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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성동계곡 상류 (석굴암에서 내려온 계곡)

인왕산 해맞이동산에서 인왕산둘레길을 따라 남쪽으로 10분 정도 가면 수성동계곡 상류에 이른다.

여기서 길은 2갈래로 갈라지는데, 윗쪽 계단길을 오르면 인왕산길과 석굴암으로 이어지며, 아랫쪽

길은 수성동계곡 중심부이다. 인왕산둘레길은 여기서 아랫쪽 길로 가다가 남쪽으로 빠져 인왕산길

방향으로 흘러간다.

 

2. 수성동계곡 상류 (석굴암에서 내려온 계곡)

수성동계곡은 인왕산이 베푼 계곡 중 가장 명성이 높은 곳으로 청계천 발원지의 일원이다. 인공 조미

료가 다소 들어간 계곡 중심부와 달리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으며, 비록 계곡은 작지만 청정

한 물이 돌과 바위를 거치면서 계곡 중심부로 흘러간다. 이곳에서는 서울시 보호종인 가재, 개구리,

버들치 가족이 살고 있으니 그들의 보호를 위해 계곡을 마구 뒤집는 행위는 하지 말자.

 

3.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닌 수성동계곡 상류 (석굴암에서 내려온 계곡)

가을 가뭄이라 계곡에는 수분이 별로 없었다. 그 수분에는 나무에서 버림 받은 낙엽들이 옹기종기 모

여 그들의 마지막 물놀이를 즐긴다. 저렇게 모여있다가 비가 많이 내리면 계곡 중심부로 떠내려가다

가 사라질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저기서 고인물처럼 썩어 사라질 것이니 사람이나 낙엽이나 인생은

다 부질 없다.

 

4. 수성동계곡 상류 갈림길

여기서 정면에 돌계단길을 오르면 인왕산길, 석굴암으로 이어지고, 오른쪽 길은 인왕산둘레길로 해맞

이동산, 청운공원으로 이어지며, 왼쪽 나무데크 다리길은 인왕산둘레길로 수성동계곡 상류를 거쳐 인

왕산길, 택견수련터로 이어진다. 여기서 인왕산둘레길을 잠시 벗어나 간만에 수성동계곡을 1바퀴 둘

러보기로 했다.

 

5. 수성동계곡 북쪽 산책로

인왕산 동쪽 자락에 자리한 수성동계곡은 한양도성에 오랜 경승지로 조선 후기에 편찬된 동국여지비

고, 한경지략 등에 서울의 명승지로 절찬리에 소개된 곳이다. 이곳 계곡을 예로부터 수성동이라 불렀

는데, 이는 계곡에 걸린 기린교 밑의 물소리가 청아하고 좋기로 명성이 자자하여 물소리가 좋다는 뜻

에서 그런 이름을 지니게 되었다.

 

수성동계곡은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1676~1758)이 그린 장동팔경첩(壯洞八景帖)의 '수성

동'이란 제목으로 등장한다. 여기서 장동은 인왕산 자락인 효자동과 청운동 일대를 말하며, 북촌과 더

불어 왕족과 사대부들이 집과 별장을 짓고 살던 금싸라기 땅이었다.

특히 이 지역에는 인왕산과 북악산(백악산)이 빚은 절경이 많은데, 그중에 장동8경이 대표적이다. (지

금은 수성동과 창의문, 대은암 바위글씨만 살아남았음)

 

수성동에 가장 먼저 집을 지은 사람은 세종의 3번째 아들인 안평대군이다. 문무를 겸비하고 풍류의 1

인자였던 안평대군은 기린교 부근에 비해당이란 집을 짓고 살았으며, 나중에 창의문 북쪽에 무계정사

란 별장을 지었다.

영조 시절에는 겸재 정선이 인왕산을 모델로 그 유명한 인왕제색도란 그림을 남기면서 수성동을 비롯

한 장동8경을 화폭에 담았는데, 수성동 그림은 계곡 복원에 아주 큰 단서를 제공해 주었다. 그림을 보

면 기린교를 건넌 선비 3명과 시중을 드는 동자 1명이 계곡 상류로 걸어가는 모습이 담겨져 있고, 가

벼운 붓놀림으로 이끼가 낀 바위와 질감을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추사 김정희도 비오는 날에 이곳을

찾아 '수성동 빗속에서 폭포를 구경하다(水聲洞 雨中觀瀑)'란 시를 지어 수성동을 격하게 찬양했다.

