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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천동 삼호정터
산천동부군당 남쪽에는 산천동 마을마당이란 작은 공원이 있는데, 그곳에 삼호정터를 알리는 표석과
안내문이 있어 고색을 좋아하는 나그네의 발길을 잠시 멈추게 한다.
삼호정은 조선 순조~철종 시절에 활동했던 인물로 헌종 시절 의주부윤을 지낸 김덕희가 지은 별장이
다. 그는 김금원이란 아리따운 소실(첩)을 두었는데, 김금원은 시에 능한 여류시인으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여인들 5명과 '삼호정시사'란 모임을 만들어 여기서 종종 시회를 가졌다. 그 삼호정시사가 바로
이 땅 최초의 여성 문학 모임이다.
삼호정은 원래 이곳이 아닌 바로 북쪽인 용산성당 성직자묘역 아래로 여겨지는데, 인근에 있던 심원정,
함벽정, 담담정과 함께 한강 명소로 크게 명성을 날렸다. 여기서 바라보는 한강과 주변 풍경은 가히 일
품으로 명성이 자자해 시인묵객들의 발길이 빈번했으나 개발의 칼질과 용산성당, 원효로성당 개설로
인해 모두 급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오죽하면 삼호정의 원래 위치까지 잃어버릴 정도였겠는가.
김금원이 삼호정에서 지은 시 중 '강사(江舍)'가 있으니 그 일부 내용은 대략 이렇다.
서호(한강의 마포, 양화나루 구역)의 뛰어난 경치 이 누각에 있으니
마음 내키면 올라가 즐거움을 누린다네
서쪽 언덕 비단 자락 봄풀에 어울리고
한 굽이 빛나는 푸른 물빛 석양따라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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