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수도권 유일의 동굴 관광지, 광명시 광명동굴 '

▲  광명 와인동굴 (광명동굴)

▲  황금폭포

▲  광명동굴의 마스코트, 아이샤


 


서울에서 자연산 동굴을 구경하려면 400~500리나 떨어진 강원도 정선이나 영월, 태백, 충

북 단양까지는 가야 된다. 몸에 좋은 탄산약수만큼이나 보기가 참 어려운데, 2011년 이후
서울 근교에도 드디어 동굴이 하나 생겨 멀리 가야 되는 수고로움이 조금은 덜해졌다. 단
양이나 정선처럼 자연산 동굴이면 참 좋겠지만 현실은 광산(鑛山) 출신의 인공 동굴로 그
주인공은 광명시에 있는 광명동굴(가학광산)이다.
비록 인공으로 다져진 굴이지만 내부는 자연산 굴과 많이 닮았으며, 울산 울주군(蔚州郡)
의 자수정동굴처럼 버려진 광산을 관광용으로 잘 재생한 케이스로 널리 칭송을 받고 있다.
그러니 자연산 동굴이 아니라고 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정 자연산을 원한다면 강원도
나 단양, 울진(성류굴), 제주도로 쿨하게 날라가면 된다.

수도권 유일의 동굴 관광지로 오랫동안 입소문을 탄 광명동굴은 2012년 11월에 이미 인연
을 지은 바가 있다. 그때는 가학광산동굴이라 불렸는데, 개방 초창기라 광산 시절 그대로
의 모습을 거의 간직하고 있었다. 허나 볼거리는 별로 없었으며 가이드를 따라 30분 정도
동굴을 둘러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야말로 광산 동굴 산책이다.
이후 광명시의 무한 정성에 힘입어 나날이 진화를 보여 이제는 명실상부한 수도권 제일의
동굴 명소이자 광명시(光明市)의 꿀단지로 단단히 자리를 잡았다. 하여 그가 얼마나 달라
졌는지 확인도 해볼 겸, 오랜만에 다시 인연을 지었다.

햇님이 하늘 중간에 걸린 늦가을의 어느 날 14시, 개봉역(1호선)에서 후배를 만나 광명동
굴의 발, 광명시내버스 17번(개봉역↔광명동굴)을 탔다.
이 버스는 철산동(鐵山洞)과 하안동, 소하동, 가학동 등 광명 동부와 남부를 정신없이 강
제투어를 시켜주며 거의 1시간 만에 광명동굴 종점(광명시 자원회수시설 앞)에 우리를 내
려놓는다.


 

♠  광명동굴 입문

▲  광명동굴 밑에 자리한 광명시 자원회수시설

버스에서 내리니 하얀 구름 무늬를 지닌 붉은 피부의 거대한 건물이 우리를 맞는다. 하늘을 찌
를 듯 높이 솟은 굴뚝이 적지 않게 위압감을 선사하고 있는데 그는 '광명시 자원회수시설'이라
불리는 존재로 원래는 쓰레기 소각장이다. 광명 지역에서 거둬들인 잡다한 쓰레기를 태우고 처
리하던 현장으로 예전 가학광산 시절에는 광산 폐기물을 무방비로 모아두던 곳이었다.

2012년에 왔을 때는 정말 우중층한 모습 그 자체였는데, 광명동굴의 주변 미관을 위해 구름 무
늬를 겯드려 붉은 색 옷을 입혔다. 그래서 그때보다 밝고 화사하게 보인다. 건물 내부에는 광
명업사이클아트센터, 에코에듀센터가 들어서 폐자원을 활용한 문화/예술/교육 공간으로 쓰이고
있으며 식당 등의 편의 시설도 갖추고 있다. (건물 남쪽에 동굴 주차장이 있음)


▲  주차장 주변에 조성된 귀여운 조형물(사슴과 다람쥐, 광명동굴의
마스코트인 아이샤와 쿠오)과 늦가을에 잠긴 단풍나무


▲  자원회수시설에서 광명동굴로 인도하는 오르막 길

자원회수시설에서 3~4분 오르면 바로 광명동굴 앞이다. 동굴 앞에는 광장이 펼쳐져 있는데, 매
표소와 방문자센터, 쉼터, 광차 모형, 광부 모형 등이 있으며, 북쪽에는 아이샤 숲이라 불리는
조그만 공원이 있다. 광장 남쪽에는 막연히 하늘로 이어질 것만 같은 계단길이 길게 펼쳐져 있
는데, 그 길은 가학산(駕鶴山, 220m) 정상과 서독산, 구름산, 광명둘레길로 이어진다.


▲  동굴 앞에 닦여진 공원(아이샤숲)과 광부석상 (가학산 근린공원)
늦가을도 광명동굴의 소문을 들었는지 살며시 다가와 동굴 주변을 곱게 물들였다.
하얀 피부의 광부상은 한때 이곳의 주인공이었던 광부를 재현한 것으로
열심히 광물을 쏟아내던 옛 시절을 회상하게 한다.

▲  광명동굴 광장 (오른쪽 창구가 매표소, 그 오른쪽이 가학산 등산로)

▲  열려라 참깨~~!! 광명동굴이 활짝 빗장을 열었다.

▲  가학산으로 인도하는 계단길
여기서 가학산 정상까지는 40분 정도 걸린다.

▲  드디어 동굴의 속살로 들어서다.
(바람길)


※ 칙칙한 광산에서 관광용 동굴로 거듭난 현장, 수도권 유일의 동굴 관광지, 광명동굴
시골 풍경이 진하게 서려있는 광명시의 남쪽 변두리 가학동(駕鶴洞), 그 가학동을 둘러싼 가학
산 서남쪽 자락에 천하의 쟁쟁한 동굴들을 긴장시킨 광명동굴이 웅크리고 있다.
서울 근교의 거의 유일했던 광산이자 유일한 동굴<북한이 남침을 위해 파거나 우리 군에서 작
전상 판 땅굴은 제외>로 1912년 4월 왜인(倭人)이 발견하여 광산 사업을 벌이니 그것이 광명동
굴의 시작이었다.