이곳은 첩첩한 산주름 속의 골짜기기 아닌 도성 속에 자리해 있어 접근성도 아주 착하다. 하여 사대부

외에도 중인과 평민들도 많이 발걸음을 했는데, 인근 송석정과 더불어 조선 후기 중인층을 중심으로

한 위항문학(委巷文學, 중인/평민/서얼들이 주도하는 문학 활동)의 성지로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이렇게 인왕산을 든든한 후광으로 삼으며 장안의 경승지로 큰 인기를 누렸던 수성동과 장동8경은

1960년 이후 서울 도심이 개발되면서 큰 위기를 맞는다. 천박한 개발의 칼질은 장동8경의 태반을 가

루로 만든 것이다. 수성동 또한 1971년 옥인시범아파트 9동이 계곡 중류 일대에 들어서면서 참으로

아름답던 그 경관은 99% 망가졌다.

다행히 인근 청풍계나 청계동천처럼 계곡이 대부분 증발하는 꼴은 면했지만 아파트로 인해 계곡의

폭도 줄어들었고, 아파트 사이를 마치 버려진 하천처럼 흘러가면서 완전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버

렸다. 또한 옥인아파트 9동 앞에서 강제 생매장을 당해 어두컴컴한 지하를 거쳐 역시나 생매장 신세

가 되버린 청계천으로 서글프게 흘러가야 했다.

 

그 이후 수성동의 이름 3자는 속인들의 뇌리 속에서 점차 시들어갔고 동네 사람들만 세월의 저편으로

잊혀져가는 계곡의 이름을 간신히 붙잡을 정도로 명성은 크게 하락했다. 개발의 난도질로 태어난 옥

인시범아파트가 계곡을 건방지게 깔고 앉으면서 수성동계곡은 40년 가까이 어둠에 묻혀 수난의 세월

을 보냈다.

 

허나 자연과 인간의 대결에서 거의 자연이 이기듯이, 수성동에게도 끝내 좋은 소식이 날라왔다. 계곡

을 깔고 앉던 옥인아파트가 2008년 재난안전위험시설 C급으로 지정되면서 철거가 결정되었기 때문

이다. 게다가 개발일변도로 일관하던 세상도 조금은 변하면서 수성동의 가치를 뒤늦게 깨달은 서울

시가 아파트를 밀어버리고 계곡을 되살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여 2010년 10월 21일 기린교를 비롯한 수성동계곡 일대를 서울시 지방기념물로 삼으면서 뒤늦게

나마 문화유산의 대우를 받게 된다. (서울에 전하는 계곡 중 최초로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었음)

 

이후 인왕산을 가리던 옥인아파트는 입주민을 모두 내보내고 2011년까지 모두 철거되었다. 그리고

아파트 주변을 통제하여 그해 여름부터 복원 공사에 착수, 1년 동안 공사를 벌여 2012년 7월 완성을

보면서 시민공원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개발의 칼질에 날라간 계곡을 살리고자 전문가와 사회단

체, 문화재청에 자문을 구했고 정선의 수성동 그림을 적극 참조했으며, 옛 경관을 어느 정도 재현하

고자 소나무를 중심으로 상수리나무와 참나무, 산철쭉 등 우리 고유의 나무 18,477그루를 심었다.

(그중에 구부러진 소나무가 제일 많음)

그 외에 돌단풍, 띠, 바위취 등 다양한 화초를 심어 주변과의 조화를 꾀했고, 좁아진 계곡을 크게 넓

혀 계곡 양쪽에 전통 방식으로 돌을 쌓아 암석 지형을 최대한 회복하고자 했으며, 계곡 중간에 전통

식 정자인 사모정을 세워 옛날의 풍류를 조금이나마 느끼도록 했다.

