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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엉또폭포, 고근산, 제주올레길7-1코스


' 서귀포 엉또폭포, 고근산 (제주올레길7-1코스) '

말라버린 엉또폭포

▲  말라버린 엉또폭포

제주올레길7-1코스 엉또로 고근산

▲  제주올레길7-1코스 엉또로

▲  고근산

 


차디찬 겨울 제국이 조금씩 빈틈을 보이던 2월의 한복판에 따사로운 남쪽 땅, 제주도(濟
州島)를 찾았다.

이번 제주도 나들이는 당일치기로 아주 짧고 굵게 진행을 했는데, 제주도는 당일로 가기
에는 너무 아쉬운 곳이라 보통 2~3일 이상은 잡고 갔었다. 하지만 비행기의 장점을 살려
아침 일찍 넘어가 저녁에 돌아오는 방식으로 당일치기가 가능하다. 하여 종종 평일을 틈
타 여러 번 당일치기로 그곳을 오갔다. (그만큼 이 땅이 무지하게 작다는 소리;;)

햇님이 등청하기 전에 도봉동(道峰洞) 집을 나서 시내버스와 공항전철로 김포국제공항으
로 이동했다. 우리집에서 김포공항까지는 비록 같은 서울 하늘 밑이나 완전 북쪽 끝에서
서쪽 끝이라 1시간 30분~50분 정도 걸린다.
공항에 이르러 탑승 수속을 마치고 여유롭게 대기하다가 6시 40분에 떠나는 비행기에 나
를 담아 천하에서 가장 작은 대륙인 제주도로 날려보낸다. 제주공항까지 활주로 방황 시
간을 포함해 60~65분, 김포공항 이륙 시간을 기준으로 50~55분 정도 걸린다.

제주도의 대표 관문인 제주국제공항은 늦겨울 평일임에도 관광객들로 늘 북새통이다. 그
런 인파를 뚫고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나와 제주시내버스 365번을 타고 신제주에 있는 한
라병원으로 이동했고, 거기서 제주시내버스 282번(제주버스터미널↔서귀포구터미널)으로
환승하여 평화로와 일주서로를 1시간 정도 내달려 하원동(河源洞)에서 두 발을 내렸다.

하원동에서 이날의 첫 메뉴인 법화사(法華寺)를 30분 정도 둘러보고 다음 메뉴인 엉또폭
포로 넘어갔는데, 그곳까지는 서귀포시내버스 655번(천제연폭포↔제주공천포 전지훈련센
터)이 거의 1시간 간격으로 오간다.
이럴 때는 버스어플(버스앱)의 도움이 거의 필수적이라 어플을 확인하니 버스가 곧 얼굴
을 들이밀 시간이다. 그것을 놓치면 60분이란 금쪽 같은 시간을 속절없이 죽여야 되기에
법화사를 콩 볶듯 뛰어나와 법화사사거리 정류장에서 간신히 잡아탔다.
그를 타고 중산간서로를 6분 정도 가다가 월산동에서 하차, 동쪽에 있는 월산동교차로에
서 북쪽으로 길을 건너 엉또폭포로 인도하는 월산로로 들어섰다.


♠  고근산 벼랑에 깃든 산속 폭포, 서귀포 엉또폭포

▲  말라버린 악근내(악근천)

시골길 분위기에 월산로로 들어서면 월산3교란 다리가 마중을 한다. 다리 밑에는 악근천(岳近
川, 악근내)이 흐르고 있는데, 그는 한라산(漢拏山) 남쪽 시오름에서 발원하여 엉또폭포를 거
쳐 남해바다로 흘러가는 9km의 짧은 하천이다.
제주도의 다른 하천과 마찬가지로 물을 모두 흡수하는 현무암 피부라 폭우가 아닌 이상은 거
의 메마른 모습으로 있는데, 중간중간에 물이 조금씩 모여있고, 하천 좌우로 숲이 무성한 곳
이 많으며 너른 반석(磐石)도 적지 않아 지역 피서지로 나름 바쁘게 살고 있다. 특히 엉또폭
포를 빚은 물줄기라 엉또폭포에서 이 하천과 다시 만난다.


