동해시티투어를 한 것이다.

추암해변 종점에서 발을 내리니 추암으로 인도하는 네모난 땅굴(굴다리)이 나온다. 동해와 삼
척을 잇는 삼척선(三陟線) 철로의 아랫도리로 그 위에 추암역이 있다. 그 땅굴을 들어서면 바
로 왼쪽에 주차장과 추암조각공원이 있고, 정면에는 추암마을이 있다. 촛대바위와 동해바다를
영원히 꺼지지 않는 후광(後光)으로 삼아 삶을 꾸리는 조촐한 어촌(漁村)으로 그 마을을 지나
면 해암정을 비롯해 촛대바위가 있는 푸른 언덕과 추암해수욕장이 차례대로 모습을 비춘다.


▲  추암으로 인도하는 땅굴 (추암역 굴다리)
속세에서 4발 수레들이 추암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다. 이 통로가
막히면 사람은 몰라도 수레는 꼼짝없이 갇히게 된다.


♠  추암(湫岩) 남쪽에 자리한 추암해수욕장

동해시 남쪽 끝으머리 해안에 자리한 추암(湫岩)은 바다와 바위, 백사장, 해돋이가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해안 경승지로 예로부터 동해의 해금강(海金剛), 삼해금강으로 널리 찬양을 받았다.
동해/삼척권 해안 명소의 으뜸인 촛대바위와 능파대를 비롯하여 추암해수욕장, 해암정, 추암조
각공원 등을 지니고 있는데, 원래 추암은 촛대바위와 능파대 일대를 일컬었으나 남쪽 해변까지
범위가 확대되어 이 일대를 한 덩어리로 추암이라고 부른다.

추암해변은 남쪽으로 가늘게 삼척 증산해수욕장과 이어져 있고, 북쪽은 촛대바위와 능파대, 군
부대로 막혀있다. 그리고 동과 서는 각각 동대해(東大海)와 삼척선 철로로 막혀있어 조금은 궁
색한 벽지 같은 곳이다.
추암 서쪽에는 북평국가산업단지가 자리를 닦고 넓은 도로를 내면서 예전보다 접근성은 좋아졌
지만 추암으로 가려면 어차피 추암역 굴다리를 지나야 된다. 사람이야 삼척선을 넘던 남쪽에서
넘어오던 상관이 없으나 수레는 오로지 굴다리만 통행이 가능하다.


촛대바위 남쪽에 자리한 추암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가 약 300m, 폭 50m 남짓으로 매우 조촐한
크기이다. 해변 남쪽은 산을 사이에 두고 삼척 증산해수욕장과 이사부(異斯夫)사자공원으로 이
어지며, 해변의 수심이 얕고 조금은 한적한 분위기로 가족 피서지로 아주 적합하다. 또한 동해
의 다른 해변과 마찬가지로 해산물이 풍부해 오징어와 소라, 해삼 등 갖은 해산물을 먹을 수 있
고, 해변 서쪽에는 피서객과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민박과 펜션, 횟집, 가게 등이 늘어
서 있다.

