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차산 주능선 더듬기
▲ 무덤 갈림길 |
낙타고개에서 아차산 정상까지는 야간 등산에도 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길이 잘 닦여져 있다. 그 길을 조금 가면 석축 위에 둥지를 튼 조그만 무덤이 나오는데, 여기서 길은 2갈래로 갈린 다. 아차산 정상과 주능선, 보루가 목적이면 왼쪽 계단길을, 대성암(범굴사)과 구리 지역을 원한다면 오른쪽 길로 가면 된다. |
▲ 무덤 갈림길에서 아차산 정상으로 인도하는 계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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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갈림길에서 주능선을 오르면서 뒤와 옆을 살짝 돌아보는 여유를 누려보자. 그러면 아주 기가 막힌 조망이 두 눈으로 바로 달려올 것이다. 아차산이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산 주 변이 거의 평지라 일품 조망을 누릴 수 있다. 이런 장쾌한 조망은 아차산 정상을 지나 용마산 산줄기까지 이어지는데, 이 일품 조망 때문에 고구려가 보루를 잔뜩 달아 군사기지로 삼았던 것이다. |
▲ 해맞이광장 주변에서 바라본 천하 (1) 광진구와 송파(잠실), 강남, 대모산 지역
▲ 해맞이광장 주변에서 바라본 천하 (2) 아차산성이 있는 아차산 남쪽 봉우리와 강동, 송파 지역
▲ 해맞이광장 주변에서 바라본 천하 (3) 한강과 구리, 암사대교, 강동구, 하남시 지역
▲ 광진구 해맞이광장 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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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갈림길과 1보루 사이에 해맞이광장이 조촐하게 터를 닦았다. 이곳은 묵은 1,000년이 지고 새로운 1,000년이 도래한 2000년 1월 1일 아침 7시, 광진구청에서 하늘과 가까운 이곳에서 새 천년 해맞이 행사를 가지며 그것을 기리고자 비석을 세우고 해맞이 광장으로 삼은 것이다. 여 기서는 지는 해는 물론 뜨는 해도 맞이할 수 있으며, 광진구가 야심차게 닦은 서울의 주요 해 돋이 성지로 매년 1월 1일 아침마다 해맞이 행사가 절찬리에 열린다. (그때는 산이 무너질 정 도로 사람들이 몰려들어 정신이 하나도 없음) |
▲ 아차산1보루 - 사적 4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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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맞이광장을 지나면 두툼히 살이 오른 아차산1보루터가 모습을 비춘다. 이곳이 넘버원 1보루 가 된 것은 별 이유 없다. 남쪽을 기준으로 발견된 순서대로 나열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해발 250m에 자리한 1보루는 봉우리를 활용해 닦은 것으로 1994년 발굴조사 때 고구려 토기가 여럿 나왔다. 동쪽과 남쪽에서 보루 성벽이 확인되었는데, 보루의 정체가 알려지기 훨씬 이전 부터 보루의 남쪽 성벽 흔적을 밀어버리고 산길을 냈으나, 정체가 밝혀진 이후에는 보루 주변 에 나무 목책을 둘러 접근을 통제하고 그 옆구리에 우회길을 내었다. 그러다가 2015년 이후로 다시 보루를 개방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아차산 보루 중 가장 남쪽으로(홍련봉 보루는 제외) 5보루와 함께 아차산성과 아차산 정상 사 이를 이어주는 요새였으며, 동쪽과 남쪽, 서쪽이 확 트여있어 자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좋다. 특히 5보루와 남쪽 해맞이광장과 더불어 서울의 이름난 해돋이 명소로 추앙을 받고 있으며, 1 월 1일만 되면 사람들로 완전 북새통을 이룬다.
이곳에 들어앉아 천하를 굽어봤을 1보루는 장대한 세월의 매서운 흐름과 대자연의 오랜 괴롭 힘 앞에 완전히 녹아내리고 그 터만 겨우 남아 세월의 무상함을 알려줄 따름이다. 5보루와 함께 보루의 구체적인 생김새는 아직 파악되지 못했으나 고구려의 축성 양식과 복원 된 4보루를 흔쾌히 참고해 보루의 모습과 거기서 머물던 고구려 군사의 모습을 머리 속에 그 려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어차피 폐허의 현장이고, 그들의 모습을 남긴 뚜렷한 사진 이나 기록도 없으니까 말이다.
고구려는 아차산을 비롯하여 홍련봉, 구의동, 자양동, 용마산, 망우산, 수락산, 봉화산, 사패 산, 천보산, 양주 불곡산, 연천 지역까지 많은 보루를 설치하여 아차산성 등의 주요 성을 보 조하며 주변 지역을 지켰는데, 이들 보루 중,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아차산 보루 6곳, 용마산 보루 7곳, 망우산 3곳, 수락산 1곳, 홍련봉 2곳을 '아차산 일대 보루군'으로 한 덩어리로 묶 어 국가 사적 455호로 삼았다. |
▲ 아차산1보루에서 바라본 천하 (광진, 성동구, 동대문구 지역)
▲ 아차산1보루에서 바라본 아차산5보루
▲ 아차산5보루 - 사적 4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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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산5보루터는 해발 267m 봉우리에 둥지를 튼 보루로 둘레 158m, 내부 면적은 1,818㎡ 정도 이다. 봉우리를 활용하여 보루를 다졌는데, 보루 성벽은 죄다 사라지고 겨우 흔적 일부만 남 아있는 상태이다. 북쪽 비탈면에 석축 일부가 남아있으나 보존을 위해 흙으로 덮었으며, 보루 를 잡아먹은 봉우리는 예전보다 다소 살이 두툼해진 상태이다.
