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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땅끝


' 천하의 땅끝, 해남 땅끝 봄맞이 나들이 '

해남 땅끝마을 (갈두마을)
▲  해남 땅끝마을 (갈두마을)

땅끝전망대 땅끝탑 앞바다 (남해바다)

▲  땅끝전망대

▲  땅끝탑 앞바다 (남해바다)

 


차디찬 겨울이 저물고 봄이 훈풍을 일으키던 3월 한복판의 어느 볕 좋은 날, 천하의 땅
끝이라 불리는 해남 땅끝을 찾았다.
바로 전날에 신안군의 새로운 중심지인 압해도(押海島)를 찾아 그곳의 대표 지붕, 송공
산(宋孔山, ☞ 관련글 보기)을 둘러보고 목포 시내로 나와 적당한 찜질방에서 1박을 청
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해남(海南)으로 넘어가 해남시외터미널에서 땅끝 방면 군내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50여 분을 내달려 오랜 세월 목말라했던 땅끝마을에 도착했다.


♠  해남 땅끝 입문

▲  땅끝을 알리는 표석

땅끝마을은 해남 본토의 최남단(最南端)이자 한반도의 최남단을 장식하고 있는 바닷가 마을로
원래 이름은 갈두마을(해남군 송지면 송호리)이다. 천하의 땅끝<토말(土末)>이란 듬직한 후광
(後光)을 등에 업은 곳으로 땅끝탑이 있는 갈두산(葛頭山) 남쪽 해안이 실질적인 땅끝인데,
땅끝마을에서 15분 정도 걸어가야 된다.

땅끝의 위치는 북위 34도 17분 32초, 동경 126도 31분 25초로 어디까지나 한반도의 남쪽 끝이
지 우리나라의 남쪽 끝은 절대로 아니다. <현재 이어도(離於島)와 마라도가 임시로 남쪽 끝을
잡고 있음>
우리는 가까운 북한부터 해서 만주(길림성, 흑룡강성)와 요동반도, 요서(遼西), 중원 화북 지
역, 산동반도, 연해주, 대마도(對馬島), 왜열도 등 잃어버린 땅이 정말 오지게도 많다. 그 땅
의 오랑캐를 모두 때려잡아 고토를 회복하고 그 이상의 영토를 점유해야 될 의무가 우리에게
있으며, 지금의 땅끝에서 만족하면 절대로 안된다. 그러니 이곳은 어디까지나 임시 땅끝이다.

해남 땅끝은 갈두산과 주변 해안, 땅끝마을 일대를 일컫는데 동,서,남 3면이 남해바다에 접해
있고 오로지 북쪽만 육지로 이어진다. 하여 일출과 일몰을 모두 만날 수 있다. 땅끝의 지붕인
갈두산 사자봉 정상(156m)에는 땅끝전망대가 설치되어 조망을 돕고 있으며, 그곳까지 땅끝 모
노레일이 닦여져 전망대까지 빠른 이동을 돕는다.
이곳에 퐁당 반한 대자연 형님이 오랜 세월을 두고 빚은 바위와 벼랑들이 바닷가에 잔뜩 펼쳐
져 있어 풍경을 크게 돋구고 있으며 소나무가 무성하여 솔내음도 그윽하다. 또한 남해바다 너
머로 무려 100여 개의 섬들이 두 눈에 들어와 조망도 일품이다. 땅끝전망대에서는 멀리 제주
도 한라산(漢拏山)까지 보인다고 하나 아무리 눈을 후벼파도 한라산은 시야에 보이지 않았다.

이번 땅끝 나들이는 땅끝마을에서 시작하여 땅끝탑, 연리지, 땅끝전망대를 거쳐 다시 땅끝마
을로 돌아오는 코스로 진행했으며,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자꾸 발걸음을 멈추다보니 3시간이
란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야말로 이곳은 시간 도둑, 시선 도둑, 마음 도둑이다.


▲  땅끝항에서 바라본 송호리 동부 지역

▲  땅끝항에 몸을 기댄 노화도행 여객선

땅끝항(땅끝항여객선터미널)에서는 노화도(蘆花島)와 횡간도, 흑일도, 넙도 방면으로 가는 여
객선이 운항하고 있다. 그중 노화도 산양항으로 가는 배는 20~40분 간격으로 자주 뜨며 차량
수송도 가능하다. 게다가 노화도에서 보길도(甫吉島)까지 다리(보길대교)가 이어져 있어 보길
도 나들이 때 아주 유용하다.