▲  엉또폭포로 인도하는 월산로(제주올레길7-1코스)

제주올레길7-1코스는 서귀포시외터미널(서귀포신시가지)에서 서귀포시내에 자리한 제주올레여
행자센터까지 이어지는 15.7km의 내륙 올레길이다. 그 구간 중 월산동교차로에서 월산로와 엉
또폭포, 엉또로를 거쳐 고근산 정상부까지 이 올레길의 신세를 졌다.


▲  월산로(제주올레길7-1코스)

▲  월산로에서 만난 귤나무 농장

월산동교차로에서 엉또폭포까지는 제주도의 대표 토산물인 귤을 머금은 귤농장이 많다. 하여
남국(南國) 제주도의 정취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현무암으로 다진 제주도 스타일의 돌담
도 적지 않아 그들을 통해 내가 제주도에 들어와 있음을 크게 실감한다.


▲  귤농장에 한가득 쌓인 귤
저 주황색 존재들은 모두 귤(감귤)이며, 푸른색 존재들은 귤나무이다. (귤나무
뒤로 야자수도 보임) 겨울 제국의 영향력이 대단한 제주해협 북쪽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제주도만의 상큼하고 이국적인 풍경들.

▲  다시 만난 악근천 (엉또다리 서쪽)

▲  엉또폭포 방향 악근천 (엉또다리 동쪽)
현무암 피부의 주름진 반석이 도처에 펼쳐져 있고, 그 사이에 물이 살짝
모여있어 이곳이 하천이자 계곡임을 알려준다.

▲  엉또폭포입구 (제주올레길7-1코스)

엉또다리에 이르면 앞서 잠깐 스쳤던 악근천(악근내)과 다시 만난다. 이곳은 엉또폭포입구로
길은 2갈래로 갈리는데, 오른쪽(남쪽) 다리를 건너면 고근산이며 직진하면 엉또폭포이다. 제
주올레길7-1코스는 여기서 엉또폭포를 거쳐 가므로 양쪽 길을 모두 걸친다.


▲  엉또폭포 나무데크 숲길 (제주올레길7-1코스)
짙게 우거진 난대림 그늘을 지나 엉또폭포로 다가선다. 숲이 얼마나
삼삼한지 이곳만큼은 하늘이 내 키 정도로 푹 낮아진 기분이다.

▲  엉또폭포 전망대

엉또폭포 숲길의 끝에는 엉또폭포 전망대가 있다. 이곳은 이름 그대로 엉또폭포를 구경하는
곳인데, 폭포 접근은 통제되어 있어 마치 휴전선 너머의 금지된 땅을 대하듯 폭포를 바라봐
야 된다. (나무데크 숲길 너머도 통제구역)


▲  폭포인가. 벼랑인가. 무기력한 모습의 엉또폭포

어느 명소나 지역을 찾는다면 그곳에 대한 정보는 조금은 익히고 가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또한 그것이 그 명소나 지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엉또폭포와의
첫 인연은 전혀 그러지를 않고 폭포수가 콸콸 쏟아지는 장미빛 모습만 상상하며 무작정 들이
미는 결례를 범했다.
엉또폭포가 제주도의 국보급 폭포인 천제연폭포(天帝淵瀑布)와 천지연폭포, 정방폭포(正房瀑
布)에 못지 않은 명성을 누리고 있어서 찾은 것인데, 무작정 찾은 결과 물이 쏟아지는 그 흔
한 폭포는 온데간데 없고 메마른 높은 벼랑만 멀뚱히 서서 '어서와 엉또폭포는 처음이지?' 이
러고 있다.


