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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불곡사


~~~ 봄의 한복판에 찾아간 창원 불곡사 ~~~
불곡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  불곡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따스한 봄의 한복판인 4월의 끝 무렵, 경남의 중심 도시인 창원(昌原)을 찾았다. 창원은
거의 6~7년 만에 방문으로 다른 곳으로 가는 도중에 잠깐 들리게 되었는데, 고양이가 생
선가게를 그냥 못둔다고 접근성이 좋은 간단한 볼거리를 고르다가 2005년에 갔던 불곡사
를 골랐다. 그때도 4월에 갔었는데 이번에도 4월이다.


♠  불곡사(佛谷寺) 입문

▲  불곡사 일주문(一柱門) - 경남 지방유형문화재 133호

불곡사는 숲이 우거진 대방동 언덕 남쪽에 자리한다. 이 절은 '비음산(飛音山) 불곡사'를 칭
하고 있는데 여기서 비음산(510m)은 동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뫼이다. 얼핏 보면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나 불곡사가 안긴 언덕 또한 비음산의 일원이다. 무분별한 개발의 칼질로 그 사이에
주거지가 조성되면서 서로가 끊긴 것이다.

불곡사 언덕 남쪽을 지나는 대암로를 들어서면 절로 인도하는 언덕길이 나타난다. 그 길의 손
을 잡으며 언덕을 오르면 경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면서 일주문이 마중을 나온다. 다른 일
주문은 기둥 2개, 문 하나가 전부이나 여기는 부산 범어사(梵魚寺)의 일주문처럼 기둥이 4개,
문 3개로 이루어져 있다.
이 문은 원래 창원객사(昌原客舍)의 정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1822년 웅천향교(진해)로 이전
되어 향교 정문으로 살다가 1940년에 그 향교가 사라지면서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된 것을 1943
년에 우담이 이곳으로 가져와 일주문으로 삼았다. 그래서 다른 일주문과 달리 객사, 향교(鄕
校), 그리고 절까지 다양한 곳의 정문을 두루 거쳐 경력도 화려하다.

그는 정면 3칸의 맞배지붕 다포계 문으로 절의 일주문치고는 규모가 큰 편이다. 아무래도 관
청 출신 문이라 그런 듯 싶다. 원래 지붕을 제외한 문 높이가 4m 정도 되었으나 기둥의 아랫
부분이 썩어버려 2m 정도를 잘라냈다. 그러다보니 지붕 덩치에 비해 문의 높이가 현저히 낮아
진 어색한 모습이 되었다. 지붕까지 합치면 4m 정도로 만약 아랫부분을 잘라내지 않았다면 거
의 6~7m의 장대한 규모를 자랑했을 것이다.

문이 여러 번 이사를 가면서 적지 않은 변형을 겪은 것으로 여겨지며, 나무를 다루는 수법이
다양하기는 하나 정교함이 덜하다. 지붕 기와에서 '강희(康熙)24년 을축일~~'이라 쓰인 글씨
가 나와 숙종 시절인 1685년에 지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문의 평방(平枋) 좌우 끝에는 귀엽게 다듬어진 호랑이와 거북 조각이 있는데, 이들은 불곡사
가 문 수식용 및 비보풍수의 목적으로 달아놓은 것으로 보인다.

▲  일주문 서쪽 평방에 닦여진 귀여운
호랑이와 용 꼬리 조각

▲  일주문 동쪽 평방에 닦여진
거북 조각


▲  고된 세월에 꽤 지쳐 보이는 늙은 승탑(僧塔, 부도탑)

일주문을 지나면 덥수룩한 모습의 옛 승탑이 손짓을 한다. 그는 조선 중/후기에 조성된 것으
로 탑의 주인은 알 수 없다. 기단과 탑신(塔身)이 남아있으나 사라진 부분은 새 돌을 끼워넣
어 낡은 돌과 새 돌이 어색하게 조화를 이룬다. 탑 중간과 밑도리에는 중생들이 얹혀놓은 막
돌탑이 그들의 소망을 양분으로 삼으며 어수선하게 싹을 내렸다.


▲  경내를 가리고 선 세음루(洗音樓)
팔작지붕 2층 누각으로 그 밑도리를 지나면 불곡사의 조촐한 경내가 펼쳐진다.


불곡사는 인근 성주사(聖住寺)와 함께 창원의 대표적인 오래된 절이다. 935년에 진경국사(眞
鏡國師)가 창건했다고 하나 확실한 것은 없으며, 이후 대한제국(大韓帝國) 시절까지 이렇다할
내력(來歷)이 전하지 않는다. 허나 경내에 신라 후기에 조성된 비로자나불좌상이 있어 신라
말에 창건된 것은 분명해 보이며, 조선 중/후기 것으로 보이는 승탑과 대한제국 시절 탱화들
이 여럿 전하고 있어 고색의 깊이를 그런데로 우려낸다.
1932년 우담(優曇)이 비로전과 세음루, 산신각, 승당, 요사채 등을 중건했고, 1943년에 버려
진 웅천향교 정문을 가져와 일주문으로 꾸몄다.

조촐한 경내에는 법당(法堂)인 비로전을 비롯해 명부전, 관음전, 칠성각, 세음루 등 8~9동 정
도의 건물이 있으며, 국가 보물인 석조비로자나불좌상과 지방문화재인 일주문, 오래된 승탑과
대한제국 시절 탱화가 전한다.
