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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의 지붕, 일자산 (허브천문공원, 둔굴, 서울둘레길3코스)



' 강동구의 지붕을 거닐다. 일자산 '
(허브천문공원, 둔굴, 서울둘레길3코스)

일자산 허브천문공원
▲  일자산 허브천문공원

일자산 정상

일자산 둔굴

▲  일자산 정상

▲  일자산 둔굴

 



 

여름이 무심히 깊어가던 6월 한복판의 어느 평화로운 날, 강동구의 대표 지붕인 일자산(
一字山)을 찾았다.
일자산은 서울에 버젓히 남아있는 미답처(未踏處)의 일원으로 그곳에 안겨있는 허브천문
공원과 일자산 능선길(서울둘레길3코스), 둔굴을 둘러보고자 그곳을 택했다. 허브천문공
원을 빼면 모두 인연이 없는 곳들로 아직까지도 서울 하늘 밑에는 나의 발걸음을 느끼지
못한 미답처들이 적지 않아 나를 참지 못하게 한다.


▲  허브천문공원 후문(부출입구)으로 인도하는 숲길

▲  반쯤 열린 허브천문공원 후문(부출입구)



 

♠  허브식물과 천문을 한곳에 다룬 서울의 이색 명소
일자산 허브천문공원

일자산 북쪽 끝자락에는 강동구(江東區)의 야심작, 일자산 허브천문공원이 가슴을 피며 자리
해 있다.
이곳은 원래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만든 길동배수지의 윗부분이다. (길동배수지는 아직
도 있음) 강동구는 일자산에서 가장 전망이 좋고 수목이 성장하기에 적합한 이곳에 공원을 조
성하고자 계획을 짰는데, 처음에는 단촐하게 화초류 중심으로 꾸미려고 하였으나 2005년 6월,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에 변경계획안을 제출, 인근의 길동생태공원과 생태문화센터 등과 연계
할 수 있고 허브와 천문을 취급하는 공원으로 조성하여 2006년 9월 21일에 문을 열었다.

사람에게 매우 좋은 허브식물과 천문 관련 시설을 갖춘 공원이자 서울 최초의 허브 전문 공원
으로 면적은 25,500㎡, 사업비는 15억이 들었다. 이곳에 둥지를 튼 식물은 소나무 등의 수목
28종 4,694주(교목 254주, 관목 4,440주), 지피식물 181종<허브(herb)가 142종 32,448본, 자
생 39종 9,138본>이다. (식물 수는 나중에 증감될 수 있음)
공원은 동그란 구조를 하고 있는데, 우리 고유의 전통사상인 천,지,인(天,地,人) 삼재사상(三
才思想)에서 공간 개념을 도출해 우주공간(자미원, 태미원, 천시원, 별자리, 은하수 등)을 공
원에 반영했으며, 음양오행사상에 기초해 시설물과 수목을 배치했다.

공원 내부는 크게 허브원과 약초원, 암석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허브원은 이름 그대로 허브식
물의 공간으로 공원 중앙부에 넓게 자리해 있다. 약초원은 약용으로 쓰이는 허브를 모았으며,
암석원은 돌과 허브를 조화롭게 배치했다. 유리온실에는 120종의 허브를 화분 등에 담아 겨울
에도 허브향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공원 동쪽 끝에는 새벽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관천대(일대)가 있고, 시내를 향한 서쪽에는 
일몰을 감상하는 또 다른 관천대(월대)가 있다. 동남쪽에는 어린이를 위한 놀이 공간을 닦았
는데, 이는 옛날 궁궐에서 왕자의 거처인 동궁(東宮)을 동쪽에 배치해 햇님의 기운을 가장 먼
저 받게한 연유에서 착안한 배치라고 한다.
또한 야간에 찾는 이들을 위해 공원 바닥 곳곳에 282개의 오색 별자리 조명을 설치,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별자리를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바닥 조명은 직경 75m 천문도(天文圖)를
고스란히 공원 바닥에 옮겨놓은 것으로 동/서에 마련된 관천대(觀天臺) 위에서 바라보면 북극
성(北極星)을 비롯하여 견우와 직녀 등 다양한 별자리를 구경할 수 있다. 즉 낮에는 허브식물
공원으로, 밤에는 천문공원의 역할을 하는 2개의 얼굴을 지닌 공원이다.