▲  땅끝항 남쪽에 떠있는 맴섬

땅끝 풍경화의 조촐한 장식물인 맴섬은 2개의 작은 바위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저들은
하나의 섬으로 밀물 때는 2개, 썰물 때는 하나의 단단한 모습을 보인다. 섬 윗도리에는 키 작
은 소나무와 수풀이 뿌리를 내려 섬을 꾸미고 있으며 여기서 바라보는 일출이 꽤 장관으로 알
려져 있다. 그들 사이로 햇님이 붉은 얼굴을 내밀며 찬란한 해돋이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는 일출은 아니며, 매년 2월 13~18일 경과 10월 23~28일 경 등
1년에 딱 10~12일 정도 밖에는 만날 수 없는 아주 비싼 일출로 그 외에는 비껴서 해가 뜬다.


▲  형제처럼 나란히 자리한 형제바위
대자연이 긴 세월을 두고 빚은 작품으로 오른쪽 바위는 사람 얼굴 같은 모습이다.

▲  옆에서 바라본 형제바위 (바위 너머로 보이는 섬은 흑일도)

▲  정자 쉼터에서 바라본 형제바위(왼쪽)와 맴섬, 땅끝항

▲  땅끝의 짧은 백사장 (땅끝마을 방풍림)
땅끝 해변은 태반이 벼랑이라 모래사장은 이곳 뿐이다.

▲  땅끝 방풍림(防風林)에서 바라본 흑일도(黑日島)

땅끝 동부와 갈두산에서는 어디서든 흑일도가 시야에 보인다. 땅끝마을에서 불과 2~3km 거리
로 해안에 검은 모래가 깔려있어 흑일도라 불리는데, 해가 지는 서쪽에 자리해 있어 해가 뜨
는 백일도와 대비되어 흑일도라 했다는 설도 덧붙여 전해온다.
땅끝에서 하루에 2회(여름에는 3회) 여객선이 들리며 섬의 면적은 1.58㎢, 해안선 길이는 약
7.9㎞이다. 속세에 그리 알려지지 않은 섬이고 딱히 명소도 없어 외지인의 발걸음은 거의 없
는 실정이다. 하여 저 섬에 과연 발을 들일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  저만치 멀어진 땅끝항, 그리고 바로 밑에 보이는 땅끝 백사장

▲  서로 교행하는 노화도와 땅끝행 여객선

▲  잘 닦여진 산책로 (땅끝천년숲옛길 1코스)

땅끝선착장에서 방풍림을 지나면 땅끝전망대로 인도하는 모노레일(Monorail) 승강장이 나온다
. 모노레일이 '이거 좀 타고 가소!' 진하게 유혹을 건네지만 나는 아직 두 다리가 멀쩡하므로
꿋꿋이 걸어가기로 했다. (솔직히 탈 돈이 없음 ㅠㅠ)
여기서 땅끝탑까지 해안 산책로를 따라가면 되는데 바다와 소나무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길
이나 바다와 접한 부분은 거의 낭떠러지이다. 그리고 문바위와 병풍바위 등의 바위와 사재끝
샘 같은 오래된 샘터도 있으나 모두 해변에 붙어있어 접근이 꽤 까다로우며(앞서 백사장에서
해안 바위길을 타고 가야됨) 땅끝탑 직전에 땅끝전망대로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길이 있다.
또한 전국적인 둘레길, 도보길 유행에 따라 땅끝천년숲옛길이란 도보길이 이곳 해안 산책로의
신세를 지고 있는데, 땅끝 구간을 1코스(15.4km)로 갈두산 정상(땅끝전망대)과 갯재를 거쳐
북쪽으로 달마산 미황사까지 연결되며 거기서 2코스와 접선되어 더욱 북으로 달려간다.


▲  보다 가까워진 흑일도
흑일도와 조금은 가까워졌다. 허나 아무리 그래 봐야 여기서는
만질 수도 없는 바다 건너의 섬이다.

