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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학동3층석탑을 찾아서

설악산의 일원인 달마봉(631.9m) 동쪽 자락 210~220m 고지에 노학동3층석탑이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이곳은 설악산국립공원의 동북쪽 구석으로 설악산 안내도와 등산 지도에도 거의 나오지 않는

숨겨진 곳인데, 노학동3층석탑과 그곳으로 인도하는 산길은 다행히 개방되어 있어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으나 접근성이 영 좋지가 못하고 인지도 또한 거의 없다 보니 찾는 이는 거의 없다.

 

그곳을 찾으려면 속초시내에서 설악동을 빠르게 이어주는 관광로를 타고 '설악스케치'란 식당을 찾는

다. 이곳은 목우재터널 북쪽으로 대중교통이 없기 때문에 승용차나 택시로 가야 된다.

설악스케치에 차를 세우고 남쪽(설악동 방향)으로 100여m 가면 노학동3층석탑을 알리는 갈색 피부

의 이정표가 마중을 한다. 여기서 이정표의 지시를 따라 서쪽 산길로 들어서면 된다. 탑으로 가는 산

길은 무성한 숲에 푹 묻혀 있어 완전 숲그늘을 이루며, 달마봉이 빚은 계곡을 여러 번 건너야 된다. 또

한 약간의 벼랑길도 있고, 갈림길도 여럿 있어 은근히 길을 햇갈리게 한다.

계곡은 작지만 물이 청정하고 냉랭하며, 수심이 얕은 못(소)과 약간의 모래밭도 갖추고 있어 피서지로

아주 좋다. (계곡에 풍덩 및 발담그기 가능, 계곡에서 머무는 것에 대해 제약 사항은 따로 없으나 그렇

다고 비박이나 캠핑까지는 하지 말기 바람)

 

2. 짙은 그늘에 묻힌 달마봉 계곡

노학동3층석탑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계곡을 여러 번 건너가야 되는데, 모두 징검다리이다. (다리는 없

음)

 

3. 속초 노학동3층석탑

설악스케치에서 20~30분 정도 힘들게 올라가니 드디어 노학동3층석탑이 그 도도한 모습을 드러낸다.

수풀이 무성하고 인적이 없는 곳이라 올라가는 중에 어느 못된 풀때기가 나의 못 생긴 오른쪽 다리에

풀독 같은 것을 묻혔다. 하여 다리가 은근히 가렵고 따가워 며칠을 고생을 했다. (반바지를 입고 갔음)

하여 수풀이 잔뜩 물이 오른 한여름이나 늦여름에 이곳을 찾는다면 꼭 긴 바지를 입고 가야 뒷탈이 없

다. (수풀 외에 벌레도 많음)

 

달마봉 동쪽 자락 산주름 속에 외롭게 자리한 이 석탑은 1층 기단과 3층 탑신, 머리장식(노반)을 지닌

1.8m의 작은 탑이다. 고려 중기에 조성된 것으로 여겨지는데, 탑을 중심으로 건물이 있던 것으로 보

이는 공터가 펼쳐져 있고, 여기서 기와조각과 주춧돌 등이 발견되어 석탑을 보듬던 작은 절이나 암자

가 있었음을 알려준다. 설악산의 대표 사찰인 신흥사의 부속암자로 소림암이 있었는데, 이곳을 그 소

림암 자리로 보기도 하나 자세한 것은 설악산 산신도 모르는 실정이다.

 

탑신은 1층 지붕돌과 2층 지붕돌, 3층 지붕돌과 탑신이 남아있으며 (2층 탑신은 사라짐) 머리장식으

로는 노반이 있다. 1층 탑신에 사방불이 새겨져 있는데, 장대한 세월의 거친 흐름으로 사방불이 크게

닳았지만 연꽃받침 위에 석가여래가 앉아있으며, 머리와 몸 뒤에 광배를 표현하고 있다. 또한 기단에

는 눈 모양을 새기는 등, 개성적인 모습을 적지 않게 지녔다.

 

4. 노학동3층석탑 주변 공터

이곳에 탑을 지니고 있던 작은 절이 있었다. 절의 이름도 모르고 언제 세워지고 무슨 과정을 거쳐 어떻

게 사라졌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비밀의 절터로 워낙 깊숙한 산골이라 접근성도 좋지 않다.

 

5. 고된 세월에 많이 초췌해진 노학동3층석탑

망가지고 헝클어진 부분이 많지만 이런 첩첩한 산골에 이 정도라도 남아있는 것이 어디인가.

 

6. 옆에서 바라본 노학동3층석탑과 그 앞에 놓인 주춧돌

 

7. 설악산의 은자, 노학동3층석탑

탑이 외진 곳에 있어서 그의 신변이 은근히 우려된다. 탑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것도 좋겠지만 그렇

게 되면 탑이 자리한 절터를 버려야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게다가 옮기기 어려운 부동산 문화재(석탑,

석불, 절, 향교, 성곽, 궁궐, 오래된 건물 등)는 가급적 제자리에 있는 것이 좋다. 하여 속초시청과 문화

재청에서 눈에 불을 키고 보살피는 것 외에는 별 도리가 없다.

 

8. 노학동3층석탑과 그를 보듬던 절터의 흔적

 

9. 노학동3층석탑 1층 탑신에 조용히 깃든 사방불

 

10. 노학동3층석탑으로 인도하는 좁은 산길

석탑을 보고 나오는데, 거의 1시간 반이 걸렸다. 늙은 석탑이나 불교문화유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산속에 묻힌 보물을 찾는 심정으로 1번 정도 찾을만한 곳이나 관심이 없다면 지루한 길이 될 것이다.

나는 관심과 지식이 있어서 찾은 것이나 너무 외진 곳에 묻혀 있고, 풀독까지 선사한 곳이며 아직도 가

야될 미답처가 수두룩해 이곳과 더 이상의 인연은 없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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