공원 내부 뿐만 아니라 바깥에도 온갖 정성을 기울였는데, 동쪽 바깥에는 소나무와 버드나무,
복숭아나무를, 서쪽 바깥에는 느릅나무, 남쪽 바깥에는 오동나무와 매화나무, 대추나무, 북쪽
바깥에는 측백나무와 벚나무, 살구나무, 자작나무를 심었다. 이는 풍수지리사상의 사신사(四
神砂)를 표현하고자 함이며, 우주의 순환원리 중 상생원리(相生原理)에 맞게 수목배치를 하였
다.
자원봉사자들이 평일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공원에 머물고 있어 허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며, 매년 5~10월에는 작은 천문대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천문관측프로그램도 운영하
고 있다. 그리고 매년 9월 말~10월 초에는 이틀(금,토) 일정으로 '별의 별 축제'가 열려 공원
의 분위기를 한껏 드높인다.

강동구의 꿀단지이자 일자산의 달콤한 양념으로 공원 정문은 강동그린웨이 가족캠핑장이 있는
남쪽에 있으며 내가 오른 북쪽 길은 후문(부출입구)으로 이어진다. 만약 천호대로에서 접근할
경우에는 후문으로 들어서면 빠르다.


▲  다양한 허브들이 공존하는 허브천문공원 내부

▲  피부색도 가지각색인 허브들 (차의 정원)
허브식물 대부분이 서양에서 건너온 것들이라 이름도 낯설고 외우기도 어려운
외래어 투성이다. 허나 그들이 서양 출신이니 어찌하겠는가?
우리 정서에 맞게 다듬고 이용하면 그만이다.

▲  보라빛 향기를 지닌 레몬베르가못(Lemon Bergamot)

원산지는 아메리카로 잎에 톡 쏘는 강한 레몬 같은 향기가 있다. 꽃잎 색깔이
분홍이나 보라색을 띠고 있으며, 샐러드나 차, 음료, 조미료에 많이 쓰인다.

▲  야로우(Yarrow)

서양톱풀로도 불리며 원산지는 유럽과 서아시아이다. 재배가 쉽고 번식력이 좋으며, 살균력과
수렴력, 지혈력이 있어 상처나 코피를 멎게 하는 작용이 있다. 또한 야로우의 생잎을 씹으면
치통을 멎게 한다고 하며, 생잎을 달인 즙은 열을 내리고 독소를 체외로 방출한다.


▲  온갖 허브향이 나래를 펼치는 천시원(天市垣)
허브들이 온갖 고운 향기를 베풀며 속세의 기운을 털어간다. 허브향이 늘 가득하니
그 향기에 취해 잠시 세상사를 놓으며 머물고 싶은 곳이다.

▲  동쪽 관천대 주변

▲  허브원 - 중앙에 볼록 나온 언덕 밑에 길동배수지가 있다.

삼재사상과 음양오행사상, 풍수지리, 우주의 순환원리까지 복잡한 원리는 죄다 적용했다는 허
브천문공원, 과연 그래서일까? 공원 내부는 질서 있게 배치된 기분이며 그리 어수선해 보이지
도 않는다. 허나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런 사연에 민감하지도 않고 신경쓰지도 않으며 알지도
못한다. 그저 허브식물과 공원을 즐길 뿐이다. 나도 이곳과 3번 정도 인연을 지었지만 이번에
서야 그런 원리가 깃들여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  감촉이 좋은 허브들이 옹기종기 모인 감촉정원

▲  아로마 워킹 산책로
아로마 향기를 베푸는 식물들 사이로 울퉁불퉁 길이 닦여져 있다.

▲  서로 아름다움을 견주는 남색 허브꽃과 분홍 허브꽃의 위엄

▲  콘플라워<Corn Flower, 블랙볼(Black ball)>
원산지는 유럽 동남부이다. 꽃의 높이는 30~90cm 정도로 가지가 다소 갈라지며
흰 솜털로 덮여있다. 밝은 청색의 아름다운 꽃은 정원이나 화단의 관상용으로
많이 쓰이며, 청색 안료나 잉크, 약품으로 많이 이용된다.

