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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의 한복판, 강원도 양구 나들이
팔랑폭포 (팔랑계곡) '
팔랑폭포
▲  팔랑폭포 팔랑소

 

 

 


 

겨울 제국(帝國)의 한복판인 12월의 어느 평화로운 날, 강원도의 첩첩한 산골이자 한반
도의 배꼽을 자처하는 양구(楊口) 고을을 찾았다.

간만에 인연을 지은 양구에 이르러 제일 먼저 읍내 북쪽에 자리한 양구선사박물관과 파
로호 습지를 둘러보았다. 그런 다음 다시 읍내로 나와 어디로 갈까 궁리를 하다가 동면
에 있는 팔랑폭포가 격하게 땡겨 그곳으로 길을 잡았다.
양구시외터미널 군내버스 정류장에서 차 시간을 점검하니 고맙게도 10분 뒤에 팔랑리로
가는 버스가 있고, 더 고마운 것은 그 버스가 팔랑폭포 앞까지 들어가는 차였다. (폭포
앞 경유 팔랑1리 목장까지는 1일 4회 운행)

드디어 팔랑리로 가는 군내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와 활짝 입을 연다. 그곳까지 버스비가
생각 외로 높았지만 나에게 꿩 대신 닭을 고를 권한은 없는지라 그 돈을 내고 승차했다.
게다가 폭포 앞까지 들어가주는 버스라 나에게는 좋은 셈, 다만 그 거리만큼 구간 요금
이 다소 증가했다.

버스는 10명의 사람을 싣고 읍내에 외마디 부릉소리를 남기며 구불구불 국도를 따라 동
면 지역으로 넘어갔다. 그날은 오전부터 약하게 비가 내렸는데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더
니만 충분히 쉬었는지 다시 비를 대지에 떨구며 양구의 산하를 촉촉히 어루만진다.
근심 어린 눈으로 차창 밖을 지켜보는 동안 버스는 남면(南面)을 지나 후곡약수터 입구
를 거쳐 30분 만에 동면 중심지인 임당리에 이른다. 여기서 여러 군부대를 지나 팔랑리
종점에서 해안분지(해안펀치볼)로 가는 길(453번 지방도)을 버리고 동남쪽 산골로 방향
을 틀어 3분 정도 올라가더니 뚝 멈춰선다. 여기가 바로 팔랑폭포 앞이었다.

운전사는 왜 하필이면 비오는 날에 왔냐며 한마디 건넨다. 그래서 적당한 답을 주니 폭
포는 높이가 낮고 볼품이 없다며 잘못 왔다고 그런다. 허나 그것은 내가 판단할 일이라
답은 안하고 대신 나가는 차 시간을 물어보니 약 20분 뒤(14:20분)에 있고 그 다음은 3
시간 뒤(17:40)에 있다고 한다. 허나 팔랑리(곰취 정류장)로 나오면 40분 간격으로 차
가 있으니 나와서 탈 것을 권했다.
고마움을 표하며 차에서 내리려고 하니 운전사가 비맞고 댕기지 말라며 자신이 쓰던 우
산을 흔쾌히 건네주었다. 아직까지 서려있는 시골의 넉넉한 인심에 무한 감동을 먹으며
운전사에게 깊이 감사를 표했다.

차에서 내리니 바로 팔랑정(八郞亭)이란 4각형 정자와 기품이 보이는 소나무가 나를 반
긴다. 여기서 조금만 가면 되겠구나 싶어 발을 떼기가 무섭게 우렁찬 물소리가 나의 귀
를 때려댄다. '아니 벌써 폭포인가? 이러면 재미없는데' 싶어서 소나무 아래 쪽을 살펴
보니 그 안쪽 계곡에 팔랑폭포가 숨어서 울고 있었다.