※ 추암(촛대바위, 추암해수욕장) 찾아가기 (2014년 7월 기준)
① 동해까지
* 서울강남고속터미널에서 동해, 삼척행 고속버스가 30~40분 간격으로 떠난다.
* 동서울터미널에서 동해행 고속/직행버스 이용 (고속버스는 50~70분 간격, 직행버스는 30~50분
  간격으로 운행, 임시차를 제외한 전 차량이 우등으로 강남 우등보다 7~8천원 저렴함)
* 청량리역과 양평역, 원주역, 제천역에서 강릉행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동해역 하차 (평일은 1
  일 6회, 금요일과 주말, 피서철에는 1일 7회 운행)
* 부산(동부), 대구(동부), 대전(복합), 울산, 포항, 춘천, 강릉에서 동해행 직행버스 이용
* 부전역, 태화강역, 경주역, 동대구역, 안동역에서 강릉행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동해역 하차
② 현지교통
* 동해터미널 건너편과 동해역에서 동해시내버스 61번을 타고 추암해변 종점 하차 (1일 7회 운
  행)
* 동해터미널 건너편과 동해역에서 삼척으로 가는 21-1, 21-2번, 91번 시내버스를 타고 대구동
  에서 하차. 내린 방향을 기준으로 왼쪽(남쪽)으로 가면 공단3거리로 여기서 추암 방면 공단1
  로를 따라 도보 30분
* 강릉역과 삼척역을 오가는 바다열차(정동진, 묵호, 동해, 삼척해변역 경유)를 타고 추암역 하
  차. 이 열차는 1일 2회 운행 운행하며, 1월과 주말, 공휴일, 피서철 일부 평일에는 아침 열차
  1회가 추가 운행한다. (운임은 일반 15,000원, 어린이와 경로는 10% 할인)
  <바다열차 문의 033-573-5474, ☞ 바다열차 홈페이지(클릭)>
③ 승용차편 (추암해수욕장까지 접근 가능, 추암조각공원 남쪽과 추암 종점에 주차장 있음)
* 동해고속도로 → 동해나들목을 나와서 삼척 방향 우회전 → 공단3거리에서 좌회전 → 추암
* 대구/울산/부산 → 동해안 7번 국도 → 추암3거리(또는 공단3거리)에서 우회전 → 추암

★ 추암 관람정보 (2014년 7월 기준)
* 해수욕장 개장기간 - 7월 10일부터 8월 20일까지 (시작과 종료일은 변경될 수 있음)
* 매년 1월 1일에 해맞이행사가 열리며, 9월에는 동해일출 및 누드촬영회가 열린다.
* 해수욕장 먹거리, 숙박 정보는 ☞ 동해시청 동해관광 홈페이지를 참조한다.
* 소재지 - 강원도 동해시 추암동 (문의 동해시청 관광진흥과 ☎ 033-530-2234)

▲  추암해수욕장 북쪽 - 나무가 우거진
언덕이 바로 능파대로 그 동쪽에
촛대바위가 있다.

▲  발자국이 무수히 찍힌 백사장
살색의 백사장과 엷은 파란색의 동해바다가
서로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


▲  파도소리만이 살짝 정적을 건드리는 추암해수욕장
해변 남쪽에 솟아난 저 산을 넘으면 바로 삼척 증산해수욕장과 이어진다.

▲  추암 앞바다에 뜬 형제바위 - 2개의 바위섬이 형제처럼 다정하게
보인다고 하여 형제바위라 불린다. 하지만 저들에게 딱히
갖다 붙인 전설은 없는 모양이다.

▲  촛대바위에서 바라본 추암해변 앞바다

바다가 얼마나 순수하고 청정한지 밑바닥이 죄다 보일 정도이다. 안그래도 날씨도 더운데, 바다
의 진한 유혹을 참 이기기가 힘드네. 7~8월에 온다면 쿨하게 바다에 뛰어들어 바닷물과 진한 스
킨쉽을 즐기고 싶다.


♠  동해바다의 조촐한 해금강이자 소금강 ~ 촛대바위

▲  대자연이 빚은 온갖 바위들이 앞다투어 기교를 부리는 추암 (오른쪽에
날씬하게 솟은 바위가 촛대바위)

추암해수욕장 북쪽에는 소나무가 우거진 조그만 해안 언덕, 능파대(凌波臺)가 있다. 그 언덕 동
쪽 해안에는 촛대바위를 비롯한 온갖 바위들이 앞다투어 아름다움을 뽐내며 나그네의 눈과 마음
을 빼앗고 주기를 반복하는데, 그중에서도 바로 이 촛대바위가 단연 으뜸으로 이곳의 진정한 주
인이다.

이 땅의 TV방송은 애국가(愛國歌)로 시작하여 애국가로 마무리가 된다. 그 애국가 첫 소절의 배
경이 바로 이 촛대바위로 그 모습이 마치 촛대처럼 생겨 촛대바위란 이름을 지니게 되었다. <
한자로는 기존 추암과 앞 글자만 다른 추암(錐岩)임>
보면 볼 수록 참으로 기묘한 자태라 대자연 형님의 경이로운 작품 앞에 인간이 만든 작품은 부
끄럽게 보일 정도이다. 또한 바위를 끼고 슬금슬금 피어오르는 해돋이가 아주 일품이라 해돋이
의 성지인 정동진과 호미곶을 제대로 긴장 타게 만든다. 이렇게 아름다운 경승지임에도 관동8경
반열에 들지 못한 것이 이상하다. 하긴 추암 뿐이겠는가? 동해안에 빼어난 명소들이 몰려있으니
그중 8경을 가리는 것도 쉽지는 않다. 허나 나중에 관동8경을 재편하거나 9경이나 10경으로 늘
릴 경우 추암은 꼭 들어갔으면 좋겠다.