▲  에키네시아 화이트스완(Echinacea Whiteswan)
원산지는 북아메리카로 다년생으로 크며 성장이 빠르고 향기가 좋아 나비와
꿀벌을 잘 불러들인다. 그리고 꽃대를 잘라 포푸리나 리스를 만든다.

▲  허브천문공원 작은천문대 <관천대 = 일대(日臺)>

공원 동쪽에는 하늘을 겨낭하고 있는 '허브천문공원 작은천문대'가 있다. 식물원이나 허브정
원 같은 이곳에 천문대가 덩그러니 놓여져 있어 조금 어색함은 주지만 허브식물과 천문과의
어색함을 줄여주고 그들을 한데 어우른 것이 바로 이 공원의 특징이다.
매년 7~9월 매주 목요일에 운영을 하며, 운영시간은 19시30~21시30분(7~8월 20~22시)이다. 어
두컴컴한 저녁에 천문대에 들어가 하늘을 구경하는 것으로 서울시 공공예약 홈페이지에서 미
리 예약을 해야 된다. (☞ 서울시 공공예약 홈페이지)


▲  색의정원과 공원을 동그랗게 둘러싼 남색 피부의 산책로
공원의 중심인 허브는 주로 남색 산책로 내부에, 관천대나 암석원,
작은천문대는 산책로 바깥에 두었다.

▲  허브천문공원 동쪽에서 바라본 일자산과 주차장
주차장 옆에 강동그린웨이 가족캠핑장이 닦여져 있다.

▲  산토리나(Cotton Lavender, Gray Santolina, 오른쪽)
핑거볼 레몬제라늄(Fingerbowl Lemon Geranium, 왼쪽)

산토리나는 유럽 남부가 원산지이다. 향료 식물로 잎과 꽃에 구충과 방충 효과가 있으며, 꽃
잎을 말려도 색깔이 변하지 않아 드라이플라워로도 아주 좋다.
핑거볼 레몬제라늄은 남아프리카 출신으로 꽃이 고와 관상용으로 인기가 좋다. 특히 음식과
음료수에 향을 낼 때 많이 쓰이며, 해충을 괴롭히는 효능도 있다.


▲  태미원(太微垣)과 견본원

▲  견본원에 뿌리를 내린 허브식물들

▲  오렌지타임(Orange Balsam Thyme)
유럽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이다. 상록저목성으로 오렌지향이 진하며, 말린 잎은
샐러드나 스프, 소스 등 요리에 사용된다. 관상용으로도 널리 쓰이는 편이다.

▲  페니로얄민트(Pennyroyal Mint)
아프리카가 원산지로 상쾌한 박하향이 강하게 나며, 모기와 파리를 쫓는 구충제
역할도 한다. 즉 모기와 파리가 싫어하는 향기를 가진 허브식물이다.

▲  딜(Dill, Ameto)
미국이 원산지로 가는 실과 같은 잎을 가지고 있다. 여름에는 우산을 편 것 같은
모양의 황색 꽃을 피우며, 특유의 강한 향기가 있어 요리에 많이 쓰인다.
(잎과 종자는 모두 피클에 쓰임)

▲  애플사이다제라늄(Applecider Geranium, 왼쪽)과
솝워트(Soapwart, 오른쪽)

애플사이다제라늄(이름도 겁나 어려움)은 남아프리카가 원산지로 상큼하고 톡쏘는 향을 지녔
다. (허브차나 요리, 원예로 많이 쓰임)
그리고 솝워트는 유럽과 서아시아가 원산지로 비누로 쓰이는 다년초이다. 솝워트 추출액은 세
제, 삼푸로 사용되며, 여드름과 습진 등의 세정액으로도 효과가 있다. 개량된 관상 원예종은
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고와 실용을 겸한 관상용으로 아주 좋다.


▲  계란꽃과 비슷하게 생긴 로먼캐모마일(Roman chamomile)
서유럽이 고향으로 다년생 꽃이다. 사과향이 나며 털모양의 줄기가 땅바닥을
기어가는 성질이 있다. 특히 아픈 식물체와 같이 심으면 그의 원기를
회복시켜주어 '식물의사'로도 불린다.

▲  에키네시아(Echinacea)
북아메리카가 고향으로 인디언들이 비상용 약으로 많이 사용했다. 꽃대를 잘라
포푸리나 리스를 만들며, 뿌리와 줄기는 면역부활제로 입증되어 에이즈
치료제로 쓰고자 연구하고 있다.

