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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망양정, 망양해변


' 관동팔경의 현장, 울진 망양정 '
울진 망양정
▲  울진 망양정
 


묵은 해가 아쉬움 속에 저물고 희망고문의 새해가 또다시 열리던 1월의 첫 무렵, 경북 울
진(蔚珍)을 찾았다. 울진에서 밥벌이를 하고 있는 후배도 만날 겸 오래간만에 관동지방으
로 출동한 것인데, 어둑어둑한 이른 아침 도봉동(道峰洞) 집을 나서 동서울터미널에서 삼
척(三陟)으로 가는 우등고속버스에 나를 담았다.
손님 20명을 머금은 고속버스는 3시간 40분을 내달려 삼척 시내에 자리한 삼척고속터미널
에 이르렀는데, 후배가 그의 차를 이끌고 일찌감치 마중을 나왔다. 먼 타지(他地)에서 벗
을 만나는 것은 정말 반갑고 기분 좋은 일이다.

오랜만에 발을 들인 삼척 땅이라 바로 울진으로 넘어가지 않고 영은사(靈隱寺, ☞ 관련글
보기
) 등 삼척 곳곳을 둘러보다가 일몰 쯤에 울진으로 넘어가 그의 서식지인 부구(부구리
)에 여장을 풀었다. 부구(富邱)는 울진군 북면의 중심지로 울진 북쪽 끝에 자리해 있는데,
울진원자력발전소가 바로 이곳에 있다.
부구리 중심지에서 소고기와 삼겹살, 여러 먹거리를 구입해 그의 숙소에 들어가 쏟아지는
달빛을 훔치며 고기에 곡차(穀茶) 1잔 걸치다가 23시 이후에 피곤한 몸을 뉘였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 찬란한 여명의 계속되는 재촉에 무거운 두 눈이 살짝 떠졌다. 이날
은 나를 못참게 만드는 미답처(未踏處)를 중심으로 울진 투어를 벌이기로 했는데 첫 메뉴
는 울진 읍내와 가까운 망양정으로 잡았다. 망양정 이후 메뉴는 그때 가서 따질 생각이었
다.
11시에 부구를 출발하여 곧게 뻗은 7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20분을 달려 산포리 해변에
자리한 망양정 주차장에 도착했다. 망양정을 비롯한 울진 나들이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
된다.


♠  망양정(望洋亭) 들어서기

▲  망양정 북쪽을 흐르는 왕피천(王避川)

망양정을 품은 언덕 북쪽에는 울진의 대표 젖줄인 왕피천이 흐르고 있다. 영양군 금장산(849
m)에서 발원하여 백두대간이 베푼 물을 잔뜩 싣고 동해바다로 보내는 67.75km의 긴 하천으로
매화천과 광천(불영계곡)을 지류로 두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에 따르면 삼국시대 초기에 실직국(悉直國, 삼척 지역이라고 하나 근거
가 없음) 왕이 전란으로 왕피천 부근으로 피신했다고 전하는데, 그로 인해 왕이 피신을 했다
는 뜻에 왕피리가 되었고, 그 앞을 흐르는 내는 왕피천이란 이름을 지니게 되었다고 한다.


▲  왕피천과 동대해가 만나는 곳 (망양정해수욕장 북쪽)
모래사장이 왕피천(왼쪽)과 동해바다(오른쪽)를 뚜렷히 구분해주고 있다.

▲  망양정으로 인도하는 소나무숲길
솔내음이 그윽한 저 숲길의 끝에 나를 이곳으로 부른 망양정이 있다.

▲  망양정 숲길에서 바라본 북쪽
바로 앞에 왕피천과 동대해가 만나는 곳을 비롯해 울진해수욕장과 울진읍내,
울진항 등이 흔쾌히 시야에 들어온다.

▲  망양정 숲길에서 바라본 망양정해수욕장과 동해바다
이렇게 보니 지구가 정말 둥글긴 둥근 모양이다.

▲  망양정

동해바다가 바로 코앞인 산포리 언덕 정상부에 도도하게 자리한 망양정은 울진의 대표 명소이
자 그 유명한 관동8경(關東八景)의 일원이다.
고려 때 세워졌다고 하나 정확한 시기는 전하지 않으며, 첫 위치는 이곳 근처인 망양리 현종
산(懸鍾山) 자락이었다. 이후 어느 세월이 잡아갔는지 사라진 것을 1471년에 평해군수 채신보
가 현종산 남쪽 기슭에 재건했으며, 1517년 비바람으로 정자가 무너지자 1518년 안렴사(按廉
使) 윤희인과 평해군수 김세우가 중수했다.

