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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산둘레길 옛성길, 구름정원길 가을 나들이 (탕춘대성) '


▲  탕춘대성 암문

하늘전망대에서 바라본 은평구

▲  구름정원길



 

가을이 한참 익어가던 9월의 끝 무렵, 친한 후배와 천하 둘레길의 성지로 격하게 추앙받는
북한산둘레길을 찾았다.
햇님이 슬슬 고개가 꺾이던 오후 3시, 구기터널에서 길을 시작하여 북한산둘레길의 일원인
옛성길로 들어선다. 이 코스는 구기터널3거리에서 탕춘대성 암문, 옛성길전망대를 거쳐 북
한산 생태공원(북한산래미안아파트)까지 이어지는 2.7km의 짧고 굵직한 산길로 구기터널과
독박골에서 오르는 부분이 조금 각박할 뿐, 거기만 오르면 길은 다소 순해진다.

옛성의 주인공이자 이곳의 알맹이인 탕춘대성과 그에 딸린 암문, 옛성길 전망대 등의 명소
가 있으며 거의 능선길이라 조망도 제법 괜찮다. (1시간 정도면 충분히 완주 가능)


 

♠  북한산둘레길 옛성길 (탕춘대성 암문)

▲  평창동에서 바라본 탕춘대(蕩春臺) 능선

▲  구기동 주택가를 지나는 옛성길 동쪽

구기터널에서 둘레길을 안내하는 이정표를 따라 돈냄새가 요란하게 풍기는 고급 주택가를 지
나면 숲속에 묻힌 그늘진 오르막길이 나온다. 여기가 정녕 서울 도심 종로구(鍾路區)가 맞는
지 물음표를 여러 번 내던지게 하는 외딴 산골 풍경으로 아무리 손등을 꼬집어보아도, 두 눈
을 비벼보아도 이곳은 분명 서울 종로구 구기동(舊基洞)이 맞다. 이 첩첩한 산골까지 주택이
마구 밀려와 150m 고지까지 좁게나마 골목길이 깔려 있다.


▲  옛성길 동쪽 시작점

▲  탕춘대성 암문으로 오르는 옛성길 (1)

옛성길 동쪽 시작점에서 탕춘대성 암문까지는 숨가뿐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다행히 둘레길을
잘 닦아놓아 그리 힘든 구석은 없다.
동쪽 시작점에서 암문까지는 약 10분 정도 걸리는데 중간에 쉼터가 있으며, 소나무가 무성하
여 은은한 솔내음에 속세에서 오염된 청각과 마음을 적지 않게 치유해준다.


▲  탕춘대성 암문으로 오르는 옛성길 (2)

▲  탕춘대성 암문(暗門) - 탕춘대성 (서울 지방유형문화재 33호)

북한산둘레길의 일원인 옛성길의 옛성은 바로 탕춘대성을 뜻한다. 조선 19대 군주인 숙종(肅
宗, 재위 1675~1720)은 혹시 모를 청나라와의 전쟁에 대비하고자 버려져 있던 북한산성(北漢
山城)을 크게 증축하고 그 안에 행궁(行宮)과 관청, 창고, 군사시설, 승병(僧兵)을 위한 사찰
을 가득 지어 조그만 산속 도시를 구축했다.
그리고 부암동(付岩洞)과 평창동 지역에 있는 관청과 창고(선혜청, 조지서 등)를 지키고 한양
도성의 방어력을 드높이고자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을 잇는 탕춘대성(蕩春臺城)을 축성했다. 그
성의 이름은 연산군(燕山君)이 세검정(洗劍亭) 부근에 세운 탕춘대(蕩春臺)에서 비롯되었다.

이 성은 한양 서쪽에 있다고 해서 서성(西城)이라 불리기도 했으며, 1715년 홍제천에 홍지문(
弘智門)과 오간대수문을 세웠고, 1718~1719년에 인왕산(仁王山) 동북쪽에서 비봉능선 부근까
지 5.1km의 석성을 쌓았다. 이후 북한산성까지 늘리려고 했으나 실현하지 못했고, 보현봉에서
형제봉을 거쳐 북악산(北岳山, 백악산)을 잇는 성곽도 추진했으나 계획에서 끝났다.

한양(서울)의 북쪽을 지키며 별탈없이 지내오던 탕춘대성은 장대한 세월에 짓눌려 여장과 성
벽 곳곳이 망가졌고 1921년 1월에는 홍지문 문루(門樓)가 세월의 무게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
너졌다. 그리고 그해 8월에는 대홍수로 오간대수문까지 떠내려가는 등, 계속 고통을 당해 오
다가 1977년 홍지문과 오간대수문이 복원되었다.