▲  공원 한복판에 봉긋 솟은 자미원
저 밑에 길동배수지가 숨겨져 있다. 언덕 위에는 별자리 조명이 닦여져 있어
저녁 때 하늘을 찌르며 조명을 비춘다. (언덕 윗쪽은 조명 보호를 위해
통행을 금하고 있음)

▲  약초용 허브로 가득한 약초원과 자미원(중앙에 솟은 언덕)

▲  시내를 바라보고 있는 관천대<월대(月臺)>

공원 서쪽에는 돌로 견고하게 다져진 관천대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일몰과 밤하늘, 시내를
구경하는 곳으로 앞서 작은천문대(일대)와 마찬가지로 천문을 담당한다. 동쪽에 계단을 닦고
사방을 난간으로 둘러 마치 제단처럼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저곳에 오르면 바로 밑으로
길동(吉洞)과 둔촌동, 천호동 지역이 작게나마 시야에 들어온다.


▲  관천대(월대)에서 바라본 허브천문공원

▲  관천대(월대)에서 바라본 허브천문공원 남쪽 (약초원, 온실)

▲  관천대(월대)에서 바라본 암석원

부출입구(후문) 바로 옆에 자리한 암석원은 돌덩어리와 허브를 같이 배치한 공간으로 다른 공
간(약초원, 허브원)보다 상당히 작은 편이다. 의자와 탁자를 갖춘 쉼터가 닦여져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 좋다.


▲  유리막으로 이루어진 온실(식물원)
공원 서남쪽에는 햇살을 먹고 사는 유리온실이 있다. 120종의 허브를 화분 등에
담아 선보이고 있는데, 1년 내내 따스하여 겨울에도 허브들이
마음껏 몸을 풀며 허브향을 불어준다.

▲  바깥보다 더 무더운 온실 내부
이곳에 사는 허브들은 바깥 친구들과 달리 겨울 걱정은 안해도 된다.

▲  허브 화분들이 잔뜩 마중을 나온 허브천문공원 정문

오랜만에 인연을 지은 허브천문공원을 1시간 정도 둘러보고 작은천문대 주변 쉼터에 앉아 김
밥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였다. 허브향기가 바람을 타고 여기까지 어슬렁거려 정처 없는 나의
후각을 건드리니 따뜻한 허브차(Herb tea)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것을 후식으로 1잔 걸치면
아주 예술이지. 하지만 여기서는 허브차를 팔지 않으며 시각과 후각, 촉각으로만 허브를 즐겨
야 된다.

공원에 뿌리를 내린 허브식물을 본글에 모두 다루지는 못하고 일부 끌리는 존재들만 소개하였
다. 다 소개해봐야 내용만 길어질 뿐이다. 다음에 다시 이곳과 인연이 된다면 땅꺼미가 짙은
저녁에 찾아와 별자리 놀이를 해보고 싶다. (모두 낮에만 와봤음)

* 허브천문공원 소재지 : 서울특별시 강동구 둔촌동 산86일대 (☎ 02-3425-6448)



 

♠  강동구의 대표 지붕이자 남쪽 지붕, 작지만 아담하고 싱그러운
일자산(一字山) 둘러보기

▲  일자산 숲길로 들어서다 (유아숲체험장)

허브천문공원 정문을 나와 남쪽으로 내려가면 강동그린웨이 가족캠핑장 주차장이 나온다. 이
곳 바로 서쪽에는 가족캠핑장(49면)과 오토캠핑장(8면)이 닦여져 있고, 그 주차장을 가로질러
남쪽 숲으로 들어서면 유아숲체험장이 잠깐 나타나면서 일자산의 푸른 품이 펼쳐진다. 그렇다
면 일자산은 어떤 곳일까?

일자산(134m)은 강동구에서 가장 하늘과 맞닿은 뫼로 강동구와 경기도 하남시(河南市)의 경계
선 역할을 하고 있다. 위에서 보면 '一' 모습처럼 보여 일자산이란 단순한 이름을 지니게 되
었는데, 실제로도 이 산은 남북으로 길게 '一' 모습을 하고 있으며, 서울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라 해돋이 명소로도 유명하다.