▲  벼랑을 극복하고 다져진 나무데크 해안 산책로

▲  벼랑 위를 달리는 해안 산책로 (문바위 부근)

▲  해안 산책로에서 바라본 평화로운 풍경
오른쪽에 보이는 섬이 흑일도와 대비된다는 백일도(白日島)이고
그 뒤에 동화처럼 숨은 섬이 동화도(東花島)이다.

▲  해안 산책로에서 바라본 노화도와 보길도, 넙도


♠  땅끝의 진정한 종결자, 땅끝탑

해남 땅끝의 진정한 땅끝에 세워진 땅끝탑은 한반도의 남쪽 끝을 붙잡고 있다. 삼각형 모양의
탑을 세우고 그 밑도리에 땅끝을 주제로 한 시문(詩文)들이 아로 새겨져 있는데 그 앞쪽에 배
의 선두 부분처럼 생긴 전망대와 한반도 모양의 조각품이 땅끝을 제일 위로 하여 꺼꾸로 새겨
져 있다. 이는 이곳이 한반도의 끝이자 동시에 시작점임을 뜻한다.

천하의 남쪽 끝을 강조하고자 세워진 땅끝탑 주변에는 남해바다와 자연산 벼랑이 펼쳐져 있고
바다에는 섬들이 점점이 뿌려져 있어 경관 하나는 아주 예술이다. 어느 세상이든 그 끝자락에
는 다 이런 선경(仙境)들이 있는 모양이다.
이곳은 막다른 곳이라 탑을 둘러보고 다시 왔던 길로 올라가야 된다. 서쪽과 남쪽, 동쪽은 바
다와 벼랑으로 막혀있고 북쪽은 각박한 절벽으로 속세를 잇는 계단이 있다.

* 땅끝탑 소재지 :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산43-3


▲  땅끝탑 앞에 닦여진 조망대와 거꾸로 세워진 한반도 조각품

▲  옆에서 바라본 땅끝탑 조망대
원래 자연산 바위와 벼랑만 있던 곳이나 단지 땅끝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저런 인공적인 시설이 혹처럼 달리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서로가
다소 어색한 조화를 보인다.

▲  땅끝탑까지 따라온 흑일도

▲  땅끝탑 앞에 펼쳐진 망망대해 ①

▲  땅끝탑 앞에 펼쳐진 망망대해 ②
수평선 건너에 보이는 섬은 어룡도와 소장구도, 대장구도이다.

▲  땅끝탑을 뒤로하며 다시 걷는 해안 산책로 (땅끝천년숲옛길 1코스)

땅끝탑을 나와서 해안 산책로를 마저 걸었다. 갈두산 정상으로 직통하는 계단길이 손짓을 했
으나 길이 너무 각박하고(경사가 다소 있음) 해안길이 너무 고와서 해안길을 최대한 걷고 정
상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어차피 시간도 넉넉하다.


▲  아찔한 벼랑 위를 달리는 해안 산책로

▲  바다 파도와 바위, 그들만의 상큼한 속삭임

▲  노란 봄꽃이 살랑거리는 해안 산책로
따뜻한 남쪽이라 벌써부터 봄꽃이 노란 꽃망울을 터트렸다. 비록
짧지만 그들의 격려를 받으며 걷는 길이 가히 싫지는 않다.

▲  각박한 벼랑을 개척하여 다져놓은 해안 산책로 (땅끝탑 방향)

▲  저만치 멀어진 땅끝탑과 흑일도

▲  너른 남해바다와 어룡도, 소장구도, 대장구도
저들 섬에는 언제쯤 나의 발을 들일 수 있을까? (어룡도, 대장구도는 유인도)
외딴섬들은 정말로 인연이 쉽게 닿지가 않는다.

▲  남해바다를 가득 품으며 (저 멀리 노화도, 넙도, 보길도 등이 바라보임)

▲  서쪽으로 굽이친 땅끝 서쪽 댈기미 해변 (김 양식장이 여럿 보임)

▲  고깔섬과 그 너머로 보이는 어룡도, 소장구도, 대장구도

▲  갈두산 연리지(連理枝)

댈기미 해변 산책로에는 2그루의 연리지가 있다. 윗 사진의 연리지는 50~60년 정도 묵은 때죽
나무로 오른쪽 나무의 줄기와 왼쪽 나무 가지가 붙어서 연리지를 이루고 있으며, 여기서 10m
정도 떨어진 작은 연리지 또한 30~40년 정도 묵은 때죽나무로 오른쪽 나무의 가지가 왼쪽 나
무의 줄기로 파고 들었다.
보통 연리지는 오래된 나무에서 많이 발생하나 땅끝 연리지는 나이도 아직 어린 것들이 벌써
부터 밝히고(?) 있다. 어린 나무에서 연리지가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희귀한 편이라 그를 보
는 경우 혹시 모르니 복권을 사두기 바란다.