추암은 예전에는 용추(龍湫)라 불렸다. 그러다가 1463년 세조(世祖)의 최측근이던 한명회(韓明
澮)가 강원도 체찰사(體察使)가 되어 관동(關東) 지방을 둘러보다가 이곳 경관에 단단히 감동을
먹었다. 그래서 그는 추암을 미인의 걸음걸이에 비유하여 능파대(凌波臺)란 애칭을 지어주기도
했다. 그리고 삼척 지역의 해금강이자 소금강(小金剛)으로 척주(陟州)8경의 하나로 꼽히기도 했
는데, 여기서 척주는 삼척의 옛 이름으로 추암을 비롯한 동해시 북평(北坪) 지역은 원래 삼척
땅이다. 하지만 지금은 동해8경의 제1경으로 그 명성을 누리고 있다.
또한 척주지(陟州誌)에는 '추암(楸岩)은 삼척부 북쪽 15리 바닷가에 우뚝 높이 솟아 있는데, 바
다로 들어갈수록 그 모습이 더욱 기이하다. 추암 서쪽 바위에는 신우(神牛)의 수레바퀴 자국이
있다.~~ 그 북쪽의 굴암(窟岩)은 추암과 마주보고 있는데 해상명구(海上名區)라 일컫는다'
는 기록이 있어 촛대바위는 옛날부터 추암이란 이름을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주며, 그것을 순 우
리말로 풀이한 것이 바로 촛대바위이다.

추암 주변에는 촛대바위를 중심으로 하여 형제바위, 거북바위, 부부바위, 두꺼비바위, 코끼리바
위, 해금암 등 이름값 제대로 하는 잘생긴 바위들이 잔뜩 포진해 있어 바위의 성지(聖地)와 같
은 곳이다. 또한 강릉 정동진이 서울의 정동(正東)쪽임을 내세우며 홍보에 열을 올리자 추암을
품은 동해시청도 자극을 받았는지 서울도 아닌 그렇다고 성남(城南)도 아닌 경기도 광주의 남한
산성(南漢山城) 정동쪽임을 요란하게 강조하고 있다. 실제도로 남한산성의 정동쪽이 되는데, 그
리 유쾌하지도 않은 남한산성(병자호란의 치욕)의 정동임을 굳이 강조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
다. 서울과 그 주변의 정동쪽이 그리도 중요하단 말인가..?


▲  근래에 복원된 능파대 바위글씨의 위엄

▲  태극기가 펄럭이는 언덕 정상 전망대

언덕 정상에는 동그란 모습의 2층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 꼭대기에는 망원경이 하나 달려있는데,
그 망원경을 통해 추암의 속살과 잔주름까지 세세히 살펴볼 수 있다. (망원경은 무료임)

전망대 북쪽에는 새로 지은 바위가 있는데, 그 피부에 '능파대' 바위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 글
씨는 이곳에 능파대란 이름을 선사한 한명회가 썼다고 하나 정확한 것은 없다. 바닷가에 있다보
니 수시로 몰아치는 바닷바람이 모진 지우개가 되어 글씨를 깨뜨리고 지우면서 알아보기 어려울
지경에 이른 것을 근래에 손질했다.