이곳에서는 구리, 아연, 은, 금 등이 푸짐하게 쏟아져 나왔는데, 여기서 나온 광물은 왜열도로
넘어가 그들의 배때기를 찌우는데 주로 쓰였다. 하지만 지역 사람들로 이루어진 노동자들은 가
혹한 노동 착취에 쥐꼬리보다 못한 저임금을 받으며 힘들게 살아갔다.
왜정(倭政) 말기에는 징용을 피하고자 많은 사람들이 광산을 찾았다. 여기서 일하면 징용 대상
자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어딘지도 모를 이역만리로 끌려가느니 차라리 고향과 가까운 곳에서
고생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허나 지원자가 얼마나 줄을 섰던지 인맥을 동원해야 겨우 발을
들일 정도였다.

1945년 이후, 광산은 지역 사람에게 넘어가면서 비로소 이 땅을 위해 광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채광 기록이 부실하여 1955년부터 1972년까지의 기록만 남아있는데 그 17년 동안 동 1,247톤,
아연 3,637톤. 금 52kg, 은 6.070kg을 생산하여 주력 광물인 동, 아연 외에 다양한 광물이 담
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1950년 6.25전쟁이 터지자 지역 주민들이 광산으로 피난해 화를 면했으며 그 피난 시절에 광산
에서 태어난 아이를 '굴댕이'라 부르기도 했다.

1961~1962년에는 노동운동이 일어나 언론을 타기도 했으며, 그 시절에는 시흥광산이라 불렸다.
(그때는 '경기도 시흥군'이었음) 또한 1960년대 중고등학교 지리, 사회과지도에 주요 광물 생
산지로 절찬리에 등장해 이 땅에서 존재감이 꽤 컸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최대 500여 명이 일
을 했었다.

그렇게 잘나갔던 가학광산은 1972년 한순간의 실수로 거지가 되고 만다. 광산에서 채굴하여 버
린 돌을 광산 서쪽에 무방비로 쌓아두었는데, 홍수로 그것들이 죄다 떠내려가 가학동과 시흥시
목감동의 들판을 들이친 대형사고가 터진 것이다. 돌로 뒤덮힌 경작지는 30~40년 동안 경작이
불가능했을 정도였으니 그만큼 광물 찌꺼기의 맹독성은 심했다.
졸지에 터전을 잃은 농민들이 항의하자 이를 보상해야 했고 만만치 않은 보상금을 치르면서 재
정이 바닥나 결국 망하고 말았다.

다행히 인수자가 있어 폐광은 면했으나 바로 그해 7월, 가학산 주변이 그린벨트로 묶이면서 광
산의 목구멍은 막히고 말았다. 개발이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광산 안에는 수십 년을 쓸 수 있
는 광물이 묻혀 있고, (1950년 조사 때 광산 내 매장량은 약 19,000톤으로 측정됨) 금도 적지
않게 깃들여져 있던 상태에서 그린벨트란 굴레가 씌워진 것이다.
그래서 1978년부터 2010년까지 소래포구에서 의뢰 받은 젓갈을 저장하는 창고로 간신히 연명했
으나 그걸로는 본전도 뽑기 어려웠다. 그러다가 1994년 6월, 이름 뿐인 광업권까지 소멸되면서
광물 채굴은 어림도 없게 되었다. 채굴이 불가능한 광산은 천상 입구에 못질을 하고 문을 닫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라질 위기에 처한 가학광산에게 의외의 구원자가 두 손을 내밀었다. 바로 광명시였다.
광명시는 이 기회에 동굴 하나 장만하여 폐광산 테마공원으로 꾸밀 계획을 세우고 2011년 1월
광산과 주변 토지 10만
를 43억원에 매입했다. 마땅히 천하에 내세울 명소가 변변치 못하였던
광명시가 버려진 광산을 주목하고 모험을 건 것이다.
그래서 7개월 동안 갱도 내부를 손질하고 홍보 영상까지 제작해 천하에 널리 뿌렸으며, 그해 8
월 22일 가학광산에 동굴 2자를 붙여 '가학광산동굴'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그동
안 어둡고 칙칙했던 광산 이미지를 확 벗어 던지고 수도권 유일의 동굴 관광지로 새롭게 거듭
난 순간이었다.
이때가 1차 개방으로 그해 12월 11일까지 약 110일 동안 문을 열었으며, 11월에는 최초로 동굴
음악회가 열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개방 기간에 무려 17,000명이 찾아와 이곳의 전망이 결
코 어둡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그해 12월 12일 다시 빗장을 잠구고 2012년 3월 16일까지 보수 작업을 벌여 3월 17일 다시 빗
장을 열었으며 그해 11월 30일까지 2차 개방을 실시했다. 이때는 입장 시간을 변경해 9시부터
16시 20분까지 입장시켰으며, 동굴 100주년 기념 행사와 음악회, 영화 상영, 출판 기념회 등의
이벤트를 가졌다.
그리고 다시 빗장을 잠구고 2013년 3월까지 다시 내부를 손질하여 천하 최초의 '동굴예술의전
당'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 개관 기념으로 동굴문명 특별전이 열렸으며, 최초의 동굴 패션쇼와
보석쇼 등의 이벤트를 열어 동굴의 명성을 드높였다. 또한 국토교통부의 의견을 거쳐 동굴 주
변을 가학산 근린공원으로 조성했다.