▲  연리지 주변에서 바라본 댈기미 해변과 고깔섬

▲  댈기미에서 댈기미잔등, 갈두산으로 오르는 계단길

댈기미에서 길은 2갈래로 갈린다. 해안 산책로를 계속 고집하면 갈산동백숲, 송호해변으로 이
어지며 동쪽 계단길을 오르면 땅끝의 지붕길인 갈두산 능선이다. 해안길은 땅끝마을부터 지겹
게 거닐었으니 이제부터 땅끝 지붕길로 갈아타고자 능선으로 길을 잡았다.
동쪽 계단길은 경사가 거의 느긋한 편으로 그 길의 끝에 갈두산 능선과 만나는 '댈기미잔등'
이 있다. 그 밑 해변을 '댈기미'라 부르니 그 동쪽 능선은 등을 뜻하는 잔등을 붙여 '댈기미
잔등'이라 하는 모양이다. 여기서 능선을 따라 남쪽으로 가면 땅끝전망대 주차장이며 주차장
서쪽에 조망대가 높이 닦여져 있다.


▲  댈기미잔등 산길에서 바라본 땅끝전망대
갈두산이 낮은 뫼이긴 하지만 이렇게 보니 그리 만만해 보이지가 않는다.
아직도 저만큼을 올라가야 되니 말이다.

▲  댈기미잔등 주변 갈두산 능선길

▲  소나무가 울창한 갈두산 능선길 (땅끝전망대 방향)


♠  땅끝의 지붕을 거닐다 (땅끝전망대)

▲  땅끝전망대 주차장 조망대에서 바라본 댈기미 해변

땅끝전망대 주차장 서쪽에는 전망대의 맛보기 버전인 조망대가 있다. 이곳에 오르면 내가 올
라왔던 갈두산 서부와 댈기미, 그리고 주변 바다가 훤히 바라보인다. 허나 이 정도의 조망으
로 만족하고 내려가서는 안된다. 땅끝에 왔다면 땅끝탑과 땅끝의 하늘을 붙잡고 있는 갈두산
(사자봉) 정상, 그리고 땅끝전망대까지는 올라가야 나중에 저승에 가서도 꾸중을 듣지 않을
것이다. (차량은 이곳 주차장까지 접근 가능)


▲  땅끝전망대 (왼쪽 돌무더기는 갈두산 봉수대)

주차장에서 계단길을 6~7분 정도 오르면 그 길의 끝에 갈두산 정상과 땅끝전망대가 있다. 땅
끝을 끌어안은 갈두산(葛頭山)은 해발 156m의 낮은 뫼로 바다와 접한 남쪽과 서쪽은 경사가
좀 각박하고(특히 남쪽이 심함) 북쪽과 서쪽은 완만하다. 갈두산 정상을 사자봉이라 부르는
데, 땅끝에서 가장 하늘과 가까운 곳으로 그 현장에 땅끝전망대를 닦아 땅끝을 상큼하게 꾸며
주고 있다.
친일 문학가로 더러운 뒷끝을 보였던 육당 최남선(六堂 崔南善)은 땅끝에서 서울까지 1,000리
, 서울에서 함경북도 온성(穩城)까지 2,000리로 하여 이 땅을 3,000리 강산이라 했다. 그 3천
리의 시작점이자 남쪽 끝이 바로 땅끝인 것이다.

