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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위에 희미하게 깃든 환희담 바위글씨

상이암 경내에는 환희암 바위글씨가 깃든 바위가 있다. 삼청동비와 더불어 상이암의 큰 명물인 그는

인근 계곡에서 가져온 것으로 고려 태조 왕건이 스승인 도선대사의 권유로 성수산을 찾아 100일 기

도를 했는데, 기도가 끝나고 부근 계곡에 들어가 몸을 씻었더니 하늘로부터 새로운 나라를 세울 제

왕이 될거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하여 왕건은 무지하게 기뻐서 계곡 바위에 환희담 3자를 새겼

다고 전한다.

허나 태조 왕건은 이곳 성수산까지 찾아와 기도를 할 정도로 한가롭지 않았으며, 환희담 바위글씨 또

한 그의 작품은 아니다. 태조 왕건 이야기는 상이암에서 절의 내력을 미화하고자 지어낸 것이며, 환

희담 바위글씨는 조선 때 이곳에 들린 선비나 관리가 방문 기념으로 새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자세

한 것은 환희암 바위글씨만이 알겠지. 하지만 그가 오랫동안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으니 자세한 사연

을 알 도리가 없다.

 

2. 환희담 바위글씨가 깃든 바위

바위 위로 크고 견고한 돌덩어리 2개가 모자처럼 얹혀져 있는데, 이들 바위들은 부근 계곡에서 가져

왔다.

 

3. 상이암 경내에 그늘을 드리우는 전나무

겨울에 잠긴 상이암에서 거의 유일하게 녹음을 풍성하게 지니고 있다. 경내에서 청실배나무 다음을

늙은 자연물로 안내문이 없어 자세한 것은 모르겠으나 200년 이상 묵은 것으로 여겨진다.

 

4. 삼청동비를 품은 어필각

앞서 환희담 바위글씨와 함께 상이암의 오랜 명물로 애지중지되고 있는 삼청동비가 1칸짜리 어필각

안에 소중히 들어있다. 환희담은 노천 상태로 있지만 삼청동비는 태조 이성계가 세운 조선 시절에 생

긴 것이라 특별히 보호각까지 지니고 있는데, 삼청동비에 쓰인 삼청동 3자는 태조 이성계가 썼다고

전한다. 글자에 주묵이 칠해져 붉은 피부를 지니고 있으며, 삼청동 좌측에는 태조대왕필적 6글자가

새겨져 있다.

하지만 앞서 환희담처럼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으며, 조선 후기에 이성계가 쓴 삼청동 3자를 가져와

비석으로 남긴 것으로 보인다. 이성계가 이곳과 인연이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전설처럼 여기서

100일 동안이나 기도를 하며 머물 정도로 한가로운 신세가 아니었다.

 

삼청동비는 상이암 주변에 있었으나 1904년 태인현감 손병호가 상이암 옆으로 옮겼으며, 이때 어필

각을 세워 그 안에 비석을 넣었다. 어필각이란 제왕이 쓴 글씨를 머금은 집을 뜻한다.

 

5. 어필각에 들어있는 삼청동비의 위엄

환희담 바위글씨가 정말 고려 태조의 작품이고, 삼청동비도 태조 이성계의 작품이라면 일찌감치 국가

문화유산의 지위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의심 투성이에 확실한 것이 없다 보니 지방문화

재의 지위도 얻지 못한 상태. 하지만 적어도 조선 후기 것은 분명해 보이므로 지방문화재나 임실군 지

정 향토문화유산으로 삼아도 손색은 없다.

 

6. 잠시 머물던 성수산 상이암을 뒤로 하며 (어필각 서쪽 밑에서 바라본 모습)

상이암 경내를 둘러보고 경내 찻집인 소리까페에서 믹스커피 1잔 타마시며 잠시 두 다리를 쉬다가 상

이암과 작별을 고했다.

마음 같아서는 조금 더 머물고 싶었지만 내가 있어야 될 곳은 이런 절간이 아닌 속세이며, 가난한 뚜

벅이라서 버스 시간도 생각해야 된다. 게다가 여기서 성수 정류장까지 부지런히 두 발을 움직여도 1

시간 이상은 족히 걸린다. 상이암 밑인 성수산왕의숲자연휴양림까지는 군내버스가 하루에 겨우 2회

밖에 안들어오고 휴양림 입구인 성수까지는 3회가 추가로 들어온다. 하여 성수산휴양림 정류장에서

성수까지 20여 분을 더 걸어가야 되며, 지금 가면 그 버스 시간과 맞아떨어진다.

 

7. 상이암과 저만치 멀어지다

저 위쪽으로 삼청동비를 품은 어필각(왼쪽에 보이는 맞배지붕 집)과 전나무(가운데에 솟은 나무) 등

이 시야에 들어온다.

 

8. 상이암으로 인도하는 계단길

상이암 밑 문화관광해설사의집에서 상이암으로 가는 길은 포장길과 아래 사진의 계단 숲길 등 2가지

가 있다. 상이암으로 올라갈 때는 포장길로, 그리고 나올 때는 숲길을 이용했다.

 

9. 상이암과 속세를 이어주는 1차선 크기의 잘 빠진 성수산길 (상이암 방향)

 

10. 늦겨울에 푹 잠긴 성수산길 (성수산왕의숲휴양림 방향)

 

11. 큰 세상을 향해 길을 재촉하는 상이암계곡

계곡 수분이 꽤 차갑고 청정하다. 여름 제국 시절에는 피서의 성지로 무지하게 좋은 곳.

 

12. 성수산왕의숲자연휴양림 성수산길

파워워킹으로 길을 재촉하여 성수 정류장에 버스 도착 20분 전에 도착했다. 그 버스를 놓치면 3시간

꼼짝없이 허비하거나 택시를 불러야 된다. 이런 것이 대중교통을 이용한 벽지 나들이에서 가장 큰

충이지. 다행히 버스 시간에 맞게 움직여서 조금의 시간 낭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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