2014년에는 국내 최초로 판타지 콘셉트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했고, 동굴 최초 영화 '터널3D'를
촬영해 시사회를 가졌다. 또한 볼거리를 계속 확충하여 아쿠아월드, 빛의 세계전, 동굴 레이저
쇼 등을 갖추었으며, 이 해까지 100만 명이 다녀가 동굴의 높은 인기를 보여주었다.
2015년에는 조촐하게 와인동굴까지 선보여 서울 근처에서도 동굴에서 숙성된 와인을 즉석에서
마실 수 있게 되었으며,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뉴질랜드 웨타워크숍과 손잡아 판타지 콘셉
트 디자인 공모전을 벌였다. 그리고 프랑스와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고자 2016년 4월부터 9월
까지 라스코 동굴벽화 국제순회 전시회를 벌이는 등, 천하 제일의 동굴 관광지를 위해 열심히
날개짓을 하고 있다.
또한 동굴 이름도 가학광산동굴에서 광명동굴로 갈면서 광산 이미지를 지웠고, 동굴에 들인 본
전을 뽑고자 2015년 4월부터 달갑지 않은 입장료까지 얹혀 이제는 유료의 동굴이 되었다. 유효
화 이후에는 사람이 줄기는 커녕, 풍부하게 넣어든 볼거리와 수도권 유일의 동굴 관광지란 타
이틀 때문에 오히려 증가하여 광명시의 곳간을 채우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광산 갱도의 총길이는 7.8km, 갱도의 깊이는 275m<해발 180m에서 지하 95m까지>이며, 내부 면
적은 42,785㎡<유역 면적 342,797㎡>, 갱도 폭 2~5m<평균 3.5m>, 갱도 높이 1.5~4m<평균 2.75m
> 이다. 하루 선광량은 350톤, 갱도 재질은 석회규산염암과 편암이며, 동공 수는 50여 개로 동
공에는 위 아래를 연결하는 통로를 두었고, 권양기(捲揚機)라는 기계를 와이어로 감아 크고 작
은 광석을 광차를 이용해 실어날랐다.
광산으로 쓰였던 곳이지만 내부 통풍에는 지장이 없어 산소가 충분하며, 평균 13도 가량을 유
지하고 있다. 그래서 한여름에는 시원해 피서의 성지로 아주 제격이다. 내부로 들어가는 곳은
이곳 외에 소하동(所下洞)에도 있으나 그곳은 닫혀 있으며, 갱도 높이가 들쭉날쭉해 정문에 비
치되어있는 안전모를 필히 써야 머리에 탈이 없다.

광명동굴(가학광산 동굴), 그곳을 처음 접했을 때 동굴이란 2글자가 붙어 있어 자연산과 인공
이 섞인 동굴이라 생각했다. 허나 이는 어디까지나 단어 장난이었다. 순 100% 사람이 삽질해서
판 인공굴이었던 것이다. 자연이 손댄 부분은 하나도 없으나 굴을 둘러보면 정말 자연산 동굴
처럼 느껴져 사람의 힘이 정말 대단함에 놀라게 된다. 먹고 살기 위한 집념과 노다지를 캐려는
집념이 이런 커다란 동굴을 빚었던 것이리라.
땅굴 파기는 북한이 천하 제일이지만 우리도 그에 못지 않다. 아쉬운 건 이곳이 왜정 때 이 땅
의 백성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긴 현장이라 조금은 씁쓸하다는 것이다.

한때 밀폐된 공간에 무엇을 그리 주섬주섬 만드는가 우려와 비판도 많았지만 그 우려를 잘 소
화하여 이제는 어엿한 동굴 관광지로 내 앞에 섰다. 광명시가 5년 넘게 갖은 정성을 들인 광명
의 진정한 꿀단지이자 서울 근교의 주요 명소로 우뚝 선 현장으로 비록 입장료를 씌운 점은 함
정이지만 그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나날이 진화를 보이고 있는 살아있는 동굴이다.

※ 광명동굴 찾아가기 (2017년 7월 기준)
* 지하철 1호선 개봉역(1번 출구 밖 남부순환로변 정류장), 7호선 철산역(2번 출구 밖 2001아
  울렛 철산점 건너편 정류장), 1호선과 고속전철 광명역(7번 출구)에서 광명시내버스 17번을
  타고 광명동굴 종점 하차, 도보 5분
* 지하철 1,2호선 신도림역(1번 출구) 중앙차로 정류장, 7호선 철산역(2번 출구 밖 2001아울렛
  철산점 건너편 정류장)에서 광명시내버스 11-2번을 타고 소하동 광명동굴입구 종점 하차, 광
  명동굴까지 도보 30분 또는 코끼리차 아이샤를 타고 광명동굴까지 이동
  <코끼리차는 광명동굴 후문에서 광명동굴 제2매표소까지 운행하며, 9시20분부터 17시까지 20
  분 간격으로 운행, 요금은 청소년과 어른 2,000원 / 어린이 1,000원 (비나 눈이 오거나 강추
  위 때는 운행안함)>
* 지하철 7호선 철산역(2번 출구)과 광명역(2번 출구)에서 광명투어버스 이용, 광명역에서는 1
  일 4회, 철산역에서는 1일 6회 운행하며, 월요일은 운행하지 않는다.
  (광명투어버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 이곳을 클릭한다)
* 광명동굴 자원회수시설 남쪽(제1,2주차장)과 광명동굴 후문(제3주차장)에 주차장이 있음 (주
  차비 무료)

★ 광명동굴 관람정보 (2017년 7월 기준)
* 입장료 : 어른 6,000원(단체 5,000원), 군인 4,000원(3,500원), 청소년 3,500원(3,000원),
  어린이 2,000원(1,700원)  <광명시민은 50% 할인, 단체는 20명 이상>
* 관람시간 : 9시~18시 (17시까지 입장 가능, 매주 월요일 휴관)
* 동굴 체험활동 - 광물(보석) 채광 4,000원, 황금채취 6,000원, 광산모자만들기 3,000원, 동
  굴속 황금패 달기 5000원
* 2017년 7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동굴 안 라스코전시관에서 바비인형전이 열린다. (입장료
  는 별도, 자세한 것은 광명동굴 홈페이지 참조)
* 소재지 - 경기도 광명시 가학동 산 17-1, 27일원 (가학로 85번길 142 ☎ 1688-3399)
* 광명동굴 홈페이지는 아래 사진을 클릭한다.


