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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남쪽 자락 400m 고지에 둥지를 튼 고즈넉한 산사, 북한산 영취사 <영취사5층석탑>
도봉산고양이 2024. 11. 16. 01:30
1. 북한산 영취사 (영취사5층석탑)
북한산(삼각산) 기점의 일원인 정릉동 정릉탐방지원센터에서 정릉계곡을 따라 30~40분 정도 올라
가면 절간답다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적막하고 고즈넉한 모습의 영취사가 마중을 나온다. 해발
400m 고지에 둥지를 튼 영취사는 북한산(삼각산) 품에 무수히 깃든 절의 하나로 정릉계곡에서 북
한산성 대성문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자리해 있어서 이 구간을 이용할 경우 무조건 거쳐가야 된다.
(등산로가 절 경내를 지나감)
영취사는 1962년에 신정옥이 세운 것으로 그렇게 오래된 절은 아니다. 그는 1928년 7월 14일 충남
예산군 신례원에서 독립운동가 신현상의 딸로 태어났는데, 불명(佛名)은 대지행(大智行), 호는 초일
(草一)로 백범 김구 선생의 수양녀이기도 했으며, 1947넌 공주 마곡사에 들어가 칩거 수양을 했다.
1972년 영취사 법당을 중건하고 요사를 신축했으며, 계속 절을 살펴주어 경내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거의 없을 정도이다. 그의 남편은 강성진으로 삼보증권회장 및 대한증권업협회장을 지냈
으며, 자녀 또한 모두 사회에서 듬직한 지위를 누렸다.
경내에는 법당인 대웅전을 비롯해 삼성각, 용왕각, 요사 등 4~5동의 건물이 있으며, 소장문화유산으
로는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5층석탑이 있다. 바로 그를 복습하고자 간만에 이곳을 찾은 것이다.
2. 조그만 모습의 영취사5층석탑
영취사의 유일한 문화유산이자 이곳에서 가장 늙은 존재인 5층석탑은 울퉁불퉁하게 생긴 커다란 대
석 위에 작게 서 있다. 2중의 기단 위에 5층 탑신을 얹히고 그 위를 연꽃무늬 석재로 마무리했는데,
여기서 2중 기단과 5층탑만 원래 것이고 나머지는 탑의 초라함을 달래고자 20세기 중반 이후에 새로
덧붙인 것들이다. 탑 자체는 난쟁이 반바지 접은 것보다 아주 작은 수준이며 어쩌면 천하에서 가장
작은 석탑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원래 요사 앞에 기단부가 묻힌 상태로 있었다고 한다. 문병대 박사가 직접 찾아와서 그를 살펴
보니 고려 후기~조선 초기 석탑으로 파악이 되었다. 마침 서울에 늙은 토박이 석탑이 별로 없고 고려
말~조선 초기 탑도 희귀하여 거뜬하게 지방문화재의 지위를 얻었다.
이후 석탑은 지금의 위치로 자리를 옮겼는데, 이때 여러 장의 돌을 높이 쌓아 대석을 다진 다음 조그
만 탑을 올려 키를 높였다. 탑의 왜소함을 극복하고자 대석을 쌓았지만 오히려 대석이 너무 지나치게
커서 탑이 더욱 작아 보인다.
기단은 2중으로 밑 기단은 조금 높으나 고된 세월의 상처가 남아있으며, 손상된 부분 사이에는 잡석
을 끼웠다. 윗 기단은 밑 기단에 비해 높이가 약간 낮으며, 그 위에 5층 탑신을 올렸는데, 윗층 옥개석
과 연꽃무늬 석재는 새로 만든 것이다. 탑신은 1층만 달랑 남아있고 윗층 탑신은 납작하여 무늬만 남
은 실정인데, 가장자리에 희미하게 우주(隅柱)가 새겨져 있으며, 1층 탑신 중앙에 감실 같은 것이 뚫
려 있어 불상을 봉안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옥개석은 두툼하나 장대한 세월이 무심히 할퀴고 간 흔적이 적지 않으며 머리 장식은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모두 사라졌다. 하여 탑의 머리 부분에는 근래 만든 연꽃무늬 석재만 달랑 놓여있다.