산줄기는 약 5km에 이르나 허브천문공원 이북은 천호대로로 잘렸으며, 남쪽은 하남시 감북동(
서하남나들목입구 교차로 북쪽)까지 뻗는다. 1971년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되어 숲길과 쉼터
가 조성되었으며, 강동구의 각별한 관심에 힘입어 허브천문공원과 강동그린웨이 가족캠핑장,
강동구 도시농업공원, 일자산 해맞이공원, 잔디광장 등이 닦여져 강동구의 소중한 꿀단지로
애지중지되고 있다.
또한 서울의 외곽을 가르는 서울둘레길 코스(157km) 중 서울둘레길3코스 고덕,일자산 코스(광
나루역↔수서역, 26.13km)가 이 산의 신세를 지며 남쪽과 동쪽으로 흘러간다.

일자산 잔디광장에서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 1회씩 '강동그린웨이걷기대회'가 열려 성
황을 이루고 있으며, 산에는 딱히 문화유산은 없으나 오래된 자연산 동굴로 둔촌 이집이 피신
을 했던 둔굴이 전하고 있다.
그 외에 지금은 고된 세월에 녹아 없어졌지만 서울 유일의 탄산약수로 수도권에서 꽤 유명했
던 천호약수가 산 서쪽 자락 보훈병원 부근에 있었다. 한참 어린 시절(1980년대 초/중반) 그
곳에 갔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는데, 그 착했던 약수는 천박한 개발의 칼질에 핏줄이 끊겨 사
라지고 말았다. 그가 없어지면서 서울에서 탄산약수를 마시려면 최소 춘천과 양구, 홍천, 인
제, 평창까지 가야 된다. 기억 속의 풍물시로 아련히 잊혀진 천호약수 빈 자리의 무게가 그만
큼 커진 것이다.


▲  일자산 숲길 (서울둘레길3코스와 만나기 이전)

▲  서울둘레길3코스와 하나가 된 일자산 숲길
정면에 보이는 숲길이 서울둘레길3코스 상일동 방향이다. (오른쪽은 초이동 방향)


일자산 숲길은 유아숲체험장을 지나면서 서서히 시골 동구밭 고갯길 풍경을 자아내다가 상일
동(上一洞)에서 달려온 서울둘레길3코스와 만나게 된다. 여기서부터 일자산의 지붕길인 능선
길이 시작된다. 서울둘레길3코스는 일자산 능선길의 신세를 지며 둔촌습지, 배다리까지 거침
없이 흘러가며, 서울과 하남의 경계선도 이 능선의 몸을 의지하며 흘러간다. (능선 서쪽은 서
울 강동구, 동쪽은 하남시 땅)
능선길은 정상을 향해 서서히 올라가므로 길이 느긋하고 부드럽다. 산길도 잘 닦여져 있고 길
을 둘러싼 숲 또한 매우 짙어서 편한 둘레길의 정석을 보여준다.


▲  일자산 능선길, 정상 북쪽 구간 ①
능선길이 매우 부드러워 걷기에는 매우 좋다. 게다가 녹음이 짙은 숲이 숲터널을
이루며 펼쳐져 있어 여름 제국의 기운도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한다.

▲  일자산 능선길, 정상 북쪽 구간 ②

▲  일자산 능선길, 정상 북쪽 구간 ③
능선이긴 하지만 숲이 매우 삼삼해 능선길의 기분을 다소 잊게 한다.

▲  일자산 정상, 해맞이광장 (134m)

일자산 정상은 능선길과 마찬가지로 숲에 감싸여 있다. 하여 정상에서 맛볼 수 있는 일품 조
망을 누리기가 어렵다. 정상 바닥에는 큰 돌이 입혀져 있고, 주위로 낮은 돌담이 둘러져 있는
데, 강동구에서 1994년 서울 정도(定都) 600년을 기념하고자 이곳을 해맞이광장으로 닦으면서
입혀놓은 것들이다.
서쪽에는 둔촌 이집의 시(詩)가 적힌 동그란 표석이 있고, 동쪽에는 1994년 해맞이광장 준공
을 기념하는 조그만 비석이 자리하여 조촐하게 눈요깃감을 선사한다.