바깥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탕춘대성 암문은 높이가 2m 정도로 구기터널 고개 윗쪽에 자리
한다. 암문(暗門)은 일종의 비밀 문으로 잡초와 뒤섞여 예전의 면모는 많이 떨어졌지만 문과
성벽은 그런데로 잘 남아있으며, 성돌이 헝클어져 통행이 힘들어진 성곽 길의 짐을 덜어주고
자 그 옆에 산길을 내었다. 성곽에 오르면 홍은동과 홍제동, 불광동 등 은평구와 서대문구의
상당수 지역과 신촌, 안산(鞍山) 등이 앞다투어 시야에 들어온다.
암문을 나가면 바로 홍은동(弘恩洞)과 불광동(佛光洞)으로 이어지며 탕춘대성 능선을 따라 남
쪽으로 내려가면 상명대와 세검정, 북쪽으로 올라가면 비봉능선과 북한산성으로 이어진다.
< 탕춘대성은 홍지문과 한 덩어리로 서울 지방유형문화재 33호로 지정됨, 지정 명칭은 '홍지문
및 탕춘대성
'>

▲  네모나게 다져진 탕춘대성 암문 안쪽

▲  탕춘대성 암문 바깥쪽


▲  고된 세월에 녹초가 되버린 탕춘대성
인간이 만든 것이 아무리 위엄 돋는다 한들 대자연 앞에서는 한낱 모래성에 불과하다.
그나마 복원을 해서 저 정도라도 유지를 하고 있지. 그렇지 않았다면 산의 일부로
영영 묻혔을 것이다.

▲  탕춘대성 암문에서 바라본 천하 (1)
구름이 점점이 떠있는 하늘 아래로 홍은동과 홍제동, 안산, 신촌 지역이
바라보인다.

▲  탕춘대성 암문에서 바라본 천하 (2) - 불광동과 연신내, 은평구 지역

▲  송전탑 너머로 족두리봉과 향로봉, 비봉 등이 시야에 잡힌다.

▲  소나무가 우거진 옛성길 (암문~옛성길전망대 구간)

▲  옛성길에서 바라본 홍은동과 안산, 서대문구 지역

▲  옛성길 전망대

탕춘대성 암문을 지나면 둘레길은 비로소 진정을 되찾는다.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수 차
례 반복될 뿐, 길은 느긋하다. 능선길이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조망이 두 눈과 마음을 시
원스럽게 다독거려주며, 가까이에 북한산의 여러 봉우리들이 인사를 건넨다. 그런 길을 가볍
게 15분 정도 가면 옛성길에서 가장 하늘과 가까운 옛성길 전망대에 이른다.

이 전망대는 해발 220m 지점에 닦여진 조망터로 북한산의 동남쪽 산줄기와 은평구, 서대문구
지역이 훤히 시야에 들어온다.


▲  옛성길전망대에서 바라본 천하 (1) 북한산 문수봉과 보현봉, 형제봉,
평창동 지역

▲  옛성길전망대에서 바라본 천하 (2)
향로봉과 비봉, 승가봉, 나한봉, 문수봉

▲  옛성길전망대에서 바라본 천하 (3) 불광동 독박골과 족두리봉

인생의 오르막이 있다면 내리막도 반드시 있는 법, 옛성길전망대를 지나면 길은 완전히 내리
막으로 돌변한다. 암문부터 참 온순했던 옛성길은 크게 흥분기를 보여 경사가 좀 각박해지는
데 다행히 내려가는 것이니 망정이지 이 길로 올라왔다면 두 다리가 꽤나 성을 냈을 것이다.
그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면 구기터널 서쪽인 불광동(佛光洞) 독박골이며, 여기서 큰 길(진
흥로)을 건너 북한산래미안아파트 동쪽으로 가면 북한산 생태공원이 나오는데 여기서 옛성길
은 그 끝을 맺는다.

