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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한복판에 자리한 110년 묵은 늙은 교회, 승동교회 (3.1독립운동기념터, 이율곡선생집터)
도봉산고양이 2024. 10. 18. 10:30
1. 인사동 승동교회
승동교회는 정동교회와 더불어 서울 장안에서 가장 늙은 측에 속하는 교회이다. 내 즐겨찾기의 일
원인 인사동 한복판에 버젓히 자리해 있고 그의 존재도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그의 존재감을 계속
무관심으로 흘려버렸다. 내가 무지 좋아하는 늙은 문화유산임에도 말이다. 그러다가 어느 해 가을
에 비로소 첫 인연을 지었고, 이후로도 여러 번 발걸음을 했다.
이 교회는 1893년 미국 선교사인 새뮤얼 무어 목사가 설립한 것으로 처음에는 한옥에 교회를 차렸
다. 그러다가 1910년에 새 교회당을 짓기 시작해 1912년에 완성을 보았으니 그것이 현재 승동교회
가 되겠다.
110년 이상 묵은 늙은 교회로 서울 장안에는 그만큼의 역사를 가진 교회가 여럿 있지만 대부분 기존
건물을 부셔버리고 새로 지었다. 그래서 오래된 건물을 유지하는 교회는 정동교회와 승동교회 정도
이다. (천주교와 성공회 계통의 성당은 제외)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로 왜정 시절 개신교 교회당의 대표적인 건물인데, 교회 1층 방들의 벽이 2
층의 넓은 예배실 공간과 바닥을 받쳐주는 벽돌조 건축의 전형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1919년 3.1운동 시절 전국의 학생 대표들이 이곳에 모여 태극기와 독립선언문을 나눠주고 만세운동
을 전개했으며, 우리나라 교회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종교적 행사가 많이
열렸다. 교회 건물이 늙어감에 따라 꾸준히 수리, 증축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건물 외벽에 구조적 결
함이 생겼다. 그래서 외관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철골로 보강했다.
건물 벽체와 창호 주변, 지붕과 바닥틀 등은 20세기 초 서양식 건축기술의 정착 과정을 알려주는 귀
중한 자료로 평가를 받아 서울 지방문화재의 지위를 받았다.
2. 동쪽에서 바라본 붉은 피부의 승동교회
3. 승동교회 그늘에 세워진 3.1독립운동 기념터 표석
1919년 2월 20일 승동교회 면려청년회장으로 있던 연희전문학교 학생 김원벽을 비롯한 여러 전문학
교 학생대표들이 승동교회 1층 밀실에 모여 독립만세운동을 준비하고자 제1회 학생지도자회의를 열
었다.
허나 독립만세운동이 전국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면서 승동교회 학생지도자들이 작성한 독립선언서를
2월23일에 소각했으며, 2월 28일 제4회 학생지도자회의를 가져 학생 조직 동원을 최종 점검하고 독
립선언서 배포를 위한 업무를 분담하여 다음날(3월 1일) 탑골공원 만세운동시위를 준비했다.
이후 승동교회의 차상진 담임목사는 '십이인등의 장서'를 조선총독에게 보냈는데, 그로 인해 투옥당
했다. 그 사건으로 승동교회는 왜정으로부터 심한 수색을 당하는 등 많은 고통을 당했으며, 1922년
이곳에서 조선여자기독교청년회가 설립되어 여성들의 사회 참여를 장려하였다.
4. 남쪽에서 바라본 승동교회
여러 번의 보수와 증축을 통해 교회의 겉모습은 다소 젊어졌다. 110년이 아닌 20년 남짓 묵은 교회처
럼 말이다. 허나 겉모습이 그렇지 속살은 고색의 기운이 많이 남아있다. (교회 내부는 살피지 않았음)
5. 이율곡선생 살던 집터 표석
승동교회 북쪽 구석에는 이율곡집터 표석이 누워있다. 율곡 이이(1536~1584)의 집이 이곳에 있었는
데, 그 시절 이곳 지명이 절골이었다. 절골이란 이름은 동쪽에 있는 원각사터(현재 탑골공원)에서 비
롯되었다.
6. 승동교회 종탑
견고한 무쇠덩어리로 이루어진 종탑 꼭대기에 작은 종이 걸려있다. 지금은 꽤 한가한 모습이지만 왕
년에는 승동교회 사람들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렸던 위엄 돋는 종이었다. 즉 예배시간과 식사시간,
예배종료시간, 그 외에 여러 시간을 교회 사람들에게 알렸다.
7. 남쪽에서 바라본 승동교회의 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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