전망대 남쪽에 1981년 땅끝을 알리는 비석을 세웠고 1986년 땅끝 일대가 국민관광지로 지정되
면서 이곳을 관광지로 꾸미고자 높이 10m의 땅끝탑을 세우고, 정상에 갈두산 봉수대를 복원했
다. 그리고 1987년 전망대를 지어 땅끝의 지붕을 올렸다. 허나 세월이 흐르면서 전망대가 퇴
락하자 2001년 1월에 부시고 1년에 공사 끝에 2002년 1월 현재 전망대가 지어졌다.
지하 1층, 지상 9층의 높이 39.5m로 타오르는 횃불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해 천하 통일
의 염원과 소망을 담았다고 하며, 특히 달님이 천하를 지배하는 밤에는 야간 조명을 쏘아 야
경까지 고려했다.
그렇게 여러 의미를 담아 나름 정성껏 지었으니 공짜의 공간일 리는 없을 터, 전망대 바로 앞
에 매표소를 두어 관람객의 호주머니를 애타게 노려본다. 허나 입장료가 1,000원이고 멀리서
여기까지 왔으니 흔쾌히 입장료를 치르고 유료의 공간으로 들어섰다. 만약 그를 안 보고 상경
하면 땅끝을 보다 만 기분이 들 것 같았다. (마치 뒷간에서 덜 닦은 기분)


▲  땅끝전망대에서 바라본 흑일도(오른쪽)와 백일도(왼쪽), 동화도
(백일도 뒤쪽 섬), 그리고 그들을 띄워놓은 쪽빛 남해바다

▲  남쪽 소식을 안고 물살을 가르며 땅끝으로 향하는 여객선

▲  땅끝전망대에서 바라본 땅끝마을(갈두마을)

▲  땅끝전망대에서 바라본 어룡도, 소장구도, 대장구도

▲  땅끝전망대에서 바라본 댈구미 해변 주변

갈두산 정상은 사방이 확 트여있어 일출과 일몰을 모두 친견할 수 있다. 게다가 바다에 그림
처럼 떠있는 수많은 섬(대략 100여 개)들이 두 눈에 쏙 들어와 조망도 아주 일품이며 날씨가
좋을 때는 제주도 한라산까지 시야에 들어온다고 한다. 하여 한라산이 보일까 해서 주름이 잡
히도록 눈동자를 굴렸으나 끝내 보이지 않았으니 내가 보기 싫어서 수평선 너머로 쏙 숨어버
린 모양이다. (그날 황사나 미세먼지는 거의 없었음)


▲  갈두산 봉수대(烽燧臺)

땅끝전망대 바로 앞에는 소도(蘇塗)의 돌탑처럼 생긴 돌무더기가 있다. 처음에는 전망대를 수
식하는 용도로 지어진 단순한 돌탑으로 여겼으나 살펴보니 이곳에 있었다는 옛 갈두산 봉수대
를 복원한 것이다.

갈두산 봉수대는 조선 초에 지어진 것으로 동쪽으로 강진 좌곡산(佐谷山), 서쪽은 해남 화산(
花山, 현 관두산)에 준하여 설치되었다. 원래 땅끝은 영암군(靈巖郡) 땅이었으나 1906년 해남
군으로 넘어갔다.
어느 세월이 잡아갔는지 흔적만 겨우 남아있던 것을 땅끝전망대를 세우면서 다시 세웠으며 봉
수대의 역할은 이제 땅끝전망대가 모두 도맡고 있어 그의 그늘에서 그를 수식하는 장식용으로
조용히 묻혀 지낸다. 시대의 거친 흐름 속에 더 이상 연기를 쏟아낼 일이 없는 것이다.


▲  땅끝전망대 9층 전망대 내부 (망원경은 유료임)

전망대로 들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9층)로 올라갔다. 이곳에 오르니 앞서보다 더 국
보급의 조망이 펼쳐져 눈과 마음을 크게 흥분시킨다. 다만 9층을 감싼 유리창이 조금 꼬질꼬
질하여 검은 주근깨가 군데군데 피어있으나 조망을 누리는데 크게 지장은 없다.
혹시나 한라산이 보일까 싶어 다시 한번 눈동자에 힘을 주었으나 역시 허사였다. 그날따라 남
쪽 조망 범위는 노화도와 보길도가 고작이었던 것이다. 그들을 넘어야 겨우 보일 듯싶은데 그
들이 워낙 단단하게 자리하여 시야를 막으니 일개 인간인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다.