▲  엉또폭포 서쪽 벼랑

이름도 재밌는 엉또폭포는 서귀포70경(景)의 일원으로 근래 속세에 크게 존재감을 드러낸 제
주도의 새내기 폭포이다. 폭포 이름의 '엉'은 작은 굴, '또'는 입구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으
로 이를 합치면 엉의 입구가 된다. 벼랑으로 이루어진 50m의 높은 폭포로 고근천이 이곳을 거
쳐가며, 주변이 난대림(暖帶林)으로 감싸여 남국의 정취를 진하게 풍긴다.
허나 현무암 피부의 폭포라 물이 진득하게 머물지를 못해 평소에는 물이 거의 없어 벼랑만 멀
뚱히 있다. 하여 그의 진면목을 보려면 비가 많이 내린(강우량 70mm 이상) 날과 그 직후에 찾
는 것이 좋다. 그러다 보니 폭포의 기능을 하는 날은 1년 중 며칠 되지 않으며, 대부분의 날
은 이렇게 무기력하게 있어 보기도 무척 까다롭다.

만약 나처럼 때를 잘못 맞춰서 얌전하게 있는 폭포를 보았다면 폭포 직전에 있는 엉또농원을
찾아보자. 이곳은 귤나무를 기르는 농원으로 농장 윗쪽에 있는 붉은 지붕의 집이 엉또농원의
중심 건물인데, 무인까페로 개방되어 간식거리와 믹스커피, 컵라면, 건강즙, 귤 등을 시중보
다 비싸게 팔고 있다. 계산은 현금이나 계좌이체를 하면 되며(카드는 안됨;;) 폭포가 잔뜩 흥
분한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아 모니터로 보여주고 있는데, 주변을 모두 집어삼킬 정도로 장대
한 모습과 우렁찬 굉음을 보이고 있다. 그것이 흔하게 만날 수 없는 엉또폭포의 진짜 모습이
다.


▲  엉또폭포 밑에 모인 푸른빛 물

폭포 밑에는 폭포를 타고 내려온 물이 가득 고여 있다. 여기서 자연산 수분은 이것 뿐으로 여
기서 보니 수심이 지구 속살까지 능히 닿을 정도로 제법 깊어 보여 은근 소름이 돋는다. 폭포
와 계곡은 접근이 통제되어 있어 이렇게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되며, 폭포 벼랑에는 국가
천연기념물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황조롱이 가족이 살고 있다고 하나 나는 만나지 못했다.


▲  자신의 정체를 숨기며 조용히 웅크린 엉또폭포

14세기 말, 몽골(원나라) 왕실은 패망을 앞두고 제주도 어딘가에 막대한 보물을 숨겼다고 하
는데 엉또폭포 주변이 그 장소로 의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13~14세기에 천하를 크게 뒤흔들었던 깡패 국가 몽골(원)은 고려를 힘겹게 누르고 고려의 영
역이었던 만주와 산동반도, 중원대륙의 많은 지역을 빼앗아 그들 땅에 넣었는데, (지방 관리
들이 고려 조정을 배신하고 몽골에 투항하면서 넘어간 땅이 많았음) 제주도도 그때 넘어갔다
고 한다. 하여 몽골은 제주도에 탐라총관부(耽羅摠管府)를 설치하여 목호(牧胡)를 파견해
1374년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다.

제주도 내륙에 펼쳐진 오름과 초지는 몽골초원과 비슷하게 생겨 말을 기르기에 좋았고, 추운
북쪽과 달리 따뜻한 곳이라 몽골 애들은 제주도에 퐁당퐁당 빠져들었다. 게다가 말기 현상을
보이던 몽골 왕실 또한 이곳에 크게 눈독을 들이면서 1367년 피난용 별궁을 짓기로 했다. 하
여 '고대비'를 공사 책임자로 삼아 목수와 건축자재, 공사비용을 보냈고 왕실의 황금과 비단,
온갖 귀중품을 제주도로 마구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몽골이 홍건적(紅巾賊) 패거리와 명나라에게 털려 북쪽으로 크게 밀려나면서 1369년 7
월 별궁 공사는 중단되었다고 한다. 그 궁궐의 위치는 하원동 법화사와 강정동 대궐터 사이로
추정된다고 하며, 보물을 숨겨둔 곳은 여러 곳이 의심되나 엉또폭포 주변이 강하게 의심을 받
고 있다. (법화사에서 이곳까지 4km 이내 거리임)
허나 엉또폭포 등 제주도에 그런 것들이 과연 묻혀있는지는 불투명한 실정이며, 너른 대륙을
차지하고 온갖 갑질을 벌인 몽골이 뭍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조그만 섬에 이렇게 공을 들였는
지도 심히 의문이다.