▲  온갖 색채의 조명이 길을 비추는 광명동굴 바람길


 

♠  지하 세계, 광명동굴 둘러보기 (바람길에서 황금궁전까지)

▲  한때 소박했던 웜홀광장 (2012년 모습)

우리는 입장권을 구입하고 안전모를 눌러쓴 다음 동굴의 속살로 들어섰다. 사람의 손으로 이룩
된 갱도는 휴전선에 있는 북한의 남침용 땅굴과도 조금은 비슷한 모습인데, 폭 2~5m, 높이 1.5
~4m로 상당수의 갱도는 2m 정도를 유지한다. 촘촘한 간격으로 조명 시설을 달아 다양한 색채로
갱도를 곱게 수식하며, 색이 바뀔 때마다 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동굴의 시작인 바람길을 지나면 웜홀(Wormhole)광장이 나온다. 여기서 길(동공)은 3갈래로 갈
리는데 관람 순서가 정해져 있어 무조건 오른쪽 빛의 공간으로 가야 된다. 동굴을 1바퀴 돌면
다시 웜홀에 이르게 되는데, 그때는 옆 길로 들어서 와인동굴을 거친 다음 다시 웜홀로 나와서
밖으로 나간다. 그러니 동굴 관람 동안 웜홀을 총 3번 찍는 것이다. 그래서 동굴의 과거, 미래
, 현재를 둘러보는 입구라 하여 웜홀(우주에서 불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통로)이라 이름
지었다.


▲  빛의 황홀한 터널, 빛의 공간 ▼

빛의 공간은 다양한 색채의 조그만 조명등을 터널처럼 씌운 구간으로 검은 도화지 속에 이렇게
찬란한 터널을 두니 마치 겨울 저녁 빛 축제 현장에 들어선 기분이다.
그렇게 빛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터널을 지나면 동굴 아쿠아리움과 예술의 전당이 모습을 드
러낸다.


▲  빛의 공간 남쪽 종점

▲  '황금동굴의 빛나는 생명체' 모형들

빛의 공간을 지나면 '황금동굴의 빛나는 생명체'란 이름을 지닌 요상한 동물 모형이 빛을 발하
며 나타난다. 이들은 동굴을 꾸미면서 달아놓은 테마 모형으로 그들을 만들고 적당한 이야기를
덧붙였다.
내용인즉 황금동굴(광명동굴)의 가장 깊은 곳에는 황금을 먹고 빛을 내는 다양한 생명체가 살
고 있는데 동굴 벽면에서 살고 있는 젤리팻 가족과 동굴 안을 부유하는 어비스 피쉬가 대표적
인 빛의 생명체란 것이다. 이들은 LED조명 작가 권영준이 만든 것으로 다양한 조명을 씌워 시
간마다 다른 피부색을 낸다.
지금이야 우스개 소리로 듣고 흘리겠지만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그 이야기도 세월만큼이
나 커져 무시무시한 전설로 바뀌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면 동굴에 머물며 사람들을 괴롭힌 괴
물,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런 비슷한 전설이 천하에 제법 많다.


▲  붉은 빛을 내는 '황금동굴의 빛나는 생명체' 모형들

▲  동굴 아쿠아월드(Aqua world)

동굴 속에 물고기를 담은 수족관이 있다면 믿겠는가? 바로 그 믿음의 현장이 광명동굴의 아쿠
아월드이다. 어떻게 동굴 속에 수족관을 만들 생각을 했는지 참 생각이 기발하기 그지 없는데
동굴에서 무한리필로 쏟아지는 지하 암반수를 활용하여 1급수에서 사는 물고기와 천하에 여러
물고기를 담아 조촐하게 아쿠아월드를 꾸몄다. 물론 물고기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  조그만 물고기의 세상, 동굴 아쿠아월드 수족관

▲  브라질 아마존강에서 넘어온 무서운 물고기, 피라냐
피라냐는 아마존 원주민 말로 '이빨이 있는 물고기'란 뜻이다. 날카로운 이로
아무거나 물어뜯는 미친 물고기로 사람까지도 물어뜯어 죽게 만든다.
저 쥐방울만한 물고기가 말이다.

▲  다양한 수족관과 물고기가 있는 동굴 아쿠아월드 내부

▲  스크린이 있는 동굴 예술의전당

동굴 남쪽 구석에는 '동굴 예술의 전당'이라 불리는 공간이 있다. 이곳은 동굴 내부에서 가장
너른 공간으로 광산 시절에는 폭파 등의 위험한 일을 할 때 임시 대피소로 쓰였다. 그랬던 현
장이 문화예술 공간으로 상큼하게 변신하여 영화, 음악회, 뮤지컬, 패션쇼, 3D홀로그램 영상
등이 열린다. (350석 규모임)
2012년에 무대와 객석을 만들고 시범용으로 영화를 여러 차례 상영하여 좋은 호응을 얻었으며,
2013년에 스크린을 설치하여 그해 6월 29일 개관하였다. 이 땅 유일의 동굴 속 예술의전당으로
동굴 속살에 이렇게 극장 겸 공연장을 닦을 생각을 하다니 참으로 깜찍한 아이디어 같다. 계절
과 날씨에 방해 받지 않고 언제든 상영이나 공연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다만 깊은 굴 속이라
만약에 사태에 대비할 재난 메뉴얼은 꼭 필요하다.

* 매일 3D홀로그램 영상을 상영한다. 동굴 요정 아이샤와 쿠오가 동굴을 탐험하는 이야기를 다
  룬 3D입체 영상물로 상영 소요시간은 3분 30분 정도 (상영시간은 30분 마다, 변경 가능)


▲  동굴 예술의전당과 위로 향하는 계단
한여름에 여기서 공포 영화를 본다면 참 효과가 클 것 같다. 거기에 정선
화암동굴에서 여름마다 열린다는 귀신체험도 겯드린다면 아주 몸살날 듯.

