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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학봉 무학대사상

중구의 동쪽 끝을 잡고 있는 무학봉(90.1m)은 신당동과 왕십리 사이에 솟은 작은 뫼이다. 태조 이
성계의 왕사였던 무학대사가 이곳에 올라 주변을 살폈다고 해서 무학봉이란 이름을 지니게 되었는
데, 내 어릴 적에는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무학봉보다 대머리산이라 크게 불렸다. (1980~
1990년대에 그랬음)

산 밑도리에는 주택과 아파트들이 가득 들어차 도시에 포위된 외로운 뫼가 되었으며 숲이 무성한

정상부와 중턱은 무학봉근린공원으로 지정되어 도시의 담백한 뒷동산 역할을 담당한다.

 

산 남쪽 자락에 무학대사가 중건하여 머물렀던 안정사(청련사)가 자리하고 있었으나 2008년 양주

시로 이사갔다. 안정사는 건물과 문화유산을 모두 새 둥지로 옮겼는데, 다만 대웅전 뒷쪽 벼랑에

60년 이상 숨겨져 있던 마애불과 약사불, 명문은 이곳에 흘리고 갔고, 그들을 머금은 벼랑도 남아

있다. 그 외에는 딱히 오래된 명소는 없다.

다만 이곳이 무학대사와 관련된 곳이라 하여 근래 무학대사 동상과 그의 이야기를 다룬 테마공간

을 닦아 소소하게 볼거리를 만들었으며, 작은 덩치에 비해 숲이 무성하고 숲길이 곱다.

 

2. 청련사 수행의 숲

10여 년 전, 이곳을 떠난 청련사(안정사)를 고이 추억하고자 무학봉의 숲 이름을 청련사 수행의 숲
이라 하였다. (그냥 숲 이름이 '청련사 수행의 숲'임)

 

3. 청련사 옛터 안내문

무학봉 남쪽 자락에 둥지를 틀었던 청련사(안정사)는 서울 도성 주변의 주요 고찰이자 비보사찰이다.
827년에 창건되어 안정사라 했는데, 무학봉을 종남산이라 불러 종남산 안정사를 칭했다. 무학대사가
이곳을 중건하여 머물 때, 법당 연못에 푸른 연꽃이 홀연히 피어나는 것을 보고 청련사로 이름을 갈
았다고 전한다.

허나 안정사와 청련사 2개의 이름을 같이 사용했으며, 절 주변이 재개발 구역이 되자 절 확장도 여의
치 못하게 되어 1,000년 이상 머물던 자리를 비싸게 팔고 전혀 연고도 없던 양주시 장흥으로 자리를
옮겨 크게 지었다. 이때 대웅전 등 주요 건물들은 해체하여 그곳에 그대로 지어놓았으며, 절 뒷쪽 벼
랑에 깃든 마애불과 약사불, 명문을 제외하고 몽땅 그곳으로 가져갔다.

 

4. 봄내음이 가득 내린 무학봉 숲길

 

5. 무학봉 중심부와 남쪽 자락을 이어주는 구름다리

구름다리 밑으로 상왕십리역(2호선)과 난계로를 이어주는 왕십리로31길이 지나간다.

 

6. 조그만 무학봉을 둘로 갈라놓은 왕십리로31길과 그 너머로 펼쳐진 무학봉 남쪽 자락

 

7. 숲이 무성한 무학봉 남쪽 자락

 

8. 무학봉 남쪽 자락에서 만난 소박한 모습의 6각형 쉼터

 

9. 무학봉 북쪽 숲길(한진해모로아파트 뒷쪽)

 

10. 무학봉을 마무리 짓다 (무학봉 북쪽 숲길)

무학봉은 신당6동에 살던 초등학교 시절에 몇 번 찾은 기억이 있다. 집에서 1km 거리로 매우 가깝
고, 집 주변
에 거의 흔치 않았던 공개된 숲동산이라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로 인기가 대단했는데, 겨
울에는 애들이 나뭇
가지나 종이 등을 모아서 불을 피우고 놀기도 했다. 물론 나도 그랬다. (그 시절
동네 애들은 무학봉을 대머리
산이라 불렀음)

이후, 거의 30년 만에 발걸음을 하였으니 정말 감회가 새롭다. 그 사이 '이곳이 무학봉이 맞나?' 싶을
정도로
무학봉도 많이 변했고, 나도 그만큼 변했으니 정말 세월무상이 따로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4자성어
는 바로 세월무상, 인생무상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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