▲  엉또농원

엉또폭포 서쪽에는 귤이 무럭무럭 익어가는 엉또농원이 있다. 이곳은 엉또폭포를 세계4대 폭
포의 하나라며 격하게 찬양을 하고 있는데, 세계4대 폭포라는 것은 없다. 그저 엉또폭포에 대
한 대단한 애정과 자부심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세계3대 폭포라는 것은 있으나 그것은 눈
깔이 삔 양이(洋夷) 잡것들이 멋대로 정한 것이라 그냥 한 눈으로 보고 흘리면 그만임>

엉또농원에 들어있는 건물은 이곳에 작은 휴식처로 무인까페로 운영되고 있는데, 석가려(夕佳
廬)란 별칭도 지니고 있다. 석가려는 해질녘이 더 아름다운 오두막이란 뜻이다. 엉또폭포의
심심한 모습에 상심했다면 여기서 늘 틀어주는 엉또폭포의 흥분된 모습으로 대리만족을 하는
것도 괜찮다. (나는 그렇게 대리만족을 했음)

여기서 30분 정도 지친 몸을 쉬며 머물렀는데, 엉또폭포는 물론 이 주변에 사람은 하나도 없
었다. 그러다 보니 이곳은 잠시 나만의 보금자리이자 별장이 된 듯 무척 편했지. 이런 기회를
틈타 졸음이 슬쩍 다가와 나를 희롱하려고 드니 다시 정신을 차리고 길을 나섰다.
비록 때를 잘못 맞춰서 폭포의 반쪽 모습만 보고 말았지만 나중에 다시 인연이 닿는다면 그의
진짜 모습을 침침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다.

* 엉또폭포 소재지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강정동 5628


♠  제주올레길7-1코스를 따라 고근산으로

▲  제주올레길7-1코스 엉또로

엉또다리(엉또폭포입구)로 나와서 제주올레길7-1코스가 신세를 지는 엉또로를 따라 고근산으
로 이동했다.
엉또로 구간은 자연에 묻힌 산골마을길로 푸른 난대림이 가득 깃들여져 있는데, 귤농장과 전
원주택 스타일의 집들이 적당히 거리를 두며 자리해 있다. 올레길은 그런 엉또로를 500m 정도
가다가 편안한 포장길을 버리고 북쪽 산길로 빠지는데, 그 산길은 난대림 속을 거니는 숲길로
10분 정도 오르면 신월동로와 이어진다.


▲  엉또로에서 바라본 엉또폭포 주변
무성한 숲을 지닌 벼랑 안쪽에 앞서 인연을 지었던 엉또폭포가 숨어있다.

▲  푸른 숲과 키 작은 현무암 돌담이 펼쳐진 제주올레길7-1코스
엉또로~신월동로 사이 구간

▲  푸른 난대림 속을 지나는 제주올레길7-1코스
엉또로~신월동로 사이 구간 ①

▲  푸른 난대림 속을 지나는 제주올레길7-1코스
엉또로~신월동로 사이 구간 ②

▲  푸른 난대림 속을 지나는 제주올레길7-1코스
엉또로~신월동로 사이 구간 ③

▲  올레길에서 만난 현무암 돌담 (엉또로~신월동로 사이 구간)

제주도는 화산들의 놀이터였던 곳이라 그들이 빚은 현무암이 무지 많다. 하여 제주도 사람들
은 무한리필급으로 쌓여있는 그들을 집 담장, 경작지 경계, 목장 경계, 성곽 축성 등에 사용
했는데, 이곳에서 만난 돌담은 토지 경계용이나 목장용으로 여겨진다.