▲  황금길

동굴아쿠아월드와 예술의전당에서 북쪽으로 가면 황금길이라 불리는 구간이 나온다. 금이 적지
않게 나왔던 동굴의 이력과 부자를 꿈꾸는 속인(俗人)들의 바램을 담아 황금길이라 했는데, 소
망을 적은 황금패를 걸어두는 소망의 벽이 있으며, 숲속 나무에서 나오는 음이온을 깃들여 놓
아 관람객들의 건강도 조금은 배려해주고 있다.


▲  황금길 구간
이곳을 거닐면 혹여 금이 뚝딱 떨어지지 않을까? 아직도 금이 많이 매장되어
있다고 하니 곡괭이를 들고 몰래 잠입하여 무한정 캐보고 싶다.

▲  동굴 천정에 뚫린 구멍 - 동굴에 살던 용이 급하게
승천하던 자국은 아닐까?

▲  중생들의 소망을 먹고 자라는 황금길 소망의 벽

소망의 벽에는 중생들의 소망을 머금은 황금패(가짜 황금임)들이 주렁주렁 걸려있다. <황금패
를 5,000원에 구입하여 소망을 적은 다음 벽에 알아서 걸면 됨~~> 이 구간에는 건강에 좋다는
음이온이 깃들여져 있어 수복강녕(壽福康寧)의 길이라 불리기도 한다.


▲  동굴 속에 아름다운 수채화, 황금폭포

소망의 벽을 지나면 동공 속에서 울고 있는 황금폭포가 나온다. 관람객의 손길이 전혀 닿을 수
없는 곳에 자리해 있어 그야말로 그림의 떡 같은 폭포인데, 동굴 지하수를 활용해 높이 3.6m의
멋드러진 폭포를 빚었다.
시간당 약 1.2톤의 물이 흐르고 있어 가뭄으로 신음하는 바깥 세상과 달리 수량은 풍부하며 황
금빛 조명을 달아놓아 늘 황금색을 자아낸다. 다른 동굴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진귀한 폭포
로 광산 시절에는 호퍼(hopper)라고 채굴된 광석을 떨어뜨리던 구멍이 있었다.


▲  가짜 황금이 널부러진 황금의 방

황금폭포를 지나면 황금의 방이라 불리는 공간이 나온다. 이 역시 금이 나왔던 광산의 과거 이
력을 반영하여 지은 것인데, 마치 오래된 무덤의 내부나 숨겨진 공간의 석실(石室)처럼 분위기
를 내고 온갖 황금 덩어리를 그럴싸하게 풀어놓아 황금을 꿈꾸는 속인들의 마음에 불을 지른다.
허나 아쉽게도 저들은 모두 가짜이다. 그러니 가져갈 필요도 없다.


▲  광명동굴의 마스코트, 황금 망치와 황금을 든 아이샤(Aixia)

아이샤는 광산이나 동굴 속에서 산다는 난쟁이 요정이다. 그는 주로 금과 은, 보석이 많이 나
오는 곳에 출현한다고 하며, 그 연유로 그를 광명동굴의 마스코트로 삼아 귀여운 어린 여자아
이로 포장하여 내놓았다. 그의 황금 망치는 아무거나 뚝딱 황금으로 바꾸는 신비한 망치로 보
잘것없는 돌이라고 해도 그의 망치질을 받으면 황금으로 변신한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샤는 광명시의 창작물이 아닌 서양의 옛 신화에 나오는 존재이기 때문에 '쿠오'라
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그와 짝을 짓고 동굴 요정으로 삼아 그럴싸한 이야기를 넣었다.

이야기인즉 쿠오는 동굴을 탐험하다가 간드레(광산에서 사용하던 등)를 줍는 과정에서 인간 세
계로 통하는 입구를 발견하니 그게 바로 광명동굴이라는 것이다. 동굴을 나온 아이샤는 하늘에
떠있는 별들에게 홀딱 반해 매일 동굴에서 별을 닮은 금석(金石)을 만들었다고 한다.

동굴 마스코트를 두는 건 좋지만 굳이 양이(洋夷)들의 캐릭터와 칭호를 쓰지 말고 동굴 자체적
인 캐릭터를 만들고 이름 또한 순 한글로 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지역 이름을 따서
'광명'이라고 하는 것도 좋을 듯 함>


▲  조명빨로 살아가는 황금궁전

황금의 방 부근에는 황금궁전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앞서 황금폭포처럼 탐방로 윗쪽에 붕 떠
있어 만지기가 어려운 존재인데, 황금궁전이라 하여 무슨 궁전 같은 것이 있는 것은 아니며 2~
3개의 동공이 있는 곳에 조명을 달고 수시로 색을 달리하는 것이 이곳의 전부이다. 그 모습이
제법 아름다워서 황금궁전이라 이름 지은 모양이다.


▲  초록색으로 변한 황금궁전

▲  동굴 지하 세계로 내려가는 길
저 계단의 끝에 지하에 숨겨진 또다른 세상이나 저승이 있는 것은 아닐까?

▲  동굴 지하 세계로

황금 궁전을 지나면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마치 지하 끝으로 이어질 것 같은 기세로 나타난
다. 지금까지는 동굴 입구와 해발 높이가 비슷한 수평 갱도였지만 여기서부터 지하1레벨로 내
려가는 것이다. 아주 잠시 말이다.
이 계단은 광부들이 광석을 채굴하고 그것을 나르던 통로로 경사는 약 32도이다. 광산이 폐쇄
된 이후, 지하 구역에 대한 손길이 끊기면서 지하수가 슬쩍 들어와 오랫동안 물에 잠겨 있었으
나 2013년에 모두 퍼내어 길을 냈다.