▲  땅끝전망대 9층에서 바라본 땅끝마을
이렇게 보니 바닷가의 조그만 읍내 같다. (현실은 송지면에 속한 해안 마을)


전망대에는 다리를 쉴 수 있도록 의자가 닦여져 있고, 조망의 질을 조금이나마 높여주고자 망
원경을 여럿 두었다. 망원경은 500원짜리 동전을 먹어야 눈을 뜨므로 평소에는 장님처럼 눈을
감고 있다. 어차피 망원경의 힘을 빌려도 제주도까지는 어림도 없어 보인다.
9층에서 내려올 때는 계단을 이용했다. 계단은 지그재그가 아닌 빙글빙글 이어져 있는데 밑의
층에는 까페와 전시장 등이 있으나 별로 내키지 않아 바로 1층으로 향했다.

* 땅끝전망대(갈두산) 소재지 :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1158-5 (땅끝마을길 100, ☎
  061-530-5544)


▲  땅끝전망대 9층에서 바라본 갈두산 북쪽 산줄기
미황사를 품은 달마산(達磨山)과 대흥사(大興寺)를 품은 두륜산(頭輪山)까지
산줄기가 거침없이 이어진다.

▲  땅끝전망대 9층에서 바라본 흑일도와 백일도, 동화도
땅끝에 와서 흑일도를 정말 지겹도록 본다. 이렇게 멀리서 볼 것만 아니라
나중에 인연을 잡아서 한번 들어가 봐야겠다.

▲  땅끝전망대 9층에서 바라본 노화도, 넙도, 보길도

▲  땅끝전망대 9층에서 바라본 어룡도, 소장구도, 대장구도,
소정원도, 대정원도, 죽굴도

▲  땅끝전망대에서 바라본 땅끝마을 앞바다와 백일도, 동화도,
완도(莞島) 지역

▲  동쪽 밑에서 바라본 땅끝전망대와 땅끝 조형물(오른쪽)
왼쪽에 보이는 야자수가 이곳이 따뜻한 남쪽 지역임을 강하게 어필한다.

▲  땅끝전망대로 인도하는 동쪽 숲길

▲  다시 땅끝마을로 (땅끝마을길에서 바라본 마을)

땅끝의 지붕을 둘러보고 동쪽 길(땅끝마을길)을 통해 마을로 내려갔다. 모노레일이 편하게 가
라며 다시 손짓을 보냈으나 어차피 내려가는 길이라 그 손짓을 흔쾌히 무시했는데, 차량을 위
한 길이라서 뚜벅이길은 따로 없었으며, 거의 1~2분 간격으로 차량들이 지나가 나에게 소음과
매연을 강제로 안겨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땅끝탑 방면 남쪽 계단길로 내
려가는 것인데, 그렇게 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내려가는 중간에 마을의 안녕을 책임지는 '국수당'이란 당집이 있으나 너무 숲속에 묻혀있고
귀찮기도 해서 들어가진 않았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찻길을 내려가 땅끝마을로 진입, 마을의
중심인 땅끝항에 이르렀다.
그런데 앞서 땅끝 나들이를 시작했을 때는 물이 가득 올라와 맴섬과 형제바위를 외로운 바위
섬으로 만들던 바다가 그새 쏙 빠져 그들이 완전 육지의 일원이 되었다. 언제 이곳이 바다의
한복판이었냐는 듯이 아주 감쪽같이 말이다.


▲  바다에서 잠시 해방되어 육지의 일원이 된 맴섬

▲  바다에서 해방되어 자갈밭의 바위처럼 되버린 형제바위

그들을 섬으로 만든 바다는 대자연의 힘에 의해 썰물이란 이름으로 저만치 밀려나 그들을 향
해 다시 날카로운 이를 드러낸다. 땅끝을 거진 둘러보고 떠나려는 나에게 형제바위와 맴섬은
밀물 때와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작별을 고한다.

땅끝 정류장으로 나와서 해남읍으로 가는 군내버스를 타고 거의 1,000리가 넘는 나의 제자리
를 향해 출발했다. (땅끝에서 해남읍까지 해남군내버스와 시외직행버스가 운행하고 있음, 군
내버스는 해남읍까지 기본 요금으로 아주 저렴하나 시외직행버스는 철저한 거리비례라 요금이
꽤 비쌈)
이렇게 하여 해남 땅끝 3월 나들이는 다음 인연을 고대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 땅끝마을 소재지 :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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