 

♠  오래된 소나무와 암벽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 경승지
~ 팔랑폭포(八郞瀑布)

팔랑폭포가 있는 팔랑리는 임당리와 더불어 동면의 중심격 마을이다. 조선시대에 함경도에 살
던 이학장()이란 도사()가 남쪽으로 내려와 팔랑리에 터를 일구고 살았는데, 그에게
는 유방이 무려 넷이나 달린 아내가 있었다. 그들은 4명의 쌍둥이를 낳았고, 몇 년 뒤 다시 네
쌍둥이를 낳았다고 하며, 이들 여덟 쌍둥이는 휼륭하게 성장하여 벼슬까지 했다. 그런 연유로
팔랑리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팔랑의 랑(郞)은 사내를 뜻함)

팔랑1리 구석진 곳에 둥지를 툰 팔랑폭포는 폭포치고는 높이가 별로 높지는 않다. 허나 수량이
풍부하고 암벽 사이로 옥계수를 장쾌하게 쏟아내는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시원스레 해준다.
폭포 아래로 옥계수가 모이고 모여 이루어진 팔랑소(八郞沼)는 신선(神仙) 형님과 선녀 누님이
놀다간 곳이라 전하며 그에 걸맞게 청정함을 유감없이 뽐낸다. 사방은 암벽으로 둘러싸여 신비
로운 분위기까지 더한다.
그런 폭포와 팔랑소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선 소나무는 무려 300년의 세월을 먹은 오래된 나무
로 높이 18m, 밑동 둘레가 3.2m에 이른다. 이곳을 찾은 시인묵객들이 걸음을 멈춰 나무에 고된
몸을 기대며 시를 지었다고 전하며, 마을 사람들은 그를 신목(神木)이나 당산나무, 당산 할머
니라 부르며 마을의 수호신으로 애지중지하고 있다.

폭포를 빚어낸 계곡은 팔랑계곡이라 불리며, 양구 곰취축제의 현장으로 이름을 날렸으나 2015
년부터는 양구읍내 레포츠공원에서 축제를 벌이고 있어 다소 한가해졌다.
양구 지역의 대표적인 명소로 한적한 산주름 속에 은둔해 있어 여름에는 피서객으로 홍수를 이
루며, 잠시 속세를 등지며 폭포를 벗삼아 지내고 싶은 곳이다.


▲  좌우로 볼록한 팔랑정(八郞亭)
정자라기보다는 조촐한 동네 사랑방 같다. 추녀에는 특이하게 풍경이 달려있어
은은한 풍경소리를 자아낸다.

▲  폭포를 바라보며 서 있는 수려한 소나무
팔랑폭포의 영원한 동반자로 300년의 장대한 세월을 양분으로 삼아 한 그루의
의연하고 아름다운 소나무로 자라났다.

  폭포 쪽에서 바라본 소나무
신령이 깃들여진 듯, 그 자태가 예사롭지
 않다.

  윗쪽에서 바라본 팔랑폭포와 팔랑소
겨울 제국이 폭포를 시샘하여 씌워놓은
얼음이 일부 남아있다.


▲  겨울비의 희롱을 받으며 장쾌하게 쏟아지는 팔랑폭포
폭포로의 접근은 안전상 통제되어 있다. 물론 요령껏 들어가면 되겠지만 겨울에는
다소 위험하므로 안전한 곳에서 폭포를 감상하기 바란다. 괜히 내려가봐야
폭포를 괴롭히고 자기 자신을 학대하는 것 밖에는 되지 않는다.

▲  소나무 부근에서 바라본 팔랑소
성하(盛夏)에 한복판에 왔더라면 그대로 풍덩했을지도 모른다. 소(沼)가 다소
움푹한 곳에 들어있어 폭포 위에 있는 다리나 아래쪽 다리에서는 완전히
보이지 않으며, 소나무가 있는 곳에서만 온전하게 바라보인다.

▲  폭포 윗쪽에서 바라본 팔랑소
이곳은 혹 하늘로의 승천을 꿈꾸던 용이 열심히 몸을 풀던 곳은 아닐까?

▲  겨울에 잠긴 폭포 위쪽 계곡
얼어 붙은 채 한없이 잠들어 있던 저 계곡도 소쩍새가 울때 쯤이면
기지개를 켤 것이다.

▲  폭포 아래쪽 계곡
봄을 숨죽여 잉태하며 제국의 시련을 견디고 있는 앙상한 나무들이
계곡을 거울 삼아 초췌해진 그들의 매무새를 바라본다.