 

♠  지하 세계, 광명동굴 둘러보기 (지하세계에서 와인동굴까지)

▲  귀신의 집(공포체험관)과 후덜덜한 귀신 누님 모형

동굴 지하 세계로 내려오니 귀신의 집과 처녀귀신 모형이 으시시한 모습으로 마중을 한다. 시
작부터 아주 쎄게 관람객들의 염통을 건드리고 있는데 소복을 입은 처녀귀신은 진짜 살아있는
여인처럼 보여 염통에 긴장을 더하게 한다.
다행히 움직이지는 않아 긴장의 정도는 이내 떨어지고 말지만 만약 저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면 <모형 대신 귀신이나 저승사자 분장을 한 사람을 배치하여 극적 효과를 높이는 것도 좋을
듯함~> 납량특집이 정말 따로 없었을 것이다. 거기에 무서운 소리를 내며 살짝 쫓아오거나 수
평레벨로 오르는 계단을 잠시 끊어 공포 분위기를 높인다면 염통과 한여름의 무더위는 그야말
로 제대로 쫄깃해지겠지~~! 광명시는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  아득히 바라보이는 동굴 지하호수

광명동굴은 수평 갱도인 0레벨부터 지하 7레벨까지 총 8개 레벨로 이루어져 있다. 광산이 폐쇄
된 이후, 지하 1레벨까지 지하수가 찼으나 1레벨을 해방시키면서 2레벨 이후부터 물에 잠겨 있
다. 이들 물은 지하3레벨과 5레벨에서 나온다.

저 밑에 아득히 바라보이는 지하호수는 지하 2레벨로 접근하기가 꺼림칙할 정도로 무서운 무엇
인가가 툭 튀어나올 것 같다. 현재는 접근 불가이며 늘 암반수에 잠겨있어 비밀의 호수를 연상
케 한다.


▲  동굴 천정에 나타난 무시무시한 신비의 용

동굴 지하 세계에서 북쪽으로 조금 올라오면 '신비의 지하조망대'가 나온다. 이곳에는 용을 비
롯하여 여러 가지의 실감나는 모형을 만날 수 있는데, 천정에 붙어있는 용 모형은 마치 실물을
보는 듯 하여, 동굴 속에서 수백 년 동안 웅크리다가 드디어 하늘을 향해 몸을 푸는 모습 같다.
조명이 있으니 망정이지 그것마저 없는 상태에서 그를 봤다면 염통이 그야말로 땅에 떨어졌을
지도 모른다.


▲  윗쪽에서 바라본 신비의 용의 위엄

▲  광명동굴에 스미골이 나타났다~~! ▼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단단히 재미를 보았던 스미골이 광명동굴에 놀러 왔다. 그가 영화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던 공간과 이곳이 많이 비슷하기도 한데 반지의 제왕 이후 재미가 별로인지 요
즘 천하에 뜨고 있는 광명동굴까지 날라와 새롭게 안착을 했다.
나도 반지의 제왕 팬으로 그 모형을 본 것은 이곳이 처음인데 반지의 제왕을 만든 뉴질랜드 웨
타워크숍이 광명시와 손을 잡은 기념으로 간달프와 함께 제공한 것이다. 세계적인 영화의 캐릭
터를 이리 만나보다니 참 반갑기 그지 없다.


▲  네모난 상자 안에 담긴 간달프와 트롤 모형
조명이 수시로 변덕을 부리면서 밝음과 어둠 2가지를 재현한다.

▲  여러 그림과 모형이 전시된 신비의 지하조망대
지하1레벨에서 다시 수평레벨로 올라가는 길목에 자리한 이곳은 공모전을
비롯하여 다양한 전시 공간으로 쓰이는 지하 갤러리이다.

▲  신비의 지하조망대에 전시된 여러 사진과 그림들 (공모전 작품)

▲  광명동굴 속의 유일한 샘터, 광부샘물

강원도 동해, 정선부터 제주도까지 많은 동굴을 다녀봤지만 굴 안에 샘터가 있는 굴은 광명동
굴이 처음이다. 그러고보면 이 동굴은 여러 번 사람을 놀라게 만든다.

광부샘물은 지하1레벨에서 나오는 암반수로 광산 시절 광부들이 마셨던 물인데 광산 내부는 광
물과 그것을 캐는 도구들로 늘 지저분하기 그지 없어 늘 식수 문제가 도사렸다. 그런 상황에서
이 물은 광부들의 목마름을 오랫동안 달래주던 소중한 물로 수질 검사에서도 적합 판정을 받아
여전히 샘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샘터라고 해서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약수터가 아니라 공원 음수대와 같은 모습이다. 버튼을
누르면 물이 흔쾌히 나오는데, 한 모금 마셔보니 딱히 특별한 맛은 없다. 그냥 흔한 샘물 맛으
로 나중에 나올 와인 1잔과 함께 동굴에서 공짜로 누릴 수 있는 물이다.


▲  동굴의 빛바랜 흔적, 새우젓 저장고

가학광산이 강제로 광산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1972년 이후, 새우젓 저장고로 간신히 명맥을 유
지했다. 이곳이 깊은 지하인데다가 서늘하여 새우젓 보관에는 아주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광산
주인도 먹고 살고자 인근 소래포구에서 의뢰 받은 새우젓 보관 업무를 해주었는데, 1978년부터
2010년까지 32년 동안 그 역할을 하였다. 그 기간 소래포구를 거쳐간 새우젓은 거의 이곳의 신
세를 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새우젓 저장고의 역할은 2010년 그 막을 내렸으며, 옛 저장고 자리에는 새우젓 통이 재
현되어 이곳을 거쳐간 역사의 한 페이지를 보여준다.


▲  불로문(不老門)

새우젓 저장고를 지나면 불로문이란 나무 현판을 내민 돌문이 나온다. 불로문 즉 '늙지 않는다
'는 뜻으로 황금 찾기와 더불어 사람들의 오랜 소망이기도 하다. 허나 아무리 늙음을 막으려고
용을 써도 우탁(禹倬)의 탄로가(嘆老歌)처럼 지름길로 알아서 찾아온다.