▲  전망대 남쪽에서 바라본 형제바위
나무들도 아비규환의 속세가 싫었는지 고적한 바위섬으로 후손들을 날려보냈다.
뿌리를 내릴 만한 흙도 여의치 않을 저곳에 어떻게 정착을 했을까?
대자연 형님의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  언덕 남쪽에서 바라본 형제바위

▲  남한산성의 정동방임을 강조하는 표석
이러다 동해 어딘가에서 북한산성의
정동방을 강조하는 명소도 생길 듯

▲  밑바닥이 보일 정도로 청정함을
자랑하는 추암 앞바다


▲  동해항과 이어지는 추암 북쪽 바다

▲  늘씬하게 자라난 촛대바위

추암 주변은 바위의 보호를 위해 사람들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추암과 비슷하게 생긴 바위가
1개 더 있었다고 하는데, 1681년 5월 강원도에 지진이 났을 때 중간 부분이 10척 정도 부러졌다
고 한다. 지금은 아랫도리만 남아있으며, 주변 바위들도 그 이후 벼락에 맞아 무너지거나 사람
들이 만지작거려 많이 망가졌다. 바위의 모습이 마치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라 하늘이 겁을 먹
은 나머지 벼락을 던진 것은 아닐까?  

촛대바위를 가까이서 보니 촛대보다는 약간 구부러진 칼이나 선사시대 사람들이 쓰던 길다란 돌
방망이처럼 보인다. 이렇게 기묘하고 잘생긴 바위에는 옛 사람들이 붙인 그럴싸한 전설이 하나
씩은 있는 법, 다음의 믿거나 말거나 전설이 걸쭉하게 전해온다.

옛날 추암해변에 금슬이 좋은 부부가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소실을 하나 들였는데, 그때부터
본처와 소실간의 다툼이 벌어져 집안이 편할 날이 없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하늘은 아껴두던
벼락을 여인들에게 내던져 죽게 만들고 남자만 남겨 놓았는데, 홀로 서 있는 촛대바위가 바로
남자의 형상이라고 한다. 또한 본처와 소실을 상징하는 비슷하게 생긴 바위 2개가 더 있었으나
이들도 벼락을 맞아 부러졌다고 한다.


▲  보다 가까이서 바라본 촛대바위

촛대바위 자체도 참 감탄을 나오게 만드는데, 주변 바위와 동해바다까지 서로 진한 협동심을 발
휘해 1폭의 해금강을 빚었다. 지나가던 물고기와 새도 그 절경에 반해 오래 머문다는 촛대바위,
인간의 언어와 글자가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저들을 온전하게 표현하는 단어는 없을 것이다. 감
히 인간의 한낱 언어나 글로 저들을 희롱한다는 것은 어쩌면 대자연에 대한 큰 결례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절경에는 입을 크게 벌리며 그저 감탄사만 연발하자 그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촛대바위의 위엄 (3장)





▲  추암 북쪽 해금암과 해암정 북쪽 언덕

▲  해금암에 있는 이 기묘한 바위의 정체는?

촛대바위에서 해암정으로 내려오면 추암 북쪽 해금암 바닷가에 기묘하게 생긴 바위가 눈길을 붙
들어 맨다. 거의 30도 정도 구부러진 모습으로 구부러진 부분을 빼면 촛대바위와 많이 비슷해보
인다. 혹 제2의 촛대바위나 새끼 촛대바위는 아닐까? 그에게 적당한 이름이 있을 듯 싶은데, 안
내문이 없으니 그저 답답하다.


▲  해암정에서 바라본 능파대(추암) 언덕

▲  북평 해암정(海岩亭) - 강원도 지방유형문화재 63호

추암 북서쪽에 자리한 해암정은 삼척심씨의 시조이자 고려 후기 문신인 심한<沈漢, 심동로(沈東
老)>이 세운 것으로 1361년(공민왕 10년) 벼슬을 버리고 삼척으로 내려가자 왕이 매우 섭섭해하
며 '노인이 동쪽으로 돌아간다'는 뜻에 동로(東老)란 이름을 하사했다. <이후 진주군(眞珠君)에
봉해짐>

이후 건물이 불탄 것을 1530년에 후손인 심언광이 중건하고, 1794년에 다시 중수하여 지금에 이
른다. 낮은 기단 위에 세운 정면 3칸, 측면 2칸의 조촐한 팔작지붕 건물로 4면 모두 기둥과 문
짝만 있지 벽면은 없다. 남쪽에서 해암정 앞까지 박석(薄石)을 깔아 길을 닦았으며, 주변에 풀
과 소나무를 심어 조금이나마 경관을 돕는다. 또한 정자 뒷쪽에는 멋드러진 바위가 많고 동대해
가 늘 출렁거려 경관도 제법 일품이다.
하지만 해안 쪽에 철조망이 길게 둘러져 있어 적지 않게 옥의 티를 선사하고 있으며, 능파대 북
쪽 밑에 자리한 탓에 추암의 핵심인 촛대바위와 형제바위 등이 보이지 않는 것이 흠이다.