선조(宣祖) 시절, 송강 정철(松江 鄭澈)이 강원도관찰사로 부임하여 망양정을 비롯한 관동8경
식구들을 싹 둘러보고 그 유명한 관동별곡(關東別曲)을 지었으며, 1590년 평해군수 고경조가
중수했다.
관동8경의 명성을 전해들은 숙종(肅宗, 재위 1674~1720)은 강원도관찰사를 시켜 관동8경 식구
들을 그림에 담아오게 했는데, 그중에서 망양정에 단단히 반하여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란
친필 현판과 어제시(御製詩)를 하사했다. (숙종은 그림으로만 관동8경 식구를 접했을 뿐, 실
제로 가본 적은 없음)
이후 또 무너진 것을 1854년 울진현령 신재원이 둔산 해안봉으로 옮겨 지을 것을 향회(鄕會)
에 건의하여 추진했으나 돈이 딸려서 중단되었으며, 1860년 3월에 울진현령 이희호가 정자가
오랫동안 무너져 있는 것에 격하게 한탄하며 현재 자리로 옮겨 지었다.
허나 관리소홀로 또 무너져 터만 남은 것을 1957년에 울진군과 울진교육청의 보조금, 지역 사
람들의 목재 기증으로 1958년에 중건했으며, 여러 번의 보수를 거쳐 2005년 지금의 모습으로
새로 지었다.

망양정의 역사는 최소 700년 이상 되었으나 툭하면 무너져 다시 지은 것이 꽤 되다 보니 고색
의 내음은 진작에 말라버렸다. 허나 소나무숲과 바다가 어우러진 달달한 명소이자 관동8경의
일원으로 명성이 자자하여 오랫동안 시인묵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며, 지금도 울진에 필
수 명소로 많은 나들이꾼과 답사꾼들이 찾아와 망양정을 찬양한다. 또한 동쪽에는 동해바다와
살을 맞대고 있는 망양정해수욕장이 있고, 남쪽 산자락에는 근래 닦은 망양정해맞이공원이 자
리하여 망양정을 크게 수식하고 있다.

참고로 관동8경 식구는 북쪽에 고성군부터 총석정(叢石亭), 삼일포(三日浦), 청간정(淸澗亭),
양양 낙산사(洛山寺), 강릉 경포대(鏡浦臺), 삼척 죽서루(竹西樓), 울진 망양정과 월송정(越
松亭)으로 이중 망양정과 월송정을 품은 울진은 경북 땅이다. 하여 왜 강원도 관동8경에 경상
도 명소가 들어가 있나 고개가 갸우뚱할 수 있는데, 울진(평해 포함)은 원래 강원도 영역이었
다. 그러던 것을 1963년 경북에 편입되어 지금에 이른다.

* 망양정 소재지 : 경상북도 울진군 근남면 산포리716-1


▲  망양정에 걸린 숙종대왕어제 (숙종이 망양정을 찬양하며 지은 시)

여러 산능성이 겹겹이 둘러서 있고
놀란 파도 큰 물결은 하늘에 닿아있네
만약 이 바다를 술로 만들 수 있다면
어찌 한갓 삼백잔만 기울이랴!

▲  망양정에 걸린 정조대왕어제 (정조가 망양정을 칭송하며 지은 시)

햇살이 퍼지며 아득히 푸른 바다가 열리니
망양정에서만 볼 수 있는 이 광경을 누가 아는가
마치 절집에 채색 비단을 펼쳐놓은 듯 하고
비단실로 일일이 종묘의 담장을 그린 듯 하다.

▲  망양정의 내력이 담긴 망양정기(望洋亭記)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마치 날개짓을 하듯 팔작지붕을 펄럭이는 망양정 내부에는 숙종과 정조(
正祖) 임금이 망양정을 찬양하며 지은 시액(詩額)과 여러 문인들이 지은 시액이 주렁주렁 달
려 망양정의 높은 인기를 실감케 한다. 그 시액들을 모두 다루면 좋겠으나 본글에서는 숙종과
정조의 시액 사진만 올린다.


▲  망양정에서 바라본 푸르른 동해바다

▲  망양정의 유일한 옛 흔적

망양정 서쪽에는 조그만 돌덩어리가 네모난 바닥돌 위에 뉘어져 있다. 그는 1860년 망양정을
다시 지으면서 정자 주춧돌로 사용했던 것으로 망양정의 역사가 오래되었다고는 하나 툭하면
무너지고 다시 짓기를 반복하다 보니 고색의 내음은 진작에 말라버린 상태이다. 그래서 이 주
춧돌만이 망양정의 오랜 내력을 애써 알려줄 따름이다.