불로문은 바위를 뚫어서 만들었는데, 한자로 쓰인 불로문 현판은 광명 지역의 대표적인 서예가
인 운계 신성재가 예서체로 쓴 것으로 동굴을 찾은 사람들의 불로장생을 기원하는 뜻에서 문의
이름을 불로문이라 했다.


▲  빛나는 광부 모형
황금 모형이 가득 담긴 광차를 밀고 있는 하얀 빛의 광부. 광부의 피와 땀이
서린 동굴의 과거와 노다지를 향한 광부의 소망을 그렇게 표현했다.
동굴은 바로 그 2가지 요인으로 오랫동안 번영을 누렸다.

▲  옛 광산의 아련한 흔적, 조구통

조구통이란 광부들이 광석을 운반하고자 만든 조그만 구멍으로 통나무로 주변을 받쳤다. 광산
을 동굴로 손질하면서 이제 3군데만 남아있을 뿐인데, 광산 시절에는 필요에 따라 아무 때나
만들고 또한 메꾸었다. 방향에 따라서 '남나굴이','북나굴이'이라 불리기도 했고, 지하 사갱
에 만든 조구통에는 '1번 나굴이','2번 나굴이' 등 갱도의 레벨 번호를 붙이기도 했다.


▲  근대역사관에 전시된 광산 도구들

불로문을 지나 북쪽으로 가면 동굴의 100년 역사 및 옛 시흥/가학광산 시절을 머금은 근대역사
관이 나온다. 광명동굴에 걸맞게 동굴 속 컴컴한 곳에 자리를 닦은 역사관으로 광산 시절에 쓰
인 갖은 도구와 생산된 광물들, 광산을 안팎으로 재현한 디오라마 등이 전시되어 있다.


▲  광산이 토해낸 여러 광물들 (동, 아연 등)

▲  가학광산 내부 모형과 광산에서 일하는 광부들의 모습

현재 동굴은 수평레벨 상당수와 지하1레벨 일부만 문이 열려 있다. 나머지 지하 레벨과 수많은
가지굴은 여전히 닫혀있는 상태~ (지하2레벨 이후는 물에 잠겨 있음) 이들 닫힌 공간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다 공개하기에는 솔직히 무리인 듯 싶고 적어도 지하2레벨과 소하동 방면 가지굴
까지는 해방이 되지 않을까 싶다.


▲  가학광산 외부 모형 (오른쪽이 광물을 추출하던 선광장)

▲  암석을 뚫는 기구를 이용해 가학산의 속살을 들쑤시던 광부 모형

▲  광산의 이동 공간, 동공

▲  광물을 실어나르던 광차(鑛車)

▲  이제 와인동굴로 (와인동굴 입구)

근대역사관을 둘러보고 서쪽으로 가면 다시 웜홀광장이 나온다. 여기서 관람 방향에 따라 왼쪽
(동쪽)으로 가면 (오른쪽은 바람길과 동굴 정문임) 광명동굴의 명물인 와인동굴이 마중을 한다.
 
와인동굴은 수평레벨 동쪽 굴 194m 구간으로 2015년에 와인셀러, 와인레스토랑, 와인 창고, 와
인바(와인 시음장) 등을 닦았다. 그 동굴의 끝에는 와인들이 숙성의 과정을 밟고 있는 와인 창
고가 있으며 이곳에 보관 중인 와인은 170여 종의 1,000병이 넘는다.
와인바에서는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데 무료이긴 하나 어차피 그 비용이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
다. 그러니 완전 공짜는 아니며 1인당 1~2잔 정도 마실 수 있다. 물론 와인 구매도 가능하다.
이렇게 굴 속에 와인터널을 둔 것은 깊은 지하라 와인 보관과 숙성에 아주 착한 온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이곳처럼 버려진 터널이나 인공굴을 손질해 와인 숙성 공간으로 활용하여
재미를 보는 곳이 여럿 있다. (무주 머루와인동굴, 청도 와인터널 등~) 그야말로 검은 터널의
화려한 변신인 셈이다. 이들은 처음에는 단순히 와인 숙성/보관 장소로 시작했으나 와인을 체
험하고 구매하는 현장으로 차차 인기를 모으면서 지역의 주요 명소로 대박을 터트렸다.


▲  와인에 대한 설명과 빈 와인병이 좌우에 가득 널린 와인동굴

▲  와인바(와인시음장) 직전

와인바에 이르면 그곳을 지키는 사람이 알아서 와인을 따라준다. (미리 몇 잔씩 차려진 경우도
있음) 그렇게 와인을 1잔 들이키고 와인 리필을 요청하면 어지간해서는 1잔을 더 따라준다. 나
는 1잔으로는 별로 느낌이 안와서 2잔을 마셨음.


▲  와인동굴 스타일의 상큼한 와인 조명등
가만 보니 술잔에 와인을 따르는 모습이다.

▲  바람길 (와인동굴입구~웜홀광장 구간)

▲  온갖 조명등이 길을 비춰주는 바람길 (웜홀광장~동굴 정문 구간)

▲  다시 빛을 보다. (동굴 정문 직전)
우리네 인생도 광산 갱도를 방황하는 것과 비슷하다. 잘 방황하면 금 노다지를
캐는 것이고 잘못 헤매면 광산에 갇히거나 벼랑으로 곤두박질~~


 

♠  광명동굴 마무리

▲  을씨년스러운 선광장(選鑛場) <2012년 모습>

동굴 내부를 1시간 정도 둘러보고 다시 햇살이 춤추는 바깥으로 나왔다. 욕심 같아서는 동굴의
금지된 속살까지 더 누려보고 싶으나 나한테는 그 금지를 풀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그러니 공
개 구역만 얌전히 둘러보고 나가야 된다.