불곡사가 자리한 언덕도 비음산의 엄연한 일원이었으나 개발의 칼질로 서로가 끊기면서 도시
속의 외로운 공간이 되었다. 그래도 절 주변 언덕은 숲이 우거져 있어 그런데로 산사의 내음
은 풍긴다. 만약 불곡사가 아니었다면 이 언덕 또한 아파트로 도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 불곡사 소재지 :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 대방동 1036-1 (대암로 55 ☎ 055-282-7402)


♠  불곡사 둘러보기

▲  비로전(毘盧殿)

불곡사의 중심 건물인 비로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집으로 법당치고는 규모가 작
다. 앞서 일주문처럼 지붕이 밑도리보다 너무 큰 모습으로 이곳에 불곡사 제일의 보물이 깃들
여져 있으니 꼭 살펴보기 바란다.

▲  비로전 석조비로자나불좌상 - 보물 436호

비로전의 주인이자 불곡사의 1급 보물인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은 9세기 후반에 조성되었다. 딱
딱한 돌피부에 비해 부드럽고 정교한 모습을 지닌 석불로 머리는 나발이며, 상투 모양의 육계
(무견정상)가 두툼하게 솟아있다. 원만한 얼굴에는 눈, 코, 입이 알맞은 크기와 모습으로 배
치되어 있으며, 귀는 짧고 목에 있는 3개의 주름선인 삼도(三道)는 선명하게 그어져 있다.
법의(法衣)는 양 어깨와 석불 전체에 걸쳐져 있고, 옷주름은 다리까지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
며 흐르고 있다. 손 모양은 왼손 검지를 오른손으로 감싼 모습으로 사실적으로 표현되었으며,
석불이 앉아있는 대좌(臺座)는 8각형으로 연꽃무늬와 보살상이 조각되어 있다.

석불의 높이는 약 101cm, 연화대좌(蓮花臺座)는 약 90cm로 석불 등에는 예전에 광배(光背)를
붙인 흔적인 구멍이 남아있다. 그 광배는 세월의 고된 무게에 석불의 등을 놓아버렸고, 지금
은 옆에 따로 누워있다.
무려 1,000년이 넘는 지긋한 나이에도 정정한 모습을 잃지 않고 있어 그의 건강 비결이 사뭇
궁금해진다. 몸에서 떨어져 나간 광배까지 온전하게 달려있었다면 정말 금상첨화였을텐데 그
점이 아쉽다. 하지만 천하무적으로 눈에 뵈는 게 없다는 세월을 누가 이기랴. 이 정도라도 남
아있는 것도 다행이다.


▲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의 광배
석불의 광명을 상징하며 그 등에 붙어있던 광배로 지금은 석불 옆에 뉘어져 있다.
돌에 새겨진 무늬들은 세월을 예민하게 타면서 불곡사의 잃어버린 내력처럼
다소 희미해졌다.

▲  비로전 지장탱
1904년에 조성된 것으로 지장보살과 명부(冥府, 저승)의 주요 식구들이
담겨져 있다.

▲  범종각과 명부전(冥府殿, 오른쪽 집)
명부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집으로 1990년대에 지어졌다.

▲  금동으로 다져진 명부전 지장보살좌상
활활 타오르는 모습의 두광(頭光)을 지닌 지장보살 좌우로 무독귀왕(無毒鬼王)과
도명존자(道明尊者)가 자리해 있다.

▲  칠성각(七星閣)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집으로 칠성과 독성(나반존자), 산신의 거처이다.

▲  칠성각 독성탱

망중한에 잠겨있는 듯한 독성(나반존자) 할배와 동자, 그가 몸을 일으킨 천태산(天台山) 등이
그려져 있다. (폭포와 소나무도 있음) 그림은 고색이 좀 있어 보이는데 화기(畵記)를 확인하
지 않아서 자세한 건 모르겠다. (20세기 초기 것으로 여겨짐)


▲  등장 인물이 꽤 많은 칠성각 칠성탱
독성탱만큼이나 늙어 보인다. (20세기 초나 중기로 여겨짐)

▲  칠성각 산신탱
온후해 보이는 산신 할배와 동자, 괴수처럼 무서워 보이는 호랑이 등 산신 가족이
담겨져 있다.

▲  불곡사 관음전(觀音殿)
경내에서 가장 큰 건물로 정면 5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집이다. 2005년에
왔을 때는 지붕이 청기와로 뒤덮여 윤이 반짝반짝 빛났는데
그새 기와갈이를 했던 모양이다.

▲  관음전에 봉안된 천수천안관세음보살(千手千眼觀世音菩薩)
무려 1,000개의 손과 1,000개의 눈을 지닌 천수천안관세음보살, 그만큼
그가 지켜주고 어루만져야 될 중생들이 많다는 뜻일 거다.


관음전을 끝으로 간만에 찾은 불곡사 관람은 모두 마무리가 되었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창원
에서 더 이상 정처(定處)를 잡지 않고 바로 다른 곳으로 넘어갔다.

이렇게 하여 창원 불곡사 봄 나들이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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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일 - 2023년 5월 25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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