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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서울관) 뜨락에 있는 늙은 수목, 소격동 비술나무 (종친부터)
도봉산고양이 2024. 10. 23. 01:00
1. 소격동 비술나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서울관) 서쪽에는 비술나무 3형제가 나란히 자리해 일품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비술나무란 존재가 꽤 생소한데, 그는 느릅나무과의 큰키나무로 우리나라와 우리의 옛 땅
인 중원대륙과 몽골, 연해주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주로 중부 이북의 평지와
하천 주변에 분포하고 있는데, 지리산 등 남부지역에서도 드물게 자란다.
(영어식 학명은 'Ulmuspumila L.)
추위와 공해에 강한 내성을 가지고 있어 가로수와 녹음수, 공원수로 드물게 쓰이며, 경북 영양군
주남리의 비술나무 숲이 '영양 주사골 시무나무와 비술나무숲'이란 이름으로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3~4월에 잎이 나기 전에 양성화가 피며, 열매는 5~6월에 익는데, 잘 자란 나무는 높이 20m, 둘
레 2m까지 성장한다. 음지나 양지에서 모두 잘 자라며, 토심이 깊고 배수가 양호한 사질양토에
서 생육하지만 건조에는 약하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느릅나무과 식물들 중에서 잎이 가장 작은 편에 속하며, 잎 뒷면에 털이
없다. 또 나무껍질은 느릅나무와 달리 세로로 깊게 갈라지며, 어린 가지가 아주 많은 특징을 가
진다. 늦가을에 잎이 떨어지고 나면 가지가 회백색으로 변하며, 회백색이 된 가지는 약효가 있어
한방에서 통증, 대소변불통 등의 치료제로 쓰인다. 그리고 수피 및 근피는 유백피, 잎은 유엽, 꽃
은 유화라 하여 약용으로 쓰인다.
유백피는 보통 나무껍질을 벗기고 속껍질을 잘 말린 뒤 달여 복용하는데, 이수, 소종, 통림에 효
능이 있으며, 유엽은 석림을 치료하는데 쓰이고, 유화는 소아의 간질, 소변불리, 상열 치료제로도
쓰인다. 비술나무의 어린잎은 국으로 끓여 먹기도 한다. 목재는 건축재나 가구재, 선박재 등으로
이용된다. (비술나무는 함경북도 방언으로 다른 이름은 비슬나무임)
이곳 비술나무 3형제는 서로가 너무 붙어있어 애정이 돈독한 형제처럼 보이는데, 1996년 8월 16
일에 모두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되었다. 그때 추정 나이가 150년이라고 하니 지금은 180년 정도
된다. 높이는 각각 17m, 18m, 19m, 나무둘레는 각각 190cm, 240cm, 210cm으로 옛날 이곳에
있었던 종친부 관아의 정자나무 용으로 심어진 듯 싶다.
2. 동남쪽에서 바라본 소격동 비술나무
비술나무 형제들은 서로 붙어있다 보니 북쪽과 남쪽에서 보면 한 그루처럼 보이고 약간 비껴서 보면
3그루로 보인다.
3. 북쪽에서 바라본 소격동 비술나무
4. 서남쪽에서 바라본 소격동 비술나무
비술나무의 그늘은 처음에는 조선 왕실의 왕족 종친들을 관리하던 종친부 관청에서 처음 누렸다. 그
러다가 고약했던 왜정 시절 왜정이 종친부를 박살내면서 겨우 경근당과 옥첩당만 남았으며, 이후 국
군병원(기무사)이 들어서면서 그들이 이곳의 그늘을 독점했다.
기무사 시절에는 이 나무는 물론 종친부터 일대가 금지된 구역에 묶이면서 아무나 발을 들일 수가 없
었으며, 전두환 시절에는 그나마 터를 지키던 경근당과 옥첩당을 정독도서관으로 내쫓고 그 자리에
테니스장을 닦았다. 이후 기무사가 다른 곳으로 가면서 이곳은 비로소 천하에 해방되었으며, 극소수
만 누리던 비술나무의 그늘맛은 이제 이곳을 찾은 모든 사람들이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시간
은 많이도 흘렀고, 세상도 여러 번 엎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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