▲  누런 억새밭을 지나는 올레길 (엉또로~신월동로 사이 구간)

▲  제주올레길7-1코스 신월동로

신월동로는 엉또로와 비슷한 산골 숲길로 전원주택 스타일의 집들이 적당히 거리를 두며 자리
하고 있다. 신월동로에 들어선 제주올레길7-1코스는 이 길을 3~4분 정도 타다가 북쪽 오르막
길을 오른다.


▲  키다리 나무가 달달하게 숲길을 이루는
제주올레길7-1코스 신월동로

▲  제주올레길7-1코스 신월동로~고근산로 사이 산길
이 숲길을 5~6분 정도 오르면 고근산로가 나온다.

▲  늘씬한 나무들이 펼쳐진 제주올레길7-1코스 고근산로 ①

▲  늘씬한 나무들이 펼쳐진 제주올레길7-1코스 고근산로 ②

엉또폭포입구에서 포장길과 산길(흙길)을 여러 번씩 바꿔 타며 변덕을 부리던 제주올레길7-1
코스는 고근산로에 이르러 비로소 고근산 산길과 만난다. 이곳은 해발 280m로 여기서 고근산
산길을 따라 해발 110m만 오르면 바로 고근산 정상이다.
엉또폭포와 고근산이 조금은 떨어져 있어 별개의 존재로 보일 수 있으나 그곳 역시 고근산의
일원으로 거기서 올레길을 따라 고근산 서쪽 자락을 조금씩 조금씩 올라 이곳에 이른 것이다.


♠  서귀포신시가지 북쪽에 솟은 화산 출신의 작은 뫼
고근산(孤根山)

▲  고근산의 빽빽한 소나무(해송)숲

서귀포신시가지 북쪽에 솟은 고근산은 해발 393.7m(또는 396m)의 작은 뫼이다. 지금은 평화롭
고 상큼한 모습으로 누워있어 실감이 나지 않겠지만 화산들의 놀이터였던 제주도에 걸맞게 그
또한 화산 출신의 오름이다. 산 정상부에는 용암과 화산재를 내뿜던 원형 분화구의 흔적인 굼
부리가 있는데, 지금은 작은 초원 같은 모습으로 조용히 머물러 있다.

고근산이란 이름에 대해서는 서귀포 앞바다에 떠있는 범섬이 가까이에 보이는 마을이라 해서
호근리(虎近里)라 불렀고, 그 뒷산을 호근산이라 했다가 나중에 고근산이라 바뀌었다는 설이
있고, 마을 이름은 호근리이나 한자가 다른 호근리(好近里), 호근리(好根里)로 그 뒷산인 호
근산(好近山, 好根山)이 고근산이 되었다는 설, 근처에 산이 없이 홀로 솟아있어서 고근산(孤
根山)이라 했다는 설이 있다. 그밖에 고공산(古公山), 고근산(古近山), 고근산(固根山) 등의
여러 별칭이 있었다. <지금은 고근산(孤根山)임>

산에는 삼나무, 편백나무, 해송, 상수리나무, 밤나무 등이 두텁게 숲을 이루고 있는데, 특히
해송(소나무)과 편백이 많다. 정상 부근에는 예덕나무와 산철쭉 등이 자라고 있으며, 고근산
정상부의 분화구터(굼부리)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전설급 존재인 선문대할망이 한라산 정상부
를 베게로 삼고, 고근산 굼부리에 엉덩이를 얹어 앞바다 범섬에 다리를 걸쳐 물장구를 쳤다는
전설이 전하고 있다.
그리고 산 동남쪽 중턱의 머흔저리라는 곳에는 나라의 제왕(帝王)이 죽는 국상이 났을 때 곡
배(曲拜)를 하던 곡배단이 있었으며, 서남쪽 숲비탈에는 꿩사냥을 하던 개가 떨어져 죽었다고
전하는 '강생이궤'라는 수직동굴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제주올레길7-1코스가 산 정상부를 돌
아 동쪽으로 흘러간다.

* 고근산 소재지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서호동 1286-1일대


▲  고근산의 빽빽한 소나무(해송)숲
소나무가 베푼 진한 솔내음이 내 심신을 고루고루 어루만져준다.