▲  실로폰이 허공에 걸린 망양정 주변 숲길
바닷바람과 산바람이 저들을 건드리면 실로폰 소리가 은은하게 흘러나와
속세에서 오염되고 상처받은 나그네의 두 귀를 제대로 씻겨준다.
실로폰 소리도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구나.

▲  솔내음이 그윽한 망양정 남쪽 산책로 (울진대종 방향)


♠  울진대종, 망양정해수욕장

▲  울진대종을 머금은 종각(鐘閣)

망양정에서 숲길을 따라 남쪽으로 2~3분 가면 망양정해맞이공원이 마중을 한다. 이곳은 망양
정 수식용으로 닦여진 곳으로 그 이름에 걸맞게 해맞이에 최적화되어 있다. 그리고 동대해가
잘바라보이는 공원 동쪽에 종각처럼 생긴 큰 기와집이 있는데, 그 안에 울진의 새로운 명물을
꿈꾸는 울진대종(蔚珍大鐘)이 소중히 담겨져 있다.

울진대종은 울진군에서 2006년 12월에 야심차게 장만한 종으로 부산 무형문화유산의 지위를
가진 박한종이 제작하고 서울대 정밀기계설계공동연구소에서 설계 및 감리를 담당하여 5개월
만에 완성을 보았다. 제작비는 2억원이 들었으며, 종 높이 286cm, 무게 7,518kg의 크고 견고
한 종으로 해돋이행사와 1월 1일 0시 새해 타종식 때 거하게 몸을 푼다.

종의 이름은 울진을 상징하고자 부르기 쉬운 '울진대종'이라 하였는데, 경주에 있는 성덕대왕
신종(聖德大王神鐘)의 아름다운 비천상(飛天像)을 응용했으며, 종에 깃든 명문은 울진 출신
학자인 김명인이 맡아 울진의 무궁한 발전과 화합을 염원하는 내용을 새겼다.

* 망양정해맞이공원, 울진대종 소재지 : 경상북도 울진군 근남면 산포리 653, 690


▲  울진대종 주변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  울진대종 주변에서 바라본 산포리 지역과 동해바다 (남쪽 방향)

▲  소망전망탑

울진대종 종각 동쪽에 솟은 소망전망탑은 이름 그대로 동해바다와 해돋이를 바라보며 소망을
빌라고 만든 전망탑이다. 울진대종과 함께 망양정해맞이공원의 동쪽 끝을 잡고 있는 그의 윗
도리는 선풍기 날개처럼 생겼는데, 마치 하늘과 구름을 싹 날려버릴 기세이다. 윗층 전망대까
지 올라갈 수 있으며, 거기서 바라보는 동해바다 조망 맛이 정말 진국이다.


▲  소망전망탑에서 바라본 울진대종 종각 주변

▲  울진대종과 소망전망탑으로 인도하는 오르막길
우리는 망양정해맞이공원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고 이 계단길을 통해
망양정해변으로 내려갔다.

▲  망양정해수욕장 (북쪽 방향)

망양정해수욕장은 망양정 동쪽에 펼쳐진 400m 길이의 작은 해변이다. 망양정을 수식하는 해변
으로 북쪽으로 염전해변, 울진해수욕장과 이어지며, 여름 제국 시절에는 무더위에 대항하려는
피서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나 한겨울이라 사람도 없어 파도 소리가 이곳의 전부일 정도
로 썰렁하기 그지 없다. 그것이 바로 겨울바다의 매력이다. 


▲  망양정해수욕장에서 겨울바다를 누리다~~ (남쪽 방향)

▲  평화롭고 고적한 모습의 망양정해수욕장
철썩 울려대는 파도소리만이 이곳의 적막을 살짝 깨뜨린다.

▲  동해바다와 해변과의 끊임없는 속삭임
저들은 무엇을 속삭이고 서로를 어루만지고 있을까? 귀를 쫑긋 기울이며
그 속삭임을 훔치려 했으나 저들만의 언어로 속삭이니 도저히
해석할 도리가 없다.

▲  해변을 끊임없이 어루만지는 만경창파(萬頃蒼波)의 동대해

망양정해수욕장을 조금 거닐고 1시간 가량 이어진 망양정 나들이를 정리했다. 그 다음 메뉴를
곰곰이 궁리하다가 10여 년 전에 인연을 지었던 월송정이 갑자기 땡겨 그곳을 다음 메뉴로 정
했다. 망양정에서 월송정까지는 약 28km 거리 차로 30분 정도 걸린다.

본글은 분량상 여기서 끝. 이후 내용은 별도의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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