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北村)은 서울 도성(都城)의 북쪽 지역으로 경복궁(景福宮)과 창덕궁(昌德宮) 사이를 일 컫는다. 이 지역은 가회동(嘉會洞)을 중심으로 삼청동(三淸洞). 계동(桂洞), 안국동(安國洞) , 재동(齋洞), 소격동(昭格洞), 팔판동(八判洞), 원서동 등에 걸쳐있으며, 경복궁 서쪽은 따 로 서촌(西村)이라 불렀다. <청계천 남쪽을 남촌(南村)이라 불림>
북촌 지역은 조선시대 때 왕족과 사대부(士大夫)를 비롯하여 돈 꽤나 주무르던 부자들이 주류 를 이루며 살던 오늘날의 강남(江南) 같은 곳이다. 조선 초기부터 형성되었지만 조선 초/중기 시절에 한옥은 남아있는 것이 없고, 조선 후기(19세기~20세기 초반) 한옥을 시작으로 왜정(倭 政) 시절에 지어진 개량 한옥과 해방 이후의 한옥에 이르기까지 약 1,200여 채의 한옥이 진하 게 남아있는 그야말로 거대한 한옥박물관이다. 이곳에 서린 한옥 가운데 가장 크고 오래된 것은 윤보선(尹潽善) 전 대통령이 살던 안국동 윤 보선가이며, 그외에 한옥들은 대부분 일반 여염집 규모로 작다. 구조는 안채와 사랑채가 마당 을 둘러싼 'ㄷ','ㅁ' 구조이다.
북촌 한옥은 민속촌과 달리 사람들이 직접 거주하고 있어 대부분 내부 관람이 어려운 함정이 존재한다. 특히 지정문화재로 지정된 한옥은 북촌문화센터를 비롯하여 박물관과 공방(工房), 예술/문화공간, 찻집과 음식점, 숙박업소로 쓰이는 한옥만 흔쾌히 개방을 하고 있으며, 북촌 문화센터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부분 개방이나 조건개방(숙박업소나 입장료를 내고 들어 가는 전시공간)이 많고 그런 집들도 전체적으로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북촌은 높다란 빌딩과 콘크리트 일색의 밋밋한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자리하여 크게 돋보이며, 경복궁, 창덕궁 등의 궁궐(宮闕)과 함께 도심 속의 박힌 보석과 같은 소중한 곳이다. 한옥과 근대 건물, 현대식 건물이 서로 시간을 초월하며 얼굴을 맞대고 공존하고 있으며, 빛의 속도 로 빠르게만 변해가는 서울에서 시간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발을 멈춘 듯, 옛 모습을 많 이 지키고 있는 도심 속의 이색 공간이다. 이 시대를 사는 어리석은 인간들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무작정 앞만 보고 뛰느라 뒤를 돌아보는 여유를 누리지 못하는데, 북촌은 바로 그런 여 유를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북촌도 나날이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조선이 망하고 왜인들이 남산 주변과 명동을 중심으로 한 청계천 남쪽에 대거 말뚝을 박으며 시내를 개발하면서 서울의 중심으로 번화했으나, 서울 토박이와 조선 백성들이 주로 살던 청 계천 이북은 근대 건축물(중앙중고 건물, 천도교중앙대교당, 화신백화점 등.)이 몇개 지어진 것 외에는 개발이 별로 없어 남촌에 비해 낙후되었다. 게다가 왜정 이후 서울의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북촌 구석구석에 조그만 한옥을 수없이 깔 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변하게 되었으며, 지배층과 부자들의 동네에서 점차 서민들의 동 네로 변화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한옥이 왜정과 해방 이후에 지어짐) 해방 이후 북촌은 도심 한복판에 있음에도 그 뒷전으로 밀려나 주목을 받지 못했으며 1990년 대까지 마땅한 개발도 이루어지지 못한 채, 나날이 쇠퇴해갔다.