▲  둔촌 이집의 시비
(둔촌 선생이 후손에게 이르기를...)

▲  거의 30년 세월의 때가 묻어난 1994년
해맞이광장 준공 기념비


둔촌 이집(遁村 李集, 1327~1387)은 일자산과 인연이 깊은 고려 후기 문인이다. 본관은 광주(
廣州)로 초명(初名)은 원령(元齡), 자는 호연(浩然), 호는 둔촌이다.
그는 경기도 광주 사람으로 충목왕(忠穆王, 재위 1344~1348) 때 과거에 급제하여 관직에 진출
했다. 공민왕(恭愍王) 시절 당시 권력자인 신돈(辛旽)에게 제대로 찍혀 신변의 위협을 느끼자
그 핍박을 피해 일자산 둔굴 등에 은신하기도 했으며, 그 고통의 시간을 후세까지 잊지 않고
자 호를 둔촌으로 갈기도 했다. <일자산을 간직한 둔촌동(遁村洞)의 이름은 바로 그의 호 '둔
촌'에서 비롯됨>
신돈이 사라지자 바로 상경하여 판전교시사(判典校寺事)에 임명되었으나 얼마 안가서 그만두
고 여주 천녕현(川寧縣)에서 시를 지으며 무척 한가롭게 지내다가 60살에 인생을 마무리했다.

그의 시는 꾸밈과 우회적 표현보다는 직서적이고 자연스러운 작품이 많으며, 임심문(任深文)
을 비롯한 문인 60여 명과 교류했다. 무덤은 성남시(城南市) 하대원동에 있는데 그의 후손들
까지 같이 묘역에 잠들어 있어 완전 집안 묘역을 이루고 있다.

정상 서쪽에는 이집의 후손에게 당부하는 시가 적힌 시비가 물결치는 파도 위에서 솟는 햇님
의 모습처럼 자리해 있는데, 시의 내용은 아래와 같으며, 결론은 무조건 머리가 터져라 공부
하라는 것이다. 마치 오늘날 우리들을 위한 충고처럼 말이다.

                       독서는 어버이의 마음을 기쁘게 하느니
                       시간을 아껴서 부지런히 공부하라
                       늙어서 무능하면 공연히 후회만 하게 되니
                       머리 맡의 세월은 괴롭도록 빠르기만 하느니라
                       자손에게 금을 광주리로 준다 해도
                       경서 1권 가르치는 것만 못하느니라
                       이 말은 비록 쉬운 말이나
                       너희들을 위해서 간곡히 이르노라


▲  일자산 능선길, 정상에서 둔굴 구간 ①
저 계단 위쪽이 바로 일자산 정상이다.


▲  일자산 능선길, 정상에서 둔굴 구간 ②
정상을 벗어나면 바로 내리막길이 느긋한 모습으로 펼쳐진다.

▲  일자산 능선길, 정상에서 둔굴 구간 ③

둔굴이 가까워 오면서 일자산 능선길도 다소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다. 동쪽 풍경(하남시 감북
동)이 숲 대신 수풀과 밭으로 이루어진 확트인 공간으로 풍경이 바뀌는 것이다. 곳곳에 작은
무덤들도 여럿 보여 어둑어둑한 밤에 오면 염통도 좀 쫄깃해질 듯싶다.
비록 이곳이 하남시와 맞닿은 서울의 변두리이나 '정녕 서울 곁이 맞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싱그러운 산골 풍경을 보인다. 일자산에 이런 비경도 있었다니 이번에 인연 짓기를 참 잘한
것 같다.


* 일자산 소재지 : 서울특별시 강동구 둔촌2동 / 경기도 하남시 초이동, 감북동


▲  일자산 능선길에서 바라본 하남시 감북동, 감일동 지역
남한산성을 간직한 남한산(청량산)이 정면에 바라보인다.