▲  저 암벽 안쪽에 팔랑폭포가 숨어 있다.

▲  황량함과 적막함만이 감싸고 도는 팔랑계곡 산책로

▲  겨울 휴식에 잠긴 팔랑1리의 산야(山野)
그들이 혹 달콤한 잠에서 깰까봐 발자국 소리를 최대한 죽여가며 속세로 나온다.
아직 15시 밖에 안된 시간이지만 흐린 날씨로 인해 마치 해질녘 모습 같다.


※ 팔랑폭포 찾아가기 (2016년 6월 기준)
* 동서울터미널에서 양구행 직행버스가 20~60분 간격으로 떠난다.
* 춘천과 홍천에서 양구행 직행버스가 30~60분 간격으로 떠난다.
* 양구터미널을 나와서 길 건너 오른쪽에 군내버스 정류장이 있다. 거기서 팔랑리 방면 군내버
  스가 40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그중에서 폭포를 경유하여 목장(팔랑1리)까지 가는 버스가 1
  일 4회 있다. (양구 기점 출발 8시50분, 13시30분, 16시50분, 19시30분)
* 목장행을 탔을 경우 팔랑폭포에서 내리면 바로 폭포이며, 팔랑리와 해안행 버스를 탔을 경우
  는 곰취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도보 20분
* 승용차편 (폭포 부근에 주차장 있음)
① 서울 → 서울양양고속도로 → 동홍천나들목을 나와서 인제 방면 → 신남교차로에서 신남 방
   면 → 신남3거리에서 좌회전 → 용하3거리에서 우회전 → 가오작리 → 동면 → 팔랑리 →
   팔랑폭포

* 폭포 주변에 민박집과 펜션이 여러 채 있다.
* 소재지 - 강원도 양구군 동면 팔랑1리


 


겨울비가 오는 촉촉한 날의 문을 두드린 팔랑폭포, 안개가 아련하게 폭포와 소나무 주변
을 감싸고 있으니 오늘이 아마도 신선과 선녀의 폭포 방문 날인 모양이다. 맑은 날과 휴
일에는 인간들로 가득해 오기가 그러니 비가 오고 한가로운 평일을 골라 이곳을 살짝 다
녀가는 모양이다. 나도 그들 틈에 끼어 놀고 싶은 마음 가득하지만 인간이 어찌 눈에 보
이지도 않는 그들과 놀 수 있겠는가?
겨울 제국에 무한으로 잠긴 채, 내년에 다가올 봄을 잉태한 폭포와 계곡, 팔랑리의 풍경
을 뒤로하며, 다시 속세로 나온다. 시간과 여건이 된다면 부근에 있는 팔랑민속관과 독
립지사 동창률(董昌律) 선생의 묘역도 가보고 싶었으나 비도 계속 오고 슬슬 저물어 갈
시간이라 쿨하게 발을 돌렸다.

폭포에서 팔랑리 곰취 정류장까지는 1.3km 정도로 걷기에는 그리 무리는 없다. 종점 주
변은 민가와 키 작은 2~3층 건물이 여럿 형성되어 있고 마을 주변에는 군부대가 가득해
이곳이 어쩔 수 없는 전방 임을 느끼게 한다. 어여 이북(以北)을 회복해야 외로운 전방
신세를 면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이북도 속히 찾아야 되고 주변 나라에 빼앗긴 그 엄청
난 실지(失地)도 모두 회복하여 우리의 경계를 다시 정해야 되거늘, 이북은 커녕 바다
건너 대마도(對馬島)도 못건지고 있으니 참으로 기약이 없다.

팔랑리에서 군내버스를 타고 다시 양구읍내로 돌아오니 시간은 어느덧 16시, 햇님도 퇴
근 직전이라 더 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없어서 미련 없이 시외터미널에서 춘천행 직행버
스를 타고 나의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렇게 하여 한반도의 정중앙 양구 겨울 나들이는 대단원의 막을 고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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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개일 - 2016년 6월 20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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