그러던 북촌은 2000년 이후 서울시의 홍보와 뜻있는 이들의 노력,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도 심 속의 관광지로 급부상하게 되면서 줄어만 가던 한옥의 개체수가 다시 늘어가기 시작했다. 북촌이 다시 서울의 꿀단지로 떠오르자 북촌 주민들도 자신의 한옥을 개량하거나 손질하였고 양옥으로 지어진 건물도 다시 한옥으로 고치는 등 북촌의 이미지를 바꾸는데 갖은 힘을 아끼 지 않았다. 거기에 종로구청과 서울시청도 북촌 가꾸기 사업을 벌여 흔쾌히 도와주고 있으니 나날이 관광객들이 폭주해 평일에도 국내/해외 관광객들로 북촌 골목길은 시장통을 이룬다. 특히나 북촌8경을 비롯한 북촌의 주요 명소들은 항시 사람들로 미어터진다. 게다가 북악산을 등지고 앞에 청계천이 있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형세이고 도심의 한복판임에도 고즈넉하고 차분한 분위기 때문에 졸부들과 공장(工匠)과 예술가 등이 앞다투어 들어오면서 누워있던 북 촌 땅값이 끝없이 치솟고 있다.
한옥이 즐비하게 늘어선 골목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는 것은 북촌의 제일 가는 운치로 꼽힌다. 허나 곳곳에 숨겨진 다양한 테마의 박물관과 문화/전시/체험공간, 문화유산들 거기에 맛집을 찾아다니는 재미는 북촌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북촌에 둥지를 튼 박물관은 약 10여 곳 정도로 대부분 규모가 작은 사립박물관이다. 그 러다보니 입장료는 시중보다 상당히 얄미운 수준이다.(성인 기준으로 2,000~6,000원선, 입장 료는 2~3년 간격으로 계속 오르고 있으니 해당 홈페이지나 전화로 문의 요망)
북촌 답사의 기점은 3호선 안국역(2/3번 출구)로 잡는 것이 좋다. 북촌 초보라면 북촌문화센 터로 일단 달려가 북촌안내책자를 손에 쥐고 북촌에 대한 기초 지식을 읽은 다음에 나들이에 임하기 바란다. 그리고 정독도서관 입구와 재동초교에 북촌관광안내소가 있으니 거기서 지도 와 안내책자를 얻어도 된다. 북촌 골목길이 워낙 미로처럼 얽히고 설켜있어 헤매기가 딱 좋으며, 박물관과 알려지지 않은 명소들이 대부분 골목 속에서 숨바꼭질을 벌이고 있다. 관광객 대부분은 북촌8경이라 불리는 사진 찍기 좋은 곳과 정독도서관 주변, 북촌을 가르는 주요 도로인 가회로와 삼청동길, 계동 길, 북촌길 일대에만 새까맣게 몰려있는데 북촌의 매력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큰 골목길과 작은 골목길을 가리지 않고 구석구석 돌며 숨겨진 명소를 숨바꼭질하는 것이다. 그들을 찾으 며 술래에서 벗어난 그 기분은 정말 형용하기가 힘들 정도이다.
성북동, 부암동(付岩洞)만큼이나 나의 마음을 앗아간 북촌을 지금까지 수십 번이나 들락거렸 지만 아직도 미답지가 여럿 있다. 북촌이 서울에서 가장 작은 지방자치구역인 중구보다 훨씬 작은데도 말이다. 남들은 '그렇게 다녔으면 북촌을 다 둘러봤겠구나~' 말을 꺼내지만 여태까 지도 개척하지 못한 골목길과 명소가 적지 않게 존재한다. 지금도 계속 북촌의 숨겨진 속살을 찾고 있는데, 새로운 곳을 발견하면 '이런 곳이 있었구나. 왜 이제서야 알게 된 걸까?' 정말 내심 놀란다. 겉은 작지만 신대륙 이상으로 신세계와 보물 을 품은 꿀단지가 바로 북촌이다.
북촌에는 밤하늘을 장식하는 별처럼 한옥이 많지만 민속문화재나 사적으로 지정된 고택(古宅) 처럼 완전한 전통 한옥은 그리 많지 없다. 거의 대부분 왜정 이후에 지어졌고 시대와 편의에 맞게 개량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두고 안좋게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시대가 지나면 한옥도 바뀌는 법이다. 특 히나 이곳 한옥은 민속촌에 있는 전시용 한옥과 달리 사람들이 살고 있고 숙박시설로도 쓰이 므로 편의에 맞게 변화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꺼림칙한 재래식 화장실을 쓰고, 부엌 부뚜 막에서 밥을 지으며, 나무와 숯으로 불을 뗀다면 불편해서 어떻게 살고 머물겠는가? 다 시대 에 맞게 변하는 것이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 20~21세기 한옥 양식이라 하여 건축사나 미술사 에서 한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