 

♠  일자산 마무리 (둔굴)

▲  둔굴(遁窟) 입구 쉼터

일자산 정상에서 남쪽 능선을 계속 더듬으면 둔굴 입구 쉼터가 마중을 나온다. 둔굴 바로 위
쪽에 나무로 넓게 자리를 닦아 쉼터를 조성했는데, 여기서 능선길을 잠시 버리고 쉼터를 지나
아래쪽 계단을 내려가면 일자산에서 가장 구석에 자리한 일자산의 오랜 명물, 둔굴이 주름진
모습을 드러낸다.
둔굴은 능선길 서쪽 벼랑에 자리해 있어 접근하기가 넉넉치 못했는데, 바로 앞에 의자와 탁자
를 갖춘 쉼터 데크를 닦고 계단을 내면서 그 고통이 크게 줄었다. 이제는 둔굴을 바라보면서
간식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허나 둔굴 주변은 난간이 둘러져 있어 굴을 보호하고 있으니
애써 들어가서 굴을 괴롭히지는 말자. 어차피 쉼터에서 둔굴의 속살까지 다 보인다.


▲  벼랑에 깃든 둔굴

둔굴은 대자연이 빚은 조그만 자연산 굴로 벼랑 밑에 자리해 있다. 굴이라고는 하지만 그 깊
이는 얕으며 윗 사진에 보이는 것이 전부이다. 바로 이곳이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이집이 신
돈의 괴롭힘을 피해 잠시 숨어산 곳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산 밑까지 주거지가 들
어서고 바로 옆까지 산길이 뚫려 접근하기 쉽지만 호랑이가 담배 맛을 알기 이전에는 워낙 외
진 곳이라 찾기가 어려워 여기서 여러 날 머무른 것으로 여겨진다.

굴의 크기는 작지만 비바람을 피해 잠시 머물기에는 적당해 보이며, 굴 속에서 고통스런 시간
을 보냈을 이집의 모습이 그런데로 상상이 간다. '이곳이 발각되는 것은 아닐까? 나라는 앞으
로 어떻게 될 것인가?' 시름에 잠겼을 그의 모습이 말이다.

▲  남쪽에서 바라본 둔굴

▲  북쪽에서 바라본 둔굴

둔굴은 둔촌 이집 외에도 지역 사람들의 손때가 적지 않게 묻었을 것이다. 일자산에 사냥이나
산나물을 채집하러 갔다가 잠시 쉬거나 비를 피했을 수도 있고, 죄를 저지른 사람이 은신했을
수도 있으며, 여기서 고기 굽기 등의 취사행위를 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지역 명소이
자 일자산의 명물로 존재감의 무게를 더했으니 그런 행위는 이제 없어야 될 것이다.


▲  둔굴 입구에서 바라본 하남시 감북동과 감일동, 남한산(청량산)

▲  둔굴 입구 남쪽 능선길 ①
오솔길의 진수를 보여주며 남쪽으로 구불구불 흘러간다.

▲  둔굴 입구 남쪽 능선길 ②

둔굴을 둘러보고 잠시 놓아두었던 능선길(서울둘레길3코스)을 다시 잡아 남쪽으로 향했다. 이
제 딱히 잡아야될 명소는 없으며 숲길을 따라 쭉 이동하면 된다. 중간중간에 서쪽과 동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손짓하나 서울둘레길3코스의 미답 구간도 조금씩 줄일 겸, 계속 능선길을 고집
했다.
동쪽으로 확트인 능선길은 다시 무성한 나무에 갇힌 숲길로 변하며, 그 상태로 둔촌습지(배다
리) 정류장까지 이어진다.


▲  둔굴 입구 남쪽 능선길 ③

▲  일자산의 남쪽 끝 내리막 길

▲  한강으로 흘러가는 감이천 (서부교에서 바라본 모습)

일자산 숲길은 둔촌습지, 배다리 정류장 북쪽에서 그 끝을 맺는다. 서울둘레길3코스도 여기서
일자산과 작별하여 서울의 동쪽 끝을 가르는 '동남로'를 따라간다. 비록 차량들 통행이 빈번
한 도로를 따라가야 되나 서울의 변두리답게 죄다 밭두렁과 논두렁, 야산 등의 시골 풍경투성
이라 서울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차량의 눈치를 보던 서울둘레길3코스는 감이천(서부교)을 건너 효죽동입구에서 비로소 찻길을
버리고 서쪽 시골길로 들어서면서 차량 소음에서 해방된다. 그 길로 들어서면 늪지대를 간직
한 방이동(芳荑洞) 생태경관보전지역이 나온다.

이후 내용은 별도의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으며, 일자산 나들이는 대단원의 막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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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일 - 2022년 9월 15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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