해암정의 주인인 심동로는 추암을 배경으로 삼아 이곳에 머물며 후학을 양성했다고 하며, 조선
현종(顯宗) 때 함경도 덕원(德源)으로 유배를 가던 송시열(宋時烈)이 가는 길에 들려 '草合雲深
逕轉斜(풀은 구름과 어우르고 좁은 길은 비스듬히 돌아든다)'란 글을 남겼다고 전한다.

삼척심씨의 시조가 지은 건물이라 삼척심씨들이 각별히 옆구리에 끼며 관리하는 삼척심씨의 성
지로 추암을 수식하는 추암 식구의 일원이다. 추암을 둘러보고 추암 북쪽 해안으로 넘어갈 때
꼭 살펴보기 바라며, 건물 내부는 문이 꽉 닫혀있어 내부 관람은 어렵다.

▲  측면에서 바라본 해암정

▲  해암정 동남쪽에 드러누운 바위


♠  해암정 북쪽 해변과 추암조각공원

▲  해암정 북쪽 해안 산책로에서 바라본 능파대(추암)

해암정 북쪽에는 능파대와 비슷하게 소나무가 우거진 해안 절애(絶崖)가 절경을 자아내고 있다.
이곳은 군부대로 인해 오랫동안 출입이 통제된 구역으로 추암을 동해의 성지로 키우려는 동해시
의 제안에 따라 속세에 개방되었다. 소나무와 철조망 사이로 나무로 만든 산책로를 냈는데, 산
책로 외에는 거진 통제구역이니 괜히 해안 쪽으로 내려가거나 길을 이탈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
괜히 말썽부렸다가 애써 개방된 곳이 다시 통제구역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추암과 달리 소나무가 무성하여 바다내음과 함께 솔내음이 진하며, 해안에는 기암절벽이 적절하
게 풍경화를 이룬다. 산책로의 길이는 약 300m 정도로 중간에 쉬어가는 공간이 있으며, 길 북쪽
끝에는 군부대가 있다. 여기서 서쪽으로 나오면 바로 추암조각공원과 이어진다.


▲  해암정 북쪽 산책로에서 만난 동해바다

▲  추암조각공원

추암조각공원은 동해시청에서 추암을 크게 키우고자 해암정 서북쪽에 넓게 터를 다진 공원으로
2010년에 조성되었다. 현대 작가들의 조각품 30여 점이 공원을 수식하고 있는데 넓다란 규모에
비해 조각품이 너무 적어 공원 상당수가 자연의 공간이다. (늪지대도 있음)

대자연이 빚은 추암이란 걸죽한 작품 곁에 인간이 만든 작품의 공간을 두니 마치 자연과 인간의
경연장 같은 모습이다. 허나 한낱 인간의 작품이 어찌 대자연 형님의 작품에 비하겠는가? 촛대
바위는 커녕 형제바위나 해금암의 적수가 될만한 인간의 조각품은 없어 보인다. 그러니까 어른
이 빚은 작품과 어린이의 작품이 서로 싸우는 격이라고나 할까? 작품들은 이 땅에 흔한 조각공
원과 그리 다를 것은 없어보이나 산책로는 그림 속의 풍경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조각
품에 관심은 없어도 산책로는 꼭 거닐어 보기 바란다.


▲  추암조각공원의 가운데 부분

▲  추암조각공원 북쪽 산책로
온갖 화초(花草)들이 살랑살랑 미소를 보인다.

▲  커다란 밥그릇 조각품
공원 한쪽에 엎어져 있는 저 그릇은 하늘나라 우두머리가 쓰던 밥그릇은 아닐까?
밥을 먹다 그릇을 속세로 떨어뜨려 공교롭게도 추암 곁인 이곳에 박힌 모양이다.

