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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옛 존자암터 (존자암 경내)
한라산 서쪽 자락이자 볼음오름 남쪽 산골 1,130~1,140m 고지에 숨겨진 존자암은 제주도에서 가
장 높은 곳에 자리한 절이다. 창건 시기와 절의 내력에 대해서는 한라산 산신도 물음표를 던질 정도
로 전하는 것이 없으나 경내 뒷쪽에 늙은 부도탑이 있고, 조선 때 이곳과 관련된 여러 기록이 있어
서 고려 때 창건되어 16~17세기에 망한 것으로 여겨진다.
존자암 왕년 시절에는 나라의 지원을 받던 비보 사찰이기도 했으며(고려 때), 조선 떄는 제주도 3개
고을(제주목, 대정현, 정의현) 수령이 모여 국성재를 지내기도 했다.
17세기 이후 사라진 것을 1993년과 1994년에 발굴조사를 벌여 건물터 5곳과 배수시설, 청자 조각,
백자 조각, 분청사기 조각, 청동신중상 등을 건졌다. 이후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중창을 벌여 쓰러
진 존자암을 다시 일으켜 세웠으며, 현재는 법당인 대웅전(대웅보전)을 비롯해 국성재, 요사채 등 건
물 5동과 옛 건물터 유적, 세존사리탑 등을 지니고 있다.
이곳은 속세와도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한라산 중턱 높은 곳에 자리해 있어
아랫 세상과 공기부터가 확연히 틀리다. 청정한 공기에 시원한 산내음은 속세에서 툭하면 오염되고
상처받는 마음과 오감을 정화시켜주기 충분하며, 제주도는 겨울에도 따스한 곳이지만 이곳만큼은
겨울이다. (그래도 서울, 수도권, 강원도, 충청도보다는 따스함)
이곳의 인지도는 많이 낮은 편이라 찾는 이는 별로 없다. 내가 갔을 때는 사람은 거의 내가 유일했을
정도, 허나 한라산 중턱 이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유 공간으로 해방된 산길이며, 올라가는 길은 20
여 분 내외로 짧지만 한라산의 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사슴도 종종 눈에 띈다. (나는 사슴
2마리를 목격했음)
2. 존자암 세존사리탑
존자암에서 가장 하늘과 가까운 곳이자 경내 뒷쪽 구석에 이곳의 유일한 늙은 석물인 세존사리탑이
있다. 그는 현무암으로 만든 석종 모양의 부도탑으로 높이는 1.9m이며, 바닥돌과 기단석, 탑신석, 머
리장식을 지니고 있다.
이 부도탑은 1993년 존자암터 1차 조사 때 건진 것으로 바닥돌은 돌 여러 개를 이용해 팔각으로 만들
었으며, 기단석은 원형으로 높게 다졌다. 그리고 윗면에는 탑신석을 올려 원형의 사리공을 마련했다.
탑신석은 원형에 가까우며, 옥개석은 처마가 두터운 구형이고, 연꽃 모양의 보주를 조각했다.
이 부도탑을 여기서는 세존사리탑이라 부르고 있는데, 이 탑에 석가여래의 진신사리가 들어있는 것
은 아니다. 누구의 탑인지는 한라산 산신도 모르는 실정이나 고려 후기~조선 초기 부도탑과 비슷한
형태라 그냥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대략 고려나 조선 초기 것으로 여겨지며, 제주도에서 가장 늙은 부도탑이자 천하에서 가장 오래된 늙
은 현무암 부도탑이며, 옥개석과 보주를 하나의 돌로 조각한 특징이 있는 개성 만점의 부도탑이다.
3. 세존사리탑에서 바라본 존자암 경내와 한라산의 첩첩한 산주름
4. 고색의 기운이 역력한 세존사리탑의 위엄
바닥돌과 기단부, 탑신, 옥개석, 머리장식을 지닌 탑으로 머리장식 부분은 마치 모자를 쓴 것 같다.
5. 세존사리탑의 옆모습
지의류인 이끼가 사리탑 윗도리와 아랫도리에 뿌리를 내리며 적지 않게 그의 신세를 지고 있다.
6. 거친 현무암 피부를 지닌 세존사리탑
7. 남쪽을 바라보고 선 세존사리탑
존자암에 왔다면 이 부도탑을 꼭 봐야 된다. 그는 여기서 50% 이상 먹고 들어가는 존재로 개성 만점
의 늙은 부도탑이라 국가 지정문화재의 자격은 차고도 넘친다.
8. 존자암 경내에서 세존사리탑으로 인도하는 계단길
계단길은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계단 뿐만 아니라 존자암터 유적, 그리고 현재 존자암 건물을 받
치고 있는 건물의 주춧돌까지 모두 현무암이다.
9. 옛 존자암의 건물 주춧돌
존자암터에서는 5개의 건물터가 확인되었는데, 그중의 하나이다. 이들 현무암 주춧돌은 어떤 건물을
받치고 있었을까? 지금은 받쳐들 건물을 상실한 채, 막연히 하늘을 이고 있다.
10. 존자암 범종각
경내 동쪽 계곡에 자리한 범종각은 2005년에 마련된 범종을 머금고 있다. 절은 비록 작지만 법당에 늙
은 부도탑, 그리고 범종까지 기본적인 것들은 거진 갖추고 있다.
11. 범종각 옆을 흐르는 작은 계곡
한라산 서쪽 자락에 솟은 볼음오름이 빚은 계곡으로 존자암을 거쳐 1,100고지로 흘러간다. 한라산에
도 계곡들이 많이 깃들여져 있으나 수분을 쪽쪽 빨아들이는 현무암 계곡들이라 물이 진득하게 모이
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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