▲  고근산 정상부 남쪽 전망대

고근산 아랫도리는 경사가 거의 완만한 편이나 해발 250m 이후부터는 조금 각박해진다. 허나
산세가 작고 고근산로까지 올라왔으면 산의 ⅔ 이상은 오른 것이기 때문에 고근산로에서 15~
20분 정도(해발 110여m) 더 오르면 정상부에 이른다. (차량으로 고근산로까지 접근 가능)

고근산 정상부는 거의 느긋한 모습으로 정상부 남쪽과 정상에 전망대가 닦여져 있다. 여기서
는 북쪽으로 한라산, 남쪽은 남해바다, 서쪽은 중문동과 하원동 지역, 동쪽은 서귀포시내가
두 눈에 들어오나 이날은 날씨가 흐렸고 서토(西土. 중공) 잡것들이 악의적으로 날려보낸 미
세먼지로 인해 마치 회색 도화지처럼 세상이 뿌옇다. 하여 가까운 남해바다와 한라산도 침침
하게 보일 정도이다.


▲  고근산 정상부 남쪽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귀포신시가지 서쪽 지역

▲  고근산 정상 전망대

고근산 정상에는 2층 규모의 전망대가 자리해 있다. 1층은 산을 지키는 관리인이 머무는 초소
이고, 하늘과 조금 가까운 2층이 전망대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날씨와 미세먼지로 인해 조망
의 질은 완전 우울 수준이었다.


▲  고근산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라산
날이 좋으면 한라산 정상부까지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오나 이날은
산 중간도리까지 모두 흐릿하게 다가왔다.

▲  고근산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서쪽 (도순동, 하원동 지역)

▲  고근산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정상부 북쪽 부분

▲  고근산 분화구터 북쪽 산길

▲  고근산 분화구터 동쪽 산길


▲  고근산 분화구(굼부리)의 흔적

고근산 정상부 동쪽에는 푸른 소나무숲에 둘러싸인 누런 공간이 있다. 그곳은 고근산이 화산
으로 놀던 시절의 흔적인 분화구로 제주도 방언으로는 '굼부리'라 한다. 지금은 평화로운 모
습이나 그때는 천하를 모두 쌈싸먹을 기세로 화산 폭발과 용암, 화산재 분출이 일어났던 무시
무시했던 현장이다.
허나 한라산을 비롯해 제주도에 무수한 작은 화산들이 그 기가 다해 죽은 화산이 되었고, 용
암과 화산재로 가득했던 분화구에는 물과 흙이 들어와 쌓이고 그 위에 식물들이 뿌리를 내리
면서 작은 초원 같은 모습이 되었다. 제주도에만 전직 화산이었던 오름과 뫼가 360개가 넘는
다고 하며, 이렇게 분화구의 흔적을 지닌 산과 오름도 꽤 된다.


▲  고근산 분화구(굼부리) 남쪽 산길 ①

▲  고근산 분화구(굼부리) 남쪽 산길 ②
옛날에는 화산재와 용암 냄새가 진동을 했겠지만 화산에서 강제 은퇴한 이후에는
소나무들이 싹을 틔워 솔내음이 진하게 나래를 펼친다.

▲  고근산 남쪽 자락에서 바라본 서귀포신시가지와 남해바다, 범섬
남해바다에 희미하게 보이는 작은 존재가 범섬이다.

▲  고근산 서남쪽 소나무숲길

▲  고근산 남쪽 숲길

고근산 서쪽 산길에서 정상과 분화구터를 찍고 남쪽 산길로 고근산길로 내려가니 딱 1시간 정
도 걸렸다. 여기서는 제주올레길7-1코스를 더 이상 쫓지 않고 고근산로로 내려와 고근산 남쪽
자락에 넓게 깃든 서귀포신시가지로 내려왔는데, 고근산 이후 메뉴는 딱히 생각을 하지 않다
가 문득 생각나는 존재가 있어서 그곳으로 발길을 잡았다.

본글은 분량상 여기서 끝. 이후 내용은 별도의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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