▲  텅 비어있는 야외 공연장

▲  잡초가 우거진 길쭉한 공간은 늪지대이다.

▲  눈이 붉게 충혈되어 밤탱이가 되버린 새 조각품
추암조각공원 조각품 가운데 가장 인상이 깊은 존재이다.

▲  추암조각공원에서 담은 조각품들

이곳에 조각품이 30여 점이 있지만 다 담기도 귀찮아 극히 일부만 담았다. 추암에서 자연의 위
대한 작품에 단단히 매료되어 보는 눈이 높아진 탓인지 인간의 작품은 그리 눈에 들어오질 않는
다. 게다가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현대 미술에는 그다지 정이 가질 않는다. 그래서 공원 전체
를 다 돌지 않고 절반 정도만 돌고 끝내버렸지. 그저 추암을 수식하는 공간으로 지어진 일종의
옵션이라 그리 큰 의미는 두지 않았다.


▲  늪지대 동쪽을 지나는 산책로

▲  늪지대 서남쪽 산책로

추암조각공원을 끝으로 2시간에 걸친 추암 답사는 마무리가 되었다. 집으로 몰래 가져와 촛대로
쓰고 싶은 촛대바위를 비롯한 추암의 식구들과 작별을 고하며 다시 추암해변 종점으로 나왔다.

추암해변 종점에서 버스 시간을 확인해보니 무려 1시간이나 기다려야 된다. 그 적지 않은 시간
기다리기가 지루하여 지친 두 다리를 독려하여 공단1로를 따라 7번 국도로 나왔다. 어차피 걸어
도 30분 거리 밖에 안된다.
추암입구인 대구동에서 동해시내버스 21-2번을 타고 동해역으로 가다가 마침 가는 날이 장날이
라고 동해의 주요 번화가인 북평동에서 북평5일장이 열리고 있었다. 북평장은 매월 3,8,13,18,
23,28일에 열리는 장터로 북평을 순 우리말로 희석해 '뒷두르장','뒷드리장' 이라 불리기도 한
다. 정선(旌善)5일장 못지 않게 크게 흥하고 있는 오래된 장터로 마침 장날이기도 하니 한번 둘
러봐야 여한이 없겠지. 그래서 버스에서 내려 장터의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북평장은 북평3거리, 북평시장을 중심으로 넓게 장터가 형성되어 동대해에서 잡아올린 수산물과
동해와 삼척, 강릉 땅에서 기른 농산물, 기타 의류와 농기구, 갖은 물건들이 장터에 나와 새주
인을 기다린다. 거기에 기존 식당들은 바깥 골목까지 상과 의자를 설치해 토속 음식인 메밀국수
와 메밀전, 메밀전병 등을 내밀며 장터 손님을 유혹한다.
동해역에서 내가 탈 열차시간까지 아직 1시간의 여유가 있어 무엇을 먹을까 궁리하다가 적당한
식당에 들어가 메밀전병을 시켰다. 국수를 먹을까도 했지만 국수보다는 전병이 크게 땡겼지. 전
병 1인분은 3,000원인데, 예전 정선5일장에서 먹던 전병의 맛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게다가 인
심이 후한 듯, 양도 두둑해 먹다보니 배가 2/3는 찼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열차에서 또 먹을려
고 1인분을 포장해달라고 했다. 식당 아줌마는 아까보다 전병을 3개 정도 더 넣어주면서 가급적
빨리 먹으라고 그런다.

북평에서 묵호 방면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동해역으로 이동, 태백(太白)으로 가는 열차표를
끊고 북평장터에서 사온 메밀전병 일부를 섭취했다. 이윽고 시간이 되어 열차에 올라타 남은 전
병을 싹 섭취했다. 마음 같아서는 몇 인분을 더 구입하여 집까지 가져오고 싶었지만 날씨가 더
우니 전병의 안전은 100% 장담하지 못한다. 게다가 갑자기 많이 먹으면 질릴 수가 있으니 다음
에 다시 올 때 배터지게 먹으면 될 것이다.

이렇게 하여 동해 추암(촛대바위) 나들이는 대단원의 막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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