동굴 남쪽에는 '선광장'이라 불리는 조금은 우울하게 생긴 공간이 있다. 이곳은 광산에서 캐낸
돌을 기계를 이용해 불에 달구거나 수작업으로 돌에 묻힌 광물을 뽑던 현장으로 광물을 빼앗긴
돌은 더 이상 쓸모가 없어 광산 서쪽에 쌓아두었다.
광산이 버려진 이후, 이곳에 쓰인 기계는 모두 고철로 버려지거나 엿으로 바뀌는 신세가 되었
으며, 그 작업을 했던 돌로 다진 현장과 기초석만 남아있을 뿐이라 마치 폐허가 된 고대 유적
지나 옛 군사시설, 영가(靈駕)를 보내던 화장터처럼 황량하기 그지 없다. 한밤중에 오면 은근
히 오싹할 듯~~
어쨌든 광산과 관련된 100년 이상 묵은 산업 문화유산으로 광산 바깥에 유일하게 남은 광산 시
절 흔적이라 등록문화재나 지방문화재 감으로 전혀 손색은 없어 보인다.


▲  다시 찾은 선광장

▲  광물을 추출하던 곳

▲  선광장 옆에 조성된 쉼터과 체험놀이터


▲  체험놀이터 (광물 채광 체험)

선광장 앞에는 체험놀이터가 닦여져 있다. 옛 광산에 걸맞게 광물 채광과 황금 채취, 광산모자
만들기 체험을 하는 곳으로 매표소에서 원하는 프로그램 체험권을 구입해 체험놀이터 체험부스
로 달려가 그것을 제출하고 체험에 임하면 된다. (체험 자료를 제공함)
이곳 체험 놀이는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대단한데, 모래 속에서 황금(또는 광물)을 찾고자 하는
일념들이 대단하다. 지금이야 저런 방식으로 광물과 숨바꼭질을 하지 않지만 옛날에는 저런 방
식으로 광물을 잡아냈다.

* 체험놀이터 운영시간 : 10~18시까지 (17시까지 표를 구입해야 됨)
* 체험활동 가격 : 광물채광 4,000원 / 황금채취 6,000원 / 광산모자 만들기 3,000원


▲  광명동굴 북쪽 산자락에 있는 황금노두(黃金露頭, 노두바위)

일몰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어 동굴 매표소 옆 계단길을 올라 잠시 가학산의 품을 거닐었다. 계
단을 오르면 광명의 지붕인 구름산, 도덕산, 서독산, 가학산의 허리를 이어주는 산길이 나오는
데, 여기서 북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기묘하게 생긴 커다란 바위가 두 눈을 단단히 부여잡는다.

그 바위는 '노두바위'로 근래 '황금노두'로 이름이 갈렸다. 바위 근처에 부엉이가 많이 살았다
고 해서 '부엉이바위'란 별칭도 가지고 있으며, 1912년 광산을 시작했을 때 여기서 뚫고 내려
갔다고 한다. 그러니 광명동굴이 시작된 첫 지점이 된다. 현재 그 시절에 뚫은 동공이 좁게 남
아있으며, 바위 주변에는 자갈과 온갖 조그만 돌이 가득 깔려 있고, 나무와 식물도 바위와 적
당히 거리를 두고 있어 흙과 돌만 가득한 사막이나 황량한 대지의 바위산 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이국적인 풍경을 그려낸다.


▲  옆에서 본 황금노두 (바위 꼭대기에 동공이 있음)

▲  가학산 광명동굴 숲길에서 만난 쉼터

가학산 정상까지 가볼까 했으나 일몰이 눈치를 주어 중간에 있는 쉼터(윗 사진)에서 발길을 돌
렸다. 어차피 언젠가는 또 올 것이니 그때 정상까지 올라 천하를 굽어봐도 늦지는 않다.

삼삼하게 우거진 가학산 숲은 늦가을 절정에 퐁당퐁당 빠져 한참 타오르고 있었다. 성질 급한
나무들은 반년 동안 걸치던 잎사귀를 땅바닥에 떨구며 소위 낙엽을 배출하고 있다. 귀를 접고
누운 낙엽들은 인생의 마지막을 노래하고 사람들은 낙엽 밟는 소리가 좋다며 그들을 무침히 밟
고 지나간다. 그렇게 잎은 가루가 되고, 분해자에 의해 썩고, 땅 속에 스며들어가 식물의 양분
이 되니 이것이 소위 생태계의 법칙이다.

광명동굴 숲길을 끝으로 늦가을 광명동굴 나들이는 대단원의 막을 고한다~~~!  


▲  가학산에서 만난 일몰 (시흥시, 인천 방향)
칼출근/퇴근의 달인 햇님은 퇴근 시간이 임박함에 따라 슬슬 그만의 세계로
돌아가고자 꽁무니를 뺀다. 마침 그와 약속이라도 한 듯, 한무리의
구름이 몰려와 그를 가려준다.



* 까페와 블로그에 올린 글은 공개일 기준으로 딱 9일까지만 수정/보완 등의 업데이트가
  이루어집니다.
* 본글의 내용과 사진을 퍼갈 때는 반드시 그 출처와 원작자 모두를 표시하시기 바랍니다.
  (상업적 이용은 댓글이나 메일, 전화연락 등으로 반드시 상의바람, 무단 사용은 안됨)
* 글씨 크기는 까페와 블로그는 10~12pt, 원본은 12pt입니다.(12pt기준으로 작성됨)
* 오타나 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즉시 댓글이나 쪽지 등으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외부링크 문제로 사진이 안뜨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모니터 크기와 컴퓨터 사양, 사용 기기(컴퓨터, 노트북, 스마트폰 등)에 따라 글이 이상
  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가급적 컴퓨터나 노트북으로 보시기 바람)
* 공개일 - 2017년 7월 7일부터
* 글을 보셨으면 그냥 가지들 마시구 공감이나 추천을 흔쾌히 눌러주시거나 댓글 몇 자라도
 
달아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Copyright (C) 2017 Pak Yung(박융), All rights reserve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