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뒷쪽이자 북악산 산주름 속에 푹 숨겨진 늙은 절터, 북악산 법흥사터 (추정 연굴사터) ②

 

1. 북악산 법흥사터

북악산(백악산) 동쪽 자락이자 청운대 동쪽 밑에는 법흥사터라 불리는 비밀의 절터가 깃들여져

있다. 이곳은 삼청안내소에서 삼청휴게소 군부대수영장터를 거쳐 청운대안내소, 북악산 주능선

으로 이어지는 길목으로 절터와 석축이 남아있는데, 절터 중심부에는 연꽃무늬가 새겨진 돌덩어

리들이 많이 남아있다.

 

이곳은 북악산(백악산)의 깊은 산주름 속으로 경복궁과 서울 도심의 뒷통수에 해당되는 곳이다.

도심에서 아주 가까운 곳임에도 어느 세월이 빡빡 지워버렸는지 절터의 역사에 대해서는 전하는

것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다만 신라 진평왕 시절에 나옹이 창건했다고 하는데, 그 시절 신라는 왕경(도읍)에만 절이 조금씩

들어서던 시절이라 신빙성은 많이 떨어진다. 하여 절이 우후죽순 들어섰던 신라 후기나 고려 때

창건된 것으로 보이며, 세조 때 연굴사 동쪽(삼청터널 주변)에서 호랑이를 사냥했다는 기록이 있

어 법흥사가 아닌 연굴사로 보기도 한다.

 

연굴사(演窟寺)는 인왕사, 흥천사, 경천사와 함께 한양도성 내에 있던 절로 그 외에 복세암, 금강

굴 등의 작은 암자도 있었다. 조선 10대 군주인 연산군은 왕권 강화 및 궁궐 주변 정화 차원에서

궁궐과 담장을 마주한 집과 궁궐이 바라보이는 높은 곳에 자리한 집과 절을 부셔버렸는데, 흔히

그냥 부시고 내쫓은 것으로 알고 있으나 상당수는 적당히 돈을 치루거나 다른 곳에 거처를 마련

해 주었다.

연굴사는 인왕사, 복세암, 금강굴과 함께 연산군 말년인 1503년에 철거되었으며, 이후 터만 전하

다가 20세기 이후에 중건되어 법흥사라 했다. 1955년 청오가 절을 증축했으며,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했으나 1968년 1.21사태로 북악산 일대가 금지된 산으로 묶이면서 절 또한 그 구역에 강제로

잡히게 되었다. 하여 사람들의 출입이 금지되었고, 결국 절은 문을 닫고 말았다.

그렇게 금지된 곳에 묻혀 한세월을 보내다가 2020년 4월 삼청동 코스가 해방되면서 다시 자유의

공간이 되었다. 물론 완전한 자유의 공간은 아니다.

 

절터 중심부에는 연꽃무늬가 새겨진 돌덩어리들이 꽤 있는데, 이들은 늙은 존재가 아닌 1960년대

절에서 마련한 것들이다. 그들을 활용도 하지 못한 채, 절이 금지된 곳에 묶이면서 저렇게 버려지

게 된 것이다.

 

2. 법흥사터 석축

가파른 경사면에 석축을 높이 다지고 그 위에 절 건물을 올렸다. 석축은 조선 것과 20세기 것이 섞인

것으로 이곳에는 법당과 요사 등 여러 건물이 있었다.

 

3. 자연에 묻힌 법흥사터 남쪽 석축

 

4. 법흥사터 남쪽 석축과 그 앞에 세워진 법흥사터 안내문

 

5. 법흥사터 석축 밑을 지나는 탐방로

 

6. 대자연과 세월에 의해 크게 헝클어진 법흥사터

 

7. 법흥사터 주변에서 만난 순백 벚꽃 (이때가 4월이었음)

 

8. 법흥사터에서 청운대전망대로 올라가는 각박한 계단길

법흥사터를 둘러보고 삼청안내소로 내려가려고 했으나 지금 내려가기에는 햇님의 퇴근시간이 한참

이나 남아서 촛대바위와 숙정문을 복습하고자 다시 청운대전망대 방향으로 올라갔다. 법흥사터에서

북악산 주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은 각박한 경사라 그 각박함을 조금이나마 덜고자 나무데크 계단길을

쭉 깔아두었다.

 

9. 소나무로 가득한 청운대전망대 북쪽 탐방로

 

10. 청운대전망대 북쪽 탐방로에서 바라본 북악산(백악산)의 너른 산주름과 서울의 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