그리고 정선이 수성동 그림을 그린 곳으로 여겨지는 계곡 아랫쪽(기린교 동쪽)에 관람 공간을 조성

해 정선의 눈으로 계곡을 바라볼 수 있게끔 했으며, 게곡을 중심으로 여러 갈래의 산책로를 닦아 인

왕산과 어우러진 시민공원의 성격도 겸하게 했다.

 

수성동계곡 공원에는 복원된 계곡을 비롯하여 이곳의 터줏대감이자 유일한 늙은 존재인 기린교가 있

으며, 옥인아파트 주민들의 요청으로 공원 북쪽에 아파트의 잔재를 일부 남겨두어 수성동을 거쳐간

개발 지상주의의 그릇됨을 일깨우게 했다. 비록 계곡을 복원했다고는 하지만 완전한 옛날 모습은 아

니며 여전히 비슷한 자리(옛 옥인아파트 9동 자리로 지금은 계곡 관람 공간으로 바뀜)에서 지하로 생

매장을 당한다.

 

이 계곡은 청계천으로 흘러가는데, 기분 같아서는 전 구간을 모두 끄집어내 복원하면 좋겠지만 이미

회색빛 시가지가 가득 들어차 지금으로써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계곡이 생매장되는 구역은 계

곡이 상당히 밑으로 내려간 상태로 주변 바위들도 날카로운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으며, 기린교 같은

경우는 계곡이 3m 밑에 흐르고 있어 조금은 아찔하다.

그래도 수성동의 재등장으로 서울 도심에서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하나 늘었으니 그 가치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비슷하다 할 것이다. 비록 완전하게 복원된 것은 아니지만 가급적 옛 모습을 되

살리고자 했고, 복원공사를 벌이는 중에도 여러 의견을 수렴해 어색함을 최대한 줄이고자 했다. 그

렇게 하여 인왕산이 베푼 옥계수를 모아 계곡을 재현했으니 어설프게 재현된 청계천과 달리 살아있

는 계곡이다.

 

6. 수성동계곡의 또 다른 상류

가을 가뭄이라 수분은 거의 말라버렸고, 계곡은 바닥을 드러냈다. 심지어 잡초까지 무성하게 자라나

이곳이 계곡임을 무색하게 만든다.

 

7. 달달하게 펼쳐진 수성동계곡 남쪽 산책로 (인왕산둘레길)

수성동계곡은 서에서 동으로 흘러가는 계곡으로 그 남쪽과 북쪽으로 숲과 산책로가 닦여져 있다. 인

왕산둘레길은 남쪽 길을 거쳐 인왕산길, 택견수련터로 이어진다.

 

8. 수성동계곡 남쪽 산책로에서 만난 작은 돌다리

 

9. 늦가을에 잠긴 수성동계곡 (인왕산둘레길)

 

10. 수성동계곡의 또 다른 상류 부분

수성동계곡의 상류는 대략 3개 정도 되는 것 같다. 석굴암에서 내려오는 계곡과 그 남쪽에서 내려오

는 계곡, 그리고 인왕산에서 꽤 유명했던 인왕천약수터에서 내려오는 계곡까지 서로가 상류를 자처

하며 수성동으로 슬금슬금 내려온다. 특히 인왕천약수터에서 온 계곡은 거의 90도 각도의 암벽 사이

로 좁은 공간을 타고 내려오는데, 그 풍경이 나름 절경이다. 그리고 작은 폭포 앞에는 얕은 못과 모래

밭이 있어 어린이들이 흙장난을며 물놀이하기에 적당하다.

모래 옆과 공원 쪽에는 돌로 쌓은 인공의 흔적이 있어 조금은 어색하지만 이는 계곡을 복원하면서 끼

워놓은 것으로 폭포와 주변 암벽, 모래밭까지만 원래 모습이다.

 

11. 수성동계곡의 구수한 양념, 사모정

수성동계곡을 복원, 재현하면서 달아놓은 네모난 정자이다.

 

12. 사모정 밑을 흐르는 수성동계곡 중심부

가을 가뭄으로 인해 계곡은 침체에 빠진 모습이다.

 

13. 수성동계곡 남쪽 산책로와 그 너머로 바라보이는 인왕산의 첩첩한 산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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