※ 북한산둘레길 옛성길, 탕춘대성 찾아가기 (2017년 12월 기준)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3번 출구)에서 7022, 7212번 시내버스를 타고 구기터널(한국고전번
  역원)이나 독박골(북한산래미안아파트)에서 하차, 7212번을 탔을 경우 구기터널 대신 구기
  동 현대빌라에서 내리면 된다.
* 지하철 3,6호선 불광역(2번 출구)에서 구기터널 방향으로 14분 정도 걸어가면 옛성길과 구
  름정원길이 나온다.
* 지하철 3호선 홍제역(2번 출구) 중앙차로 정류장에서 서대문구 마을버스 11번을 타고 홍은
  동 국민주택 종점 하차, 여기서 5분 정도 오르면 옛성길과 만나며 거기서 오른쪽으로 2분
  정도 가면 탕춘대성 암문이다.
* 소재지 - 서울특별시 종로구 구기동 / 서대문구 홍은1동 / 은평구 녹번동


 

♠  북한산둘레길 구름정원길

▲  구름정원길 남쪽(불광사) 시작점

북한산둘레길 옛성길은 북한산생태공원에서 구름정원길로 간판을 바꾼다. 구름정원길은 북한
산생태공원에서 하늘전망대, 선림사, 옛 기자촌 뒷쪽을 거쳐 진관생태다리까지 이어지는 5.2
km의 기나긴 산길로 진관동 화의군(和義君)묘역~폭포동 힐스테이트아파트 구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주택가와 아파트 뒷쪽을 지난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반복되며 속세를 옆구리에 끼
고 있어 언제든 속세로 뛰쳐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옛성길에 비해선 깊은 산길의 운치는
좀 떨어진다.

산길 이름인 구름정원길은 별다른 뜻은 없다. 그냥 구름의 정원을 거닐 듯 편안한 길이란 뜻
에서 동심 어린 이름을 갖다 붙인 듯 싶으며, 하늘전망대와 기자촌전망대 등의 조망터가 마련
되어 있다.


▲  구름정원길 (북한산힐스테이트 1차 뒷쪽)

▲  구름정원길에서 바라본 천하 (1)
북한산래미안아파트와 독박골 주변, 옛성길이 흐르는 탕춘대 능선

▲  구름정원길에서 바라본 천하 (2) 불광동과 녹번동, 백련산(白蓮山)

▲  은평구를 앞 뜨락으로 삼은 하늘전망대

구름정원길의 백미(白眉)는 은평구를 품은 하늘전망대와 길쭉하게 나무로 다져진 다리(데크길
)이 아닐까 싶다. 구름정원길 남쪽 시작점에서 10여 분 정도 오르면 서쪽으로 돌출된 하늘전
망대에 이르게 되는데 벼랑 위에 설치된 이곳에 올라서면 서울의 서북부를 이루고 있는 은평
구 일대가 속시원하게 바라보인다.


▲  하늘전망대에서 바라본 천하 (1) 불광동과 녹번동, 응암동 지역

▲  하늘전망대에서 바라본 천하 (2) 불광2동과 은평뉴타운, 앵봉산을
비롯한 은평구 북부 지역

▲  나무 다리에서 바라본 하늘전망대 (사진 가운데 부분)

▲ 산길 한복판에 자리한 소나무 (나무 다리 직전)
하늘전망대 북쪽에서 나무다리까지는 소나무가 삼삼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다.
나무데크길을 내다보니 소나무가 길 한복판에 있게 되었는데, 그를 강제로
손대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 둔 센스와 배려가 무척 돋보인다.

▲  길쭉한 나무 다리 (나무데크길)
이곳은 하늘전망대와 더불어 구름정원길의 상징적인 구간으로 소나무숲 보호와
탐방 편의를 위해 나무로 길게 다리를 깔았다.

▲  북쪽에서 바라본 나무 다리 (하늘전망대 방향)

하늘전망대에서 나무 다리를 지나면 족두리봉 입구가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동쪽) 산길을 오
르면 북한산(삼각산)의 서남쪽 끝 자락을 잡고 있는 족두리봉으로 이어지며, 왼쪽(서쪽)으로
내려가면 불광동 대호아파트, 북쪽으로 직진하면 구름정원길의 나머지 부분이 마저 펼쳐진다.

여기서 둘레길을 따라 5분 정도 전진하면 이름도 긴 북한산힐스테이트3차아파트 뒷쪽이다. 시
간도 어느덧 18시에 임박했고 햇님은 달님과 업무 교대를 하며 칼퇴근을 준비한다. 마음 같아
서는 불광중교까지는 달려가고 싶었으나 시간도 그렇고, 배도 고프고, 슬슬 지치기도 하여 나
머지 구간은 불투명한 다음으로 넘기고 둘레길 나들이를 접었다. 어차피 나와 같은 서울 하늘
밑에 있으니 언제든 접근이 가능하다. 그러니 너무 욕심을 부릴 필요는 없다.

이렇게 하여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 무지개와 같은 북한산둘레길 나들이는 대단원의 막을 고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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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일 - 2017년 12월 1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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