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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얀 연등을 두룬 승가사 명부전

명부전은 정면 2칸, 측면 1칸의 팔작지붕 집으로 1972년에 착공하여 1975년 완성을 보았다. 1년 정

도면 능히 만들고도 남을 규모지만 궁벽한 산중이라 공사가 더뎌 3년이나 걸렸다.

건물 내부에는 특이하게도 지장보살상 등의 독립적인 불상/보살상은 없고 지장보살과 명부(冥府, 저

승)의 식구를 싹 몰아 넣은 지장탱이 전부이다. 이 탱화는 1983년에 김원각, 김석담이 조성한 것으로

다른 건물의 탱화와 마찬가지로 금칠로 도배를 했다. 다만 다른 것은 지장보살의 머리만 푸른 색을 입

혀 약간의 차별화를 두었다.

 

2. 승가굴에 둥지를 튼 약사전

약사전은 큰 바위 밑도리에 있는 자연산 석굴이다. 승가사를 세웠다는 수태가 직접 바위를 뚫어 굴을

만들고 돌을 쪼아 승가대사상을 새겼다는 믿거나 말거나 창건 설화가 깃든 굴로 승가굴(僧伽窟)이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려 중기에는 탄연이 여기서 수행하면서 정체가 아리송한 승가굴 중수비를 남겼다고 하며, 조선 세

종 때는 세종의 왕비인 소헌왕후 심씨의 쾌유를 빈 인연으로 약사전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전한다.

 

1960년대 이후 석굴을 크게 손질하여 안과 바깥에 돌로 벽을 쌓고, 석굴에 봉안된 승가대사상의 불단

과 연화대를 만들었으며, 그 앞에 기도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인등을 대사상 좌측에 배치해 내부를

환하게 밝혀준다. 석굴은 그리 넓지는 않으나 굴의 본능상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스하다.

 

3. 약사전(승가굴) 앞에 있는 늙은 석탑의 잔재

약사전 앞에는 늙은 석탑의 흔적이 우수에 잠긴 모습으로 자리해 있다. 두툼하게 생긴 지붕돌과 탑신

이 한 덩어리씩만 남은 처지로 그들에 대한 정보가 없어 자세한 것은 모르겠으나 이 땅에 흔한 3층석

탑이 아닐까 싶다.

장대한 세월에 거친 흐름으로 탑은 산산이 아작나고 일부만 남은 채, 버려진 것을 비좌와 함께 수습하

여 약사전 앞에 두었으며, 탑의 사라진 부분이 많아서 복원까지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저 승가사의

옛 유물로 한가로운 여생을 보낸다.

 

4. 돌집으로 이루어진 동그란 모습의 향로각

 

5. 가양심신(可養心神) 바위글씨

향로각 직전 바위에 가양심신 바위글씨가 깃들여져 있다. 마치 뱀이 기어가는 모습으로 추사 김정희가

승가사에 들렸을 때 남긴 것으로 여겨진다. 이 4자는 마음을 수양하기 좋은 길지라는 뜻으로 승가사가

정신 수양과 독서를 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란 의미로 그렇게 한 글자 남기고 간 모양이다.

 

6. 기억상실증에 걸린 비좌

향로각 앞에는 비석을 받치던 비좌가 초췌하게 누워있다. 고색의 때로 가득한 이 비좌는 화강암으로

다진 것으로 3단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넓직한 연꽃잎이 새겨져 있다.

무슨 비석의 아랫도리인지는 북한산(삼각산) 산신도 모르는 실정이나 승가사에 고려 중기 승려인 탄

연(坦然, 1070~1159)이 쓴 승가굴 중수비(重修碑)가 있었다고 하니 어쩌면 그 비석의 아랫도리가 아

닐까 의심된다.

조선 중기 이후 전쟁으로 절이 여러 번 파괴되면서 비석 윗도리가 몽땅 날라가 그의 정확한 정체를 알

수 없게 되었으며, 비좌 자신도 그때에 충격으로 기억조차 상실하고 말았다.

 

7. 구기동 마애여래좌상으로 인도하는 108계단

향로각을 지나면 장대하게 펼쳐진 계단이 나타나 중생들을 다시금 주눅을 들게 한다. 그 계단은 불교

에서 좋아하는 숫자인 108계단으로 그 계단의 끝에 구기동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연화교(蓮花橋)란 약간 볼록 튀어나온 조그만 다리를 건너 108계단에 임하면 되는데, 그렇게까지 각

박한 경사도는 아니어서 크게 힘들지는 않다. 속세의 부질없는 삶처럼 서두르지 않고 쓸데없는 자존

심을 곱게 접어 천천히 한 계단씩 임하면 아득하게 보이던 마애불이 마치 해가 떠오르듯 크고 웅장하

게 솟아오르며, 그 계단의 끝에 이르면 마애불의 거대한 위엄이 다시 한번 눈과 마음을 놀라게 만든다.

 

8. 오색연등이 초롱초롱 길을 안내하는 108계단과 그 계단의 끝에서 나를 기다리고 선 구기동 마애여

래좌상

 

승가사 서울 종로구 비봉4길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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