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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한산 문수사 (문수사 문수굴)

북한산성 대남문을 나와서 서남쪽 길로 3~4분 정도 내려가면 해발 640m 고지에 둥지를 문수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문수사는 문수봉 밑에 자리한 산사로 서울에서 가장 하늘과 가까운 절이다. 북한산(삼각산)에 안긴

절 가운데 가장 조망과 경관이 일품으로 경내에 있는 문수굴은 예로부터 영험 있는 기도처로 명성

이 자자했다.

 

이 절은 1109년에 탄연이 창건했다고 전한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기암괴석과 경관, 그리고 자연

산 동굴(현재 문수굴)에 퐁당 반해 절을 세우고, 문수암이라 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이를 입증할

기록과 유물은 없는 실정이다. 다만 13세기에 이장용이 이곳을 찾아와 시를 지었다고 하니 적어도

12~13세기에 법등을 켰던 모양이다. 1451년 문종의 딸인 연창공주가 중창했다고 하며, 이후로도

여러 번의 중수를 거쳤다고 하나 관련 기록은 없다.

 

1921년 삼성각과 오백나한전을 중수했으며, 6.25전쟁 때 절이 파괴된 것을 1957년 신수가 중건했

다. 1983년에 주지 혜정이 삼성각과 나한전을 개축했으며, 2002년에 대웅전과 응진전, 요사 등을

새로 건립하여 지금에 이른다.

절 인근에 진흥왕순수비가 있던 그 유명한 비봉이 있다. 지금 순수비는 건강 때문에 국립중앙박물

관에 가 있지만 그 비석에 '한성(漢城)을 지나 고개를 올라..(중략) 한 도인(道人)이 석굴에 있는 것

을 보았다'는 내용이 있어 그 석굴을 문수굴로 보는 아주 짧은 견해도 있다. 하지만 그 한성이 이곳

인지도 100% 확실하지 않다.

 

절이 너무 높은 곳에 자리해 있어 오르기는 힘들지만 조망이 국보급이라 문인들이 많이 찾아와 시

를 짓고 풍류를 즐겼는데, 고려 중기 때 이장용(1201~1272)을 비롯해 최립(1539~1612), 홍세태

(1653~1725) 등이 이곳을거쳐갔다. 또한 이승만 대통령의 어머니가 황해도 평산에서 이곳까지 찾

아와 문수굴에 봉안된 오백나한에게 치성을 올려 이승만을 낳았다고 한다. 그 인연으로 이승만이

무지하게 늙은 80 고령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올라와 '문수사' 현판을 남겼으며, 당시 승려와 찍었

던 흑백사진도 아련히 절에 남아있다.

 

경내에는 대웅전과 삼성각, 응진전, 요사 등 4~5동의 건물이 있으며, 위치가 가파른 곳이라 사세

확장도 어렵다. 대웅전 옆에는 문수사의 명물이자 지금의 문수사를 있게 한 문수굴이 있으며, 소

장문화유산은 아쉽게도 하나도 없다. 다만 대웅전에 봉안된 문수보살좌상이 명성황후가 시주한

것이라고 하니 그게 제일 오래된 것이며, 대웅전 석가여래상은 영왕(영친왕)이 봉안한 것이라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고색의 기운은 거의 증발했으나 대신 천하 제일의 조망과 주변경관을 품고 있어

그 아쉬움을 다소 달래준다.

 

2. 문수사 응진전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집으로 석가여래와 그의 열성제자인 16나한, 오백나한의 공간이다.

 

3. 문수사에서 바라본 보현봉의 위엄

보현봉과 문수사 뒷통수에 자리한 문수봉은 각각 보현보살과 문수보살을 뜻한다. 보현봉은 통제구역

으로 묶여 있어 산꾼의 발길을 금하고 있으나 문수봉은 북한산성 성곽길이 지나가는 곳이라 접근이

가능하다.

 

4. 문수사에서 바라본 천하

북한산(삼각산)은 내 즐겨찾기 뫼의 일원이나 문수사가 워낙 궁벽진 산주름 속에 있다 보니 찾은 횟수

는 거의 손에 꼽는다. 이번 방문도 거의 10년 만이다.

문수사는 조망만큼은 천하 일품으로 북한산(삼각산)의 서남쪽 산주름과 백련산, 안산, 서대문구, 마포

구, 은평구, 강서구, 양천구, 인천시, 부천시 지역이 흔쾌히 시야에 들어와 속세에서 늘 오염되고 상처

받느라 바쁜 두 안구와 마음을 제대로 정화시켜준다.

 

5. 문수사에서 바라본 문수봉의 바위암릉

문수사를 아랫도리에 품고 있는 문수봉은 해발 727m의 바위 봉우리이다. (대남문에서 문수봉 정상

까지 접근 가능)

 

6. 문수사 삼성각

문수사 경내에서 가장 하늘과 가까운 곳(해발 650m)에 삼성각이 자리해 천하를 굽어본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집으로 산신과 칠성, 독성 등 삼성이 봉안되어 있는데, 문수사에서 이곳이 가장

조망이 좋다.

 

7. 삼성각에서 바라본 잠룡봉과 보현봉 산줄기

 

8. 칠성 식구들이 담겨진 삼성각 칠성탱

 

9. 산신 가족들이 담겨진 삼성각 산신탱

 

10. 독성 할배 홀로 있는 삼성각 독성탱

 

11. 삼성각에서 바라본 천하

문수사 경내에서 불과 해발 10m 정도 올라왔을 뿐인데, 조망의 질이 조금은 좋아진 것 같다. 그래도

보이는 범위는 앞서 경내와 비슷하다.

 

12. 문수사 대웅전

문수사의 법당인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집이다. 경내에서 가장 큰 건물로 내부에는

고종의 황후인 명성황후 민씨가 시주하여 만든 문수보살좌상과 영친왕(고종의 아들)이 봉안한 석가여

래상이 봉안되어 있다. 비록 조선 왕실의 공식 원찰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관심과 지원을 왕실로부

터 받았다.

 

13. 팔작지붕을 펄럭이는 대웅전의 옆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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