기단부와 탑신의 구성법, 간략화된 옥개석 층급 표현 등을 통해 고려 후기~조선 초기에 조성된 것으
로 여겨지며, 서울에 몇 없는 늙은 토박이 탑으로 가치가 크다.
탑이 발견된 것을 보니 이곳에 이름이 전하지 않는 작은 절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옛 절의 흔적
은 딱히 없다고 하며, 석탑과 그에 얽힌 이야기도 전하는 것이 없다.
3. 옆에서 바라본 영취사5층석탑
탑은 작지만 그래도 갖출 것은 다 갖춘 잘생긴 탑이다.
4. 영취사 용왕각
용왕각은 1칸짜리 팔작지붕 집으로 천하의 수분을 관리하는 용왕의 공간이다. 용왕하면 흔히 바다를
생각하기 쉽지만 그는 바다와 강, 계곡, 약수터 등 모든 수분를 관장한다.
5. 용왕각 용왕탱
가시처럼 나온 수염을 지닌 용왕을 중심으로 동자와 동녀, 용 등이 담겨져 있다.
6. 밑에서 바라본 대웅전
경내 높은 곳에는 대웅전과 삼성각이 자리해 있다. 건물이 다들 조그만 수준으로 1974년 이후에 중건
하여 아직 고색의 때는 익지 못했다.
7. 대웅전 석가여래삼존상
금동 피부를 지닌 석가여래를 중심으로 지장보살과 관세음보살이 좌우에 자리해 석가여래삼존상을
이루고 있다. 석가후불탱이 그들의 뒤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으며, 그 좌우로 신중탱 등 온갖 탱화들
이 걸려있다.
8. 삼성각에서 바라본 천하
삼삼한 숲 너머로 서울 동부와 동남부 지역, 아차산~용마산~망우산 산줄기, 남양주와 하남 지역의 산
하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영취사가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지만 경내 상당수가 숲에 묻혀있어 경내에
서 가장 하늘과 가까운 대웅전과 삼성각에서나 조망을 누릴 수 있다.
9. 삼성각에서 바라본 요사 (바로 앞에 지붕을 드러낸 집이 요사임)
10. 영취사 삼성각
영취사 경내에서 가장 하늘과 가까운 곳으로 산신과 칠성, 독성(나반존자)이 봉안되어 있다.
11. 삼성각 탱화
이곳은 특이하게 산신 가족과 칠성 가족, 독성 가족이 하나의 탱화에 싸그리 담겨져 있다. 탱화 가운
데에 하얀 부채를 든 이가 있는데, 바로 뒤에 호랑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산신으로 보인다. 산신치고
는 매우 젊은 편으로 산신들도 인간 세상 못지 않게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12. 영취사5층석탑과 그를 받쳐든 울퉁불퉁한 대석
탑과 대석 주위로 꽃과 수풀들이 자라나 조그만 화단을 이룬다.
13. 옆에서 바라본 영취사5층석탑
탑이 작고 잘생긴 것은 물론 고색의 기운도 넉넉하여 살짝 집으로 가져와 나만의 골동품으로 삼고 있
다. 하지만 탑이 작다고 해서 만만하게 보고 허튼 짓을 하면 곤란하다. 탑치고 덩치가 작을 뿐이지 그
는 엄연한 무겁고 견고한 돌덩어리이다.
영취사는 인심이 그런데로 후한 편이라 평소에는 뜨거운 전통차를 산꾼과 답사꾼에게 제공하고 있으
며, 일요일 점심시간에는 국수나 공양밥을 제공한다. 그리고 탑 주변에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넉넉히
닦여져 있다. 보통 정릉계곡~북한산성 대성문 코스를 이용할 경우 여기서 상당수 쉬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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