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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훈동 회화나무

온갖 키다리 건물로 즐비한 서울 도심의 한복판 종로구 관훈동, 그 관훈동 192-18번지에 400년 묵

은 늙은 회화나무 1그루가 교묘하게 숨바꼭질을 벌이고 있다.

그 나무가 있는 곳은 SK건설빌딩 동쪽으로 그 동쪽 구석에 조그만 공원이 있는데, 그 공원에 회화

나무가 자리해 일품 그늘을 드리운다. 서울 지리에 정통하고 서울에 안가본 곳이 거의 없다고 자부

하는 본인이지만 우연한 그의 발견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즐겨찾기로 자주 찾는 종

로와 인사동 옆, 그것도 서울 도심부에 이런 구석이 있었다니 말이다.

나무 서쪽에 SK건설빌딩이 높이 솟아있고 북쪽과 동쪽, 남쪽에도 키다리 건물이 자리해 그를 완전

히 포위하고 있다. 특히 서쪽과 남쪽 건물은 회화나무보다 훨씬 커서 오히려 그들의 그늘 신세를 받

는다. 그러다 보니 회화나무 주변은 늘 그늘로 덮여있다.

 

이 회화나무는 추정 나이 400여 년, 높이 20m, 둘레 3m에 큰 덩치를 지녔다. 이렇게 오래된 나무

임에도 그 흔한 보호수 등급도 받지 못했는데, 나무 밑도리에는 난쟁이 반바지 접은 것보다 작은 키

작은 돌난간이 둘러져 나무를 지킨다. 하지만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나무 그늘에서 담배를 많이

피워대서 나무 주변은 담배 냄새가 늘 지독하게 배여있다. 하여 늙은 나무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금

연 장소로 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16세기에 율곡 이이의 집이 이곳에 있었다고 한다. 승동교회 자리에도 그의 집이 있어서 그곳에 그

의 집터를 알리는 표석이 있는데, 이곳과 승동교회는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다. 하여 두 곳 모두 이

이의 집이었는지 아니면 하나가 거짓인지는 잘 모르겠다.

조선왕조실록에서는 나무가 있는 자리를 '독녀혈'이라 하였는데, 독녀혈은 과부가 많이 나오는 '과부

골'을 뜻한다. 과부혈은 그렇게 좋은 자리는 아니지만 이율곡 같은 큰 인물이나 공공건물, 큰 회사의

빌딩에게는 아주 좋은 자리라고 한다.

 

2. 키다리 건물들 사이에서 정정함을 잃지 않은 관훈동 회화나무

이 나무는 막다른 곳이라 SK건설빌딩이 있는 서쪽에서만 접근해야 된다. 서울 도심에 별로 없는 400

년 이상 묵은 나무로 보호수 등급으로 지정해 적극 보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오늘도 도시인들의 담

배 냄새로 고통받고 있는 관훈동 회화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