그의 정체가 밝혀지기 이전에는 주능선 산길이 보루 복판을 가로질러 흘러갔으나 보루임이 밝 혀진 이후에는 그의 건강을 위해 서쪽에 우회길을 내었다. 다른 보루와 달리 신라 후기 토기 가 여럿 출토되었고, 봉우리 모습이 마치 신라 스타일의 고분과도 비슷해 이를 두고 신라(新 羅)가 기존의 고구려 보루를 밀어버리고 무덤을 쓴 것으로 보는 견해도 덧붙여 전해온다. 그 러고보니 정말 신라 무덤처럼 보이기도 한다. 허나 신라는 산능선에 무덤을 잘쓰지 않는 편이 라 이 역시 설에 불과하다.
5보루터는 쿨하게 개방되어 있다. 길이 봉우리 남북으로 닦여져 있으며, 그 봉우리에 올라서 면 1보루를 비롯해 아차산 능선과 한강,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 광진구, 강남구, 대모산, 구 리시, 남양주시 서부 지역, 하남시 지역이 훤히 시야에 잡혀 왜 이곳에 보루를 쌓았는지 십분 이해가 된다. |
▲ 아차산5보루 남쪽 부분
▲ 아차산5보루터 돌탑에서 바라본 천하 푸른 한강을 사이에 두고 구리시와 남양주시(도농, 금곡, 덕소), 서울 강동구, 하남시가 사이좋게 시야에 들어온다.
▲ 아차산 명품소나무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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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보루를 지나 계속 주능선을 고집하면 아차산 명품소나무 1호로 지정된 키 작은 소나무를 만 나게 된다. 아차산이 광진구의 소중한 꿀단지라 광진구가 그에게 들이는 정성은 참 대단하다. 그만큼 기 대하는 것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그 정성의 하나로 2009년 가을, 아차산에 있는 소나무 중 괜찮은 것을 골라 아차산의 새로운 명물로 키우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바로 이 나무가 그 대상이 되어 명품소나무 1호의 지위를 누리게 되었다. 이 소나무는 바위 틈에 단단히 뿌리를 내려 천하를 굽어보고 있는데, 가지는 굴곡이 자연스러 우며, 피부가 붉고 아름다워 단아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나무의 나이는 40~50년 남짓으로 여겨지며, 나무 곁에 천하를 굽어보게끔 조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
▲ 아차산 명품소나무 1호 조망대에서 바라본 용마산, 아차산 북쪽 줄기
▲ 아차산 명품소나무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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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소나무 1호를 지나면 바로 명품소나무 2호가 나온다. 이 나무는 밑둥부터 여러 가지로 솟 아 올라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모습이 마치 중원대륙과 만주를 제패하던 고구려의 기상을 담 았다하여 명품소나무 2호로 지정되었다. 그 역시 1호 나무와 함께 광진구청의 보살핌을 받으 며 아차산의 차세대 명물을 꿈꾼다. |
▲ 명품소나무2호에서 아차산 정상으로 인도하는 능선길
▲ 아차산의 정상인 아차산3보루 유적 - 사적 4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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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소나무 2호에서 6보루 입구를 지나면 아차산3보루가 있는 너른 봉우리가 나온다. 이곳은 아차산에서 가장 하늘과 가까운 곳으로 해발 295.7m(296m)이다.
3보루는 아차산에 깃든 보루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성벽 둘레는 약 450m, 내부 면 적은 약 6,500㎡로 여겨지며, 정상부에 남북으로 길게 누워있어 아차산 일대 보루 중 가장 규 모가 크다. 2005년 보루 일부를 들추면서 배수로와 건물터, 기단, 성벽 일부가 발견되었는데, 디딜방아의 불씨로 여겨지는 존재가 나와 이곳이 아차산 식량 창고가 아니었을까 추정된다. 하지만 겨우 보루터의 일부만 조사된 상태라 하루 속히 나머지를 모두 들춰야만 이곳에 정확 한 기능과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
▲ 허전한 모습의 아차산3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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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보루터를 품은 봉우리는 마치 대머리처럼 황량한 모습이다. 봉우리 외곽은 나무가 무성한데 반해 봉우리 일대는 땅에 바짝 붙은 잡초와 탈모된 흔적 마냥 풀이 벗겨진 흙색 길, 그리고 잘려진 나무 밑둥이 대부분을 이루기 때문이다. |
▲ 아차산3보루터 봉우리 정상 정상 주변 나무는 보루터 보호를 위해 대부분 밀어버렸다.
▲ 아차산3보루터 봉우리 이곳에 있었을 3보루의 모습은 과연 어떠했을까? 그 상상의 나래를 한번 살찌워보자. 이것이 바로 아차산이 우리에게 주는 숙제이다.
▲ 아차산3보루 돌탑 이곳을 스쳐간 사람들이 하나씩 얹힌 돌이 어엿한 돌탑으로 성장했다. 돌탑을 이루고 있는 돌의 상당수는 3보루 성돌과 이곳에 있던 건물터 주춧돌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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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차산3보루 남쪽 끝 남쪽 끝부분은 경사가 조금 각박하다. |
▲ 아차산3보루 북쪽 끝 계단을 이루고 있는 돌은 보루터의 일부이다. |
아차산3보루에서 북쪽으로 10분 정도 더 가면 아차산4보루가 모습을 드러낸다. 글의 분량상 본글은 여기서 끝. 4보루 이후부터는 별도의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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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차산4보루 - 사적 4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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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차산4보루 내부 |
▲ 아차산4보루 저수시설터 |
* 아차산 소재지 - 서울특별시 광진구 중곡동/광장동, 경기도 구리시 아천동 * 2019년부터 본인 답사기에서